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이 찹니다
엄마와 아이의 발걸음이 조심스럽습니다
엄마 발자국을 따라 뛰는 것도
센 바람이 허락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이는 까르르 웃습니다
높은 하늘로 울려 퍼지는 그 메아리는
천상의 소리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이에 서있던 나는
더는 바스러지는 낙엽이 아니었습니다
찬 기운에 움츠러들던 몸은 창공으로 나르는 웃음소리와 함께 기지개를 켰습니다
더는 제자리걸음으로 총총거리던 지난날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그 위를 덮은 눈송이는 나의 머뭇거림을 덮고, 엎어져 슬퍼하던 나의 자리에 아이는 날개를 그려 넣었습니다
겨울 내내 안팎으로 사랑을 그려 넣었습니다
이런 것이 사랑이라, 일컬을 만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 작고도 큰 사랑에 보답할 길이 없어 잠자는 계절에 기도로 편지를 띄웁니다
고구마도 붕어빵도 겨울에는
나누고 나뉘어지기를
쌀도 사랑도 겨울에는
더하고 더해지기를
멀리 울리는 종소리가 그 바람을 전합니다
사랑도 사람도 겨울에는
내내 배고파도 내내 나누어
영영 배부르고 영영 나 너
사랑하기를
영영 잠들지 않고 내내 눈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