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은시

손아,

by 김소영

퉁퉁 불은 손아,

네 몸의 거추장스런 반지는 잊어라

몸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약속은 반지와는 무관하다

그저 잊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사랑 또한 무관하다

너는 잊은 적 없이 사랑했기에

그 무게만큼 몸집을 키운 것뿐이다

너의 마디마디마다

주름진 것을 알고 있다

너의 시련이 그 증표임을

나의 어머니와 그의 어머니의 손에서 보았다

검은 손톱이 곧 빠질지라도

지난 사랑처럼 미련 없이 보내주어라

빠진 그것도 네 사랑을 깊게만 보여줄 뿐

연약해진 네 등은 내가 잡아 줄게

잡으면 그것으로 차지 않다

꼭 잡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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