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은시

집 없는 슬픔아

by 김소영

켜켜이 쌓인 슬픔아

바람을 타고 가라

단 적 없는 돛을 달고

그리움을 항해하는 너는

떠는 나를 벌거 벗기고

두려움으로 무장하게 한다

누구도 견줄 수 없이 견고한 성에

요란하게 나를 가둔다


슬픔아, 가라

부른 적 없으니

돌아오지 말고, 멀리 가

석양을 넘고, 오지 말길을 가라

벗은 몸은 홀로 서도 떨지 않으니

두려움도 같이 지고

영영 떠나

사라진 성을 찾지 말아라


집 없는 슬픔아,

나를 두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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