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면 나에게 삶이란 해야 할 일들을 차곡차곡 실행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삶을 즐기기보다 내게 주어진 과제를 얼마나 빨리 성실히 해 나가는지가 나의 목표였던 것처럼 느껴진다. 질병을 얻고 그 질병의 방향이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니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겨 버렸다. 그래서 텐트를 샀다.
앞으로 내가 살아왔던 방식과는 다른 삶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야 할 일도 중요하지만 내가 항상 미뤄 왔던 일들을 조금씩 해 나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야외 캠핑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놀러 가더라도 숙소를 정해서 잠을 자고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바깥에서 하늘을 보면서 누워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텐트를 샀다.
텐트가 도착하면 옥상에 설치를 할 것이다. 그리고 밤마다 밤하늘을 향해 누워 별빛을 바라보려고 한다. 그래서 하늘의 별을 드문드문 볼 수 있는 형태의 텐트를 선택했다. 옥상 또한 집의 일부지만, 집 안이라는 틀 안에 있다 보면 그 틀 안에서만 생각하게 되는 듯하다. 집 안에 있다 보면, 해야 할 집안일들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매일 조금씩 캠핑을 해보려고 생각 중이다. 이번 연휴에 먼 곳으로 여행을 가진 못하는 대신 텐트에서 여유를 즐겨볼 계획이다.
요즘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 중인데 그 중 가장 관심가는 부분이 장회복이다. 김덕수의 <세포 리셋>에 보면, 장내세균 불균형을 바로잡는 3가지 솔루션이 나온다. 첫 번째는 육류에 포함되어 있는 항생제를 포함하여 되도록 항생제를 섭취하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구강 세균을 잘 조절하는 것인데, 오일 풀링이 구강 세균 관리에 가장 손쉽고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음식 조리 시간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우리가 국과 찌개를 끓인 다음 냉장고에 넣고 다시 데워 먹을 때, 끓는 최고점에서 7분 이상은 끓여서 먹어야지 그 안에 증식된 미생물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한다.
작가는 나라마다 그 국민이 갖고 있는 장내 미생물도 다르기 때문에 그 나라에서 내려오는 전통 발효식품이 좋다고 했으며, 그 음식들 중에 청국장, 물김치 그리고 막걸리를 꼽았다. 사실 집 냉동 칸에는 청국장이 있는데 청국장을 끓이면 유산균이 죽을 것 같아서 낫또를 사서 먹었는데, 책에서 작가는 청국장은 10분 이내로 끓이면 그 유익균이 죽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리고 작가가 말한 막걸리 부분이 흥미로웠다.
전통 막걸리는 발효할 때 누룩을 사용합니다. 발효 과정에서 여러 미생물이 번식하는데 이때 효모균도 발생합니다. 한국인에게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을 일으키고 나쁜 장 환경을 만드는 유해균의 대표주자가 클로스 트리디움 디피실인데, 이 균과 길항해서 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효모 균입니다.
<세포 리셋, 김덕수>
작가는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알코올이 문제 될 경우 약불에 중탕하듯 달여서 알코올을 날려 버린 후,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보관하여 하루에 소주잔으로 한잔 정도 복용하는 것을 추천했다.
사실 평소에 술 한잔 마시지 않지만, 알코올을 날려서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막걸리를 조금 먹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어리석은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어쩌면 이 병은 내가 하지 않았던 것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리지 않는 자가 면역 질환이 나에게 찾아왔고, 나는 수없이 왜 나에게 이 병이 찾아왔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만큼 어떻게 하면 이 병을 치유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 그와 더불어 내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내 삶이 더 이상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일상생활을 채워 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오늘 유난히 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하늘은 너무 맑고 예뻤다. 파란 하늘에 너무나 귀엽게 떠있는 구름을 바라보는데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깃줄이 악보의 오선지처럼 보였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내가 미뤄왔던 일들을 하나씩 해 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그 길에서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을 마주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