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은시

아빠의 세계

by 김소영


등을 많이 보여주었다

힘든 표정이 어깨로도 읽히는지는 차마 알지 못했다

서툰 몸짓으로

사랑을 배운 적 없다 고했다


다만,

나의 세상에게는

주고 싶은 세상이었기에

흉내 낸 사랑으로

말 대신 미소로 답했다


나의 둔탁한 몸짓에도

동그란 미소로 답하는

이 작은 생명을

슬프게 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나의 서툰 등이

너를 등 돌리게 했다

나의 거친 손이

너의 손엔 한없이 거칠고

나의 눈빛이

네 겐 말없는 눈. 빛.이었음을


서툰 것은 나의 특기라

술로 또 슬픈 다짐을 해보아도

배운 적 없는 사랑으로

배울 길 없는 사랑을

줄 수 없었다


그러나.

네가 서툴게 쓴 편지와

네가 거칠게 잡은 내 손과

네 보일 길 없는 반달 모양의 눈빛이


나의 등을 주물러 주었다


너의 눈과 손과 등이

내게 사랑을 가르쳐 주었다

배운 적 없는 사랑을

배울 길 없는 사랑을

내게 주었다


너는 그렇게

서툴지 않은 사랑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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