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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나를 치유하는 능력 – 부신피질호르몬

by 이생

명상이나 요가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명상 음악을 듣기만 해도 복잡했던 마음이 가라앉는 기분이다. 실제로 명상이나 요가는 우리 몸에 있는 부신피질호르몬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부신피질호르몬은 신장에 가까이 있는 부신이라는 기관에서 나오는 호르몬인데 우리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염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면 부신피질호르몬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류마티스 진단을 받고 처음부터 먹는 약이 바로 부신피질호르몬제인 스테로이드제이다. 마법의 약처럼 효과가 빠른 만큼 그 부작용도 심각하다.


막스 니우도르프의 <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에서 심각한 류마티스 질환을 앓고 있어 휠체어를 타야만 했던 여성 환자가 류마티스가 낫기 전에는 절대로 병원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했고, 자기가 기꺼이 실험용 쥐가 되겠다고 하면서 당시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았다고 한다. 3일 만에 기적적으로 증상이 완화되고, 다른 환자들도 복용했는데 과도한 복용으로 그녀는 6년 만에 사망했다고 한다.


사실 두려운 감정이 앞섰다. 차도는 크지 않았고, 약은 아침에 먹으면 오후쯤 부기가 빠져서 통증이 사라지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반복되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증세가 크게 차도가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고 통증을 가라앉히는 다른 특별한 약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하지만, 책에서 명상이나 요가를 하다 보면 회복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것이 우리 몸에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결국 정신적인 호르몬 요법으로 우리 몸이 치유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류마티스 뿐만 아니라 갑상선호르몬 또한 우리 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전쟁 후나 심각한 스트레스에 처한 후에 갑상선 관련 질환이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결국 내가 앓고 있는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은 만성 스트레스로 내 부신피질호르몬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함으로써 수많은 염증이 나를 점령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해 본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하려고 지나치게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했다. 자연을 더욱 가까이함으로써 내 지친 몸을 정화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아야겠다. 그저 생각으로만 그치지 않고, 나를 토닥이고 설득시켜서 더 이상 욕심내지 않고, 안 되는 것에 안타까워하지 말며, 더 잘하고 싶어서 최선을 다하는 삶의 태도에서 멀어져야겠다.


적당히 포기할 줄도 알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나치게 기대하지 말고, 가끔은 늦기도 하면서 게을러져야겠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느리게 가야 이 병이 나를 떠날 것 같다. 가슴 졸이는 나를 벗어나 진정 편안한 나를 발견해서 나 아껴줄 수 있을 때 류마티스와 이별할 수 있을 것 같다.


문득 개구리울음소리보다 귀뚜라미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오는 저녁이다. 이제 곧 2024년도의 여름도 내가 머무는 이곳을 떠나갈 것이다. 지독했던 올해의 봄, 여름이 지나가면 내가 머무는 이곳에도 편안한 계절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이 여름과 함께 류마티스가 떠나가고, 부디 다가오는 계절엔 회복의 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간절함을 가져본다. 이런 마음조차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을까?


고향 집에서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아픈 딸이어서 미안했지만, 그런 마음으로 우울해지면 좋은 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엄마 딸이기 때문에 잘 이겨낼 것이다. 엄마가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오신 것처럼 나도 좋은 방안을 찾아 삶을 버텨봐야 한다.


삶은 버티는 것이다. 버티는 자에겐 밝은 미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곳에서 꿋꿋하게 내 삶을 버티다 보면 분명 건강해진 나를 만날 수 있는 좋은 날들이 다가올 것이다. 그렇게 믿는 것이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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