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은시

걸레

by 김소영

너덜너덜해졌다

한 때 얼굴을 닦던 것이

쥐어 짜인 얼굴로 나뒹군다


허나,

쓸모 있음을 자처하며

얼룩진 몸뚱이의 가장 깨끗한 곳을 내민다


내어주는 삶이었다

아낌없이 주었다

다만, 버려진 것보다 못한 삶이라는 생각이

가끔 들었다

그뿐이었다


남은 것은 밑동뿐이라던 그이도

행복했다 자처하기에

나는 스스로 나무의 삶을 살았다 자처한다


흰 구석 없이 받아낸 구정물을

어김없이 쥐어짜 낸 후

너덜너덜하게 누웠다


허나,

터전의 바닥을 닦으며

가장 깨끗한 곳을 얼룩지었기에


내어주는 삶이었다

나무의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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