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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좋아질 수밖에 없지

장 회복에 집중하기

by 이생

지난 검사에서 CRP는 1.63,적혈구 침강속도는 22가 나왔다. 모두 정상범위를 넘어선 수치다. 난 그 이유를 두 달 간 복용하지 않은 스테로이드제와 1월 초에 있었던 원인 모를 배탈과 설사로 유발된 장트러블로 보고 있다. 그리고 겨울철 지나친 운동 부족으로 인한 체중증가.

내과에서 받은 항생제로 그 이후 장은 조금씩 회복되는 듯 보였지만 예전처럼 완전하지는 않다. 장내 유해균과 유익균의 균형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검사 이후, 장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찾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방법이 내게 통할지 모르며, 장의 회복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장이 회복되면 체내 염증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깊은 고민 끝에 일주일 전부터 학교에서 먹는 급식을 끊었다. 대신 점심을 나또와 오이, 사과, 고구마를 먹는다. 체중 증가와 염증이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탄수화물과 다양한 고기 반찬류 제한식으로 조금이라도 내 몸에서 염증이 덜 만들어지게 하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2주 전에 맞은 스테로이드 주사로 인해서 그 손가락 두 군데는 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주사를 맞지 못한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은 계속 부었다가 조금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다.


염증을 가라앉히기는 정말 힘들다. 약으로 먹는 스테로이드제는 온몸에 작용하기 때문에 일부 손가락 하나에 영향 미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손가락 한 개의 염증도 줄여보기 위해 음식뿐만 아니라 운동도 가볍게 30분씩 하고 있다. 하루 종일 1시간 분량의 운동이라도 30분 정도씩 나눠서 하고 있다. 맨발걷기와 실내 자전거를 위주로 하고 있다.


자가면역 질환은 선천적인 요인도 있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결과라고 많이 언급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 너무나 막연하다. 사실 나는 내가 그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의식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세컨드 브레인>이라는 책에서 보면 뇌와 장은 서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이 급격히 나빠진다고 한다. 사실 너무나 익숙한 내용이다. 하지만, 그 익숙한 내용만큼 실천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복식호흡을 하고 눈을 감고 명상을 하거나 이런 일들이 과연 나에게 어떻게 유의미하게 작용하는지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가끔은 답답한 마음이 든다. 이런 조급함 또한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할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 없고, 가급적 염증을 줄이는 일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재미있는 드라마도 보고, 크게도 웃어본다. 그리고 아침, 저녁도 가급적 육류는 제한하고 있다. 두부를 넣어 끓인 된장국을 주로 먹는다. 먹다 보면, 그래도 동물성 지방을 덜 섭취한다는 생각에 심리적 편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끔 인터넷에 올린 글에 정성스럽게 댓글을 달아 주시는 분들이 적어주신 조언도 실천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분들의 블로그에 가서 좋은 정보도 얻고 있다.


따뜻한 봄날이 내 질병의 씨앗들도 모두 사라지게 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그것이 내게는 힘든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쉽게 고치기 힘든 질병이라는 인식만큼 나 또한 이 질병의 특성에 조금씩 길들여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 아프지만 이 길을 지나야 완치의 도달점에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도 꿈꿔본다.


'자꾸 웃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기겠지.'


인체는 아주 복잡하고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꾸 웃을 일을 만들다 보면 정말 웃을 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고 좋아질 수밖에 없는 방법으로 정진해 나가야겠다.


라일락은 너무나 향기롭고 산의 초록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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