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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 Oct 02. 2024

아직 가슴 뛰곤 해


모든 건 언어였어
내 미약한 잉태에도, 탯줄을 끊고 세상 밖으로 나올 때도 난 널 찾고 있었나 봐
기다리지 못하고 널 찾아 나선 겨울밤
숲 속에서 손에 든 등불을 꺼뜨리고 말았고 덕분에 오랜 시간 헤매어야 했지
네 음성이 들려오고 넌 희미하고 아득해 보이지 않았어
다만 난 알 수 있었지
너의 존재를 가늠하고 있었어
불현듯 깨달아 널 굳이 찾지 않아도 된다는 걸
내가 어떠한 날을 살아도 넌 그곳에 존재하니까
넌 나처럼 세상이었으니까
가만히 져갔던 어제를 떠오르는 미지의 내일을 너 역시 담담히 살아내고 있었어

방랑자 아니 여행자 우리를 그렇게 불러야 할까
하지만 난 생을 자신해
먹고 마시는 것보다 가슴 한 켠의 온기 있는 감정과 그것을 옮겨 담는 언어를 더 아껴
때때로 알 수 없는 말들이지만 네가 가만히 귀 기울이기에 스산한 거리 위에서 난 노래해
오, 절망하지 마
생이 단호히 선을 긋는대도 도전적인 한걸음을 떼어보길 바라
실은 아무것 아냐
그럴듯하게 잔뜩 겁만 주고 있는 거지
마음껏 웃도록 해
하루는 인연들은 웃고 떠들 만큼 가히 유쾌한 것이니까
아주 자주 별뜻 없는 것뿐이니까 홀로 심각해질 필요 없어

반짝이던 순간들이 우리 앞을 유유히 지나고 있어
하지만 그리워할 때쯤이면 모든 건 원을 그리며 되돌아오기 마련이지
아무것 하지 않아도 돼 애써 무엇이 되지 않아도 돼
절대로.
입 맞추고 묻고 답하고 맞대어보고 우리 그냥 이대로면 돼
널 안는 게 내게는 남은 일. 허다한 날 셈할 수 없이 꿈꿔 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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