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은시

노숙자와 커피

by 김소영

큰 사랑은 아니었다

그저 오래 따뜻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큰 잔에 담았다

온기만 전할 수 있게

맑고 큰 잔에 담았다

짙은 사랑이 오래도록 쓸까 봐

여러 잔에 나눠 담았다


헤어질 수 있는 사랑을 담아 주었다


향기 나는 곳에 머물렀다

씻고 싶어졌다

찾고 싶어졌다

커피로 헹군 입으로 먹은 빵은

달콤했다

단념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큰 사랑이 내게 왔다


헤어질 수 있는 사랑이 이것이었다


*카페에 커피 50잔을 달아놓고, 노숙자들이 언제든 와서 마실 수 있게 해 준 사연을 생각하다 쓴 글입니다.


<사진 출처 - pinterest - The role of the church by Jason Rosen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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