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은시

눈과 함께

by 김소영

눈이 내린다

그의 어깨와 굽은 등과

흰머리 위에 눈이 내린다.

가로등 아래로 걸어 들어가는 그는

빛의 속도로 녹아내린다

그의 시간은 담배를 물고

멈추어 선다

눈 내리던 그날 그 등 아래

목청껏 울던 아들과

발을 동동 구르던 사내가 있었다

검은 파카 속 흰 눈 같던 아이의 얼굴은

발간 열을 내며 빛나고

하얗게 떨리던 입술을

그는 감싸 안았더랬다


까르르, 반짝이는 너의 소리가

그의 젖은 손을 말리고

어둠을 가르며

어깨에 내려앉는다


남은 것은 검은 파카와

환한 등과 하얀 눈과

전부이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

가로등 아래 집을 짓고

서성인다


눈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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