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본다
발톱은 거울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
눈에서 가장 멀어서 인지
내 눈에만 그 모습을 숨기고
남의 눈에는 흰 속살을 뾰족하게 드러낸다
너를 할퀴던 그것은
나도 할퀴어 결국 피를 낸다
잘라내지 못한
나의 일부가
칼날같이 파고들 때
나는 너를 생각한다
너를 생각하는 나를 본다
거울은 이번에도
너를 숨긴 나의 얼굴을 비춘다
보이는 것만 비추는 너는 바보인가
보이는 것만 보는 너도 바보이고
제 발톱도 볼 수 없는
아득한 눈을 가진 내가
너를 눈에 담아서
나는 또 너를 보내고
발 밑을 본다
볼 수 없던 그것이
너를 보낸 후에야
잘라내 달라 아우성을 친다
그렇게나 볼 수 없던 그것이
몸뚱이를 하늘로 날리며
나는 태어난 적 없었다 잊고 살라
제 모습을 감춘다
상처 줄 운명의 그것은
빨리 죽길 바라는 마음으로
또 제 모습을 감춘다
이 시를 쓰고 벌써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기분이지만, 그때는 모르고 지금은 아는 것은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끔 내가 너무 못나고, 그래서 괴로워도 살려는 마음이 살게 한다는 것을 압니다.
연재가 늦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