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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ah Dec 20. 2022

다시 오지 않을 계절

  글을 쓸 수 없기는커녕 읽을 수도 없는 여러 날이었다. 그 사이 겨울이 왔다. 좋아하는 산책도 하기 어렵고, 다만 창밖이 예뻐 눈 산책이 즐거웠을 뿐이다. 축복이라 여겨도 될 만큼 많은 눈이 와서 여러 날 감사했다. 앞으로 내가 많이 아프지 않고 오래도록 감사히 살게 된다면,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 긴 시간이었는데도 시간이 부족했다. 쌉싸름한 커피 한잔만 마시면, 생각이 날 것도 같은데… 그 마저도 금지된 생활이기에 시간을 벌러 탈출을 감행했다. 밖은 눈만 많이 왔을 뿐 생각보다 날이 좋았다. 밟히는 눈만큼이나 생각들이 뽀드득거렸다.

하고 싶은 말도, 쓰고 싶은 글도 많았다. 몸이 따라 주지 않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


  남편 몰래 커피 한잔 사 먹었다. 글 쓰러 나와서 눈만 밟다 집으로 돌아갔다. 역시 몸이 아프면 생각도 정리하기 어려운 거구나. 혼자 되뇌며 추운 계절이 온 걸 다행이라 생각했다. 집에 한껏 움츠리고 있으면, 생각 말고 이런저런 책을 읽으면, 봄이 오리라 여겼다. 올해는 예년보다 책을 많이 읽었다. 늘 쓰는 것에 목을 매던 내가 쓸 수 없어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그도 참 다행이었다. 움츠려 있는 동안 모아둔 많은 이야기들을 봄에 풀어내야지. 놀러 다니느라 바쁠 수도 있지만, 그 봄이 절대 아쉽지 않도록 맘껏 즐겨야지. 늘 싫어하던 추위도 봄을 생각하니 좋았다. 그림자에 서서 빛을 본다. 조금은 서글픈 습관이지만, 이젠 즐겨야지. 이 겨울이 많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 년 중 가장 사랑하는 계절이다. 크리스마스는 어떤 추위도 어떤 슬픔도 반짝거리게 한다. 슬픔을 나누어 좋을 때이다. 나의 작은 걸음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다 주저앉아야 했던 한 해였지만, 내린 눈으로 주저하던 발걸음들은 조용히 사라졌다. 슬픔은 그렇게 천사의 숨결처럼 눈 위를 소리 없이 걷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하늘로 갔다.


  다시 오지 않을 계절이다. 가족들이 똘똘 뭉쳤다. 서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해 안달이고, 많이 아끼다 눈물이 난다. 문 앞에 쌓인 택배들은 사랑의 증표다. 다신 오지 않을 이 따뜻하고, 감사한 계절을 오래도록 잊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사랑하는 거라고, 되뇌던 겨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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