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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미 작가 Mar 26. 2022

나는 왜 지랄맞은 엄마가 되었나.

엄들러 심리육아

저 엄마 하는 행동이 나랑 똑같네, 나도 화나면 저런말 자주 하는데 금쪽같은 내새끼란 프로를 보면서 이런 생각 한번쯤 해보았을 거다. 금쪽엄마와 내 모습이 겹쳐보이면서 내 모습을 티비로 보는 것 같아 괴로울 때도 있고, 아이 앞에서 부끄러웠을 때도 있었다. 방송을 보면 아무리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은 아이라도 엄마가 배우고, 행동을 고치고, 언어를 바꾸면 아이의 문제점이 사라지는 것을 알 수있다. 
그렇다. 어쩌면 내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엄마 + 아들러 = 엄들러

화내고, 분노하고, 아이가 순종적이길 바라는 내 모습을 보며 어떻게 하면 아이와 전쟁같은 하루를 행복하게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아들러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엄들러는 엄마와 아들러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육아전문가, 심리학자도 아니지만 아들러심리학을 통해 깨달은 바를 나와 같이 마음 고생하는 엄마들과 나누며 배우고 성장하고 싶어 글을 쓴다. 


햇빛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한가로운 오후. 엄마와 아이는 같은 옷을 맞춰 입고 벛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길을 걷는다. 두 손을 꼬옥 잡고 서로 마주본다. 눈만 마주쳐도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 웃음이 터져나온다. 살랑이는 바람, 아이의 보드라운 냄새.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나도 엄마가 익숙해져간다.


와장창!!!!!


육아는 철저하게 나의 예상과 빗나갔다. 


예쁜옷 대신 아이를 들쳐 업으며 안고 다니기 편안한 고무줄 바지를 입는다. 아이가 음식을 먹다가 내 옷에 흘려도 괜찮을 만한 후줄근한 잠바를 그 위에 코디하고 나름 만족하며 외출을 한다. 


아니 근데 이 밥풀떼기는 뭐야.. 
엘레베이터 안에서 그제서야 내 몰골을 확인한다.
저기.. 옆집아줌마랑 싸움 한판 뜬거 예요? 
볼살이 푹 들어간 몇일 굶은 듯한 몰골의 여자가 우두커니 서있다.
하.. 머리라도 묶자. 
 

오랜만에 아이와 큰 맘먹고 집을 나선다. 노키즈존이 아닌곳이나 아이랑 들어가도 괜찮을 만한 카페를 찾느라 창문넘어로 염탐을 한다. 겨우 장소를 찾아 자리에 앉기무섭게 아이는 다리를 배배꼬며 나를 불쌍한 눈으로올려다 보며 말한다. 똥마렵다고. 


왜 똥은 밖에서만 신호가 오는지 모르겠다. 음료수랑 빵하나 시켜주면 제 손으로 먹는법도 없다. 일일히 떠먹여 줘야 한다. 근데 또 언제 바닥에 이렇게 흘려놓은거야 테이블 밑으로 기어 들어가 휴지로 청소를 한다. 밖에 나와서도 뒤치닥꺼리네..


하루에 3시간만 자는게 소원이라는 엄마는 아이가 크면서 밤잠을 설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그만큼 낮에 설쳐야 한다. 제자리에 두지 않는 장난감을 꽁무니 쫓아가며 치워놓으면 놀아달라고 떼를 쓴다. 

칼싸움에, 공주놀이, 엄마아빠놀이, 술래잡기, 놀이터를 종횡무진 뛰다가 이제 나도 좀 쉬자 싶어 핸드폰이라도 잠시 쥐어주면 퇴근한 남편은 왜 하루종일 애 핸드폰만 보게 하냐고 잔소리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다. 이제 내가 놀아달라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자기일은 스스로 착착 잘해나간다. 그런데 어찌된일인지 우리는 더 치열하게 싸우며 하루를 보낸다. 마음에 들지 않고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 투성이다. 


공부하기 싫어서 눈물을 쥐어짜며 앉아 있는다던지, 용돈을 달라고 계속 재촉한다던지, 입으로 의미없는 소리를 내며 시끄럽게 한다던지, 가만있는 동생을 시비건다던지 보기 싫은 행동만 골라 하는 것 같다. 참다 참다 한마디라도 하면 이내 두 마디로 되돌아온다. 내가 뭘 하라고 하면 항상 대답은 싫어, 아니, 나중에다. 진짜 마음에 안든다. 따박따박 말대꾸다. 


아이가 집에 오는 시간이 다가오면 심장이 쿵쾅거린다. 오늘은 또 뭘로 나를 열받게 할까. 오늘은 제발 화내지 않고 잘 넘어갈 수 있을까. 하지만 어김없이 나는 또 화를 내고 만다.  


"넌 공부가 그렇게 하기 싫니 ? 

그럴거면 아무것도 하지마 학원도 그냥 다니지마!"


"입으로 이상한 소리 좀 그만 내면 안되니? 

시끄러워 죽겠어 너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동생 좀 그만 시비걸어 가만있는 애를 

왜 자꾸 건드리는거야?"


"너 지금까지 핸드폰 몇 시간 한 줄 알아? 

그러다 바보된다고! 노력은 해야 될거아니야"


"엄마도 혼자만의 시간 좀 갖자 

그 새를 못 참고 또 나와서 방해하는거야?"


도대체 우리 아이는 왜 그럴까 정말 미칠 노릇이다. 좀 얌전하게 자기 할 일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안되나. 이제는 잔소리 하는 것도 지친다. 에너지 한 방울 까지 쪽쪽 빼가는 아이. 나는 점점 지랄맞아 지고 있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안맞을까? 아니 나는 왜 이렇게 아이에게 화를 내고 후회하는 것을 매일 반복할까 이러다가 내가 미칠 것 같았다. 

하루가 전쟁같고 마음 편하지 않는 날들을 보내며 나는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그러다 머릿속에 잊고 있었던 책 한권이 생각이 났다. '미움받을용기' 

인간의 목적과 열등감, 분노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준 책이었는데, 인간관계가 힘들 때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아이를 억지로 이해하느니, 내 자신이라도 제대로 알자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던 것이 아이와의 관계를 새롭게 할 전환점이 되어줄지는 그땐 몰랐다.

아이와 매일 싸우고 화내는 데 지쳐서 , 내가 미칠 것만 같아서 읽기 시작했던 아들러의 책은 나에게 말그래도 '광명'을 찾아주었다. 분명 읽었던 내용인데도 이걸 아이와 나 사이의 관계로 설정하고 읽으니 180도 다르게 다가왔다. 


나의 행동에 대해서 감정에 대해서 곧바로 직시할 수 있었고, 그럴수 밖에 없던 내 행동의 목적을 깨닫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아이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점들을 받아들였더니 정말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화내는 횟수가 엄청 나게 줄어들었다. 아이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입으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게 줄어들었고, 책상에 앉아 나와 함께 공부를 하며 100점을 맞고 싶다며 한번 더 복습하는 아이가 되었다. 





밖에 나가면 어쩜 아이를 저렇게 얌전하고 예쁘게 키웠는지 궁금한 아이들이 있다. 티비를 틀면 연예인 자녀들은 하나같이 예의바르고 말도 예쁘게 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정말 나 같은 엄마는 없을까? 매일 화내고 전쟁같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는 없을까. 

그래서 나는 아들러심리학을 제대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미움받을용기를 시작으로 아이와의 대화법, 육아심리 등의 아들러심리학 책들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배우고 깨달은 것을 나와 같음 마음을 겪고있는 엄마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했다. 

아이를 알기전에 나를 먼저 알아야 한다. 아이가 왜 그랬는지 따지기 전에 나는 왜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관계는 훨씬 부드러워질 수 있다. 

아들러는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로 부터 출발한다고 했다. 열등감, 분노, 우월감 이 모든것이 인간관계 때문이다. 이 우주에 나 혼자만 남았다면 아마 이러한 것들은 사라질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건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반드시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살아야 한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또한 하나의 인간관계로 들여다보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아이는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대등한 관계이며 인격체라는 것을 머리만이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일 때 변화는 일어난다. 

신이 바빠 모두를 돌볼 수 없기에 보내주신 것이 바로 엄마라고 했다. 엄마는 아이를 행복하게 잘 돌볼 수 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할 수 있다. 사랑하는 관계가 될 수 있다. 분노하고 화내고 돌아서서 눈물 훔치는 엄마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오늘도 화내고 속상한 마음에 이 글을 읽게 되었을 엄마들에게 작은 위로를 보내며 당신은 존재만으로도 위대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책하지 말고 자신을 더욱 사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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