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시 1. 마음을 재워 본다
안경을 내려놓는다
스치는 머리칼이 칼날 같다
컵을 든다
마시는 물이 술 같아
컵을 내려놓는다
손에 책을 올려 두고
몇 장을 넘기고
다시 몇 장을 거슬러 오르고
손에서 멀어지는 순간에도
놓지 않겠다는 마음을
책갈피로 꽂아 둔다
한 달 전 일기의 다음 장에
펜을 덴다
펜은 멋대로
기억하는 거리를 그리며
마음을 멋대로 불러낸다
마음을 잡아두고
소파에 앉혀 본다
쉬어 가라고
자리를 두드리면
눈을 감는다
잠잠히 잘 곳을 찾는다
내일이면
괜찮을 거라고
깨우지 않겠다고
머리칼을 넘긴다
자려해 본다
자고 나면
다 괜찮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