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류마티스 내과를 다시 방문했다. 선생님은 내 손을 보시고는 많이 부었다고 말씀하셨다. 엑스레이를 찍고 피검사를 한 후, 한 시간 후쯤 피검사 결과가 나올 때 선생님과 함께 초음파를 보면서 많이 부어 있는 손가락 두 군데 주사를 놔 주셨다. 스테로이드 주사였다. 피검사 결과를 보시면서 선생님은 다른 약물도 고려해 보자고 하셨고, 한 달 후에 잠복 결핵 검사를 하자고 하셨다. 이번 검사에서 염증 수치가 기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다른 약물은 생물학적제제인 것 같았다. 선생님은 지금 쓰고 있는 약보다 업그레이드된 약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인터넷상에서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부작용을 읽어가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스테로이드 주사 덕분에 부었던 손가락이 많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이틀에 반알 먹던 스테로이드제를 매일 반알로 한 달간 복용하기로 했다.
모든 약이 부작용이 있지만, 가급적 지금 쓰고 있는 약을 줄여나가고 싶다. 만약 한 달간 주사를 맞지 않은 다른 손가락들도 불편함이 없어지고, 염증 수치가 줄어든다면 한 번 의사선생님께 어떤 약재를 쓰는 것이 좋은지 여쭤봐야겠다.
생물학적제제는 가격이 비싸서 그런 것인지(물론 환자는 10퍼센트를 지불하지만), 안전성의 문제 때문인지 처음부터 쓸 수 없고, 6개월 이상 일반 약들을 복용해도 차도가 없을 경우 쓰게 되어 있다. 검사 결과에서 염증 수치가 올라 속상했지만 어떤 결과든 항상 긍정적인 과정만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기회로 약물을 갑자기 끊는다는 것이 얼마나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았으며, 손에 통증이 없더라도 손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틀 전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시원하게 내렸고, 다행히 비가 내리기 전에 남편과 텃밭에 여러 가지 쌈 채소 모종과 토마토 모종도 심었다. 손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호미를 들고 텃밭을 일구지는 못했지만 옆에서 남편을 도와서 모종을 함께 심었다. 지금은 다행히 스테로이드제 복용으로 큰 통증은 없지만, 오른쪽 다리오금과 턱관절이 조금 뻐근할 때도 있다. 그렇게 관절에 통증이 느껴질 때면 좀 더 많이 쉬려고 한다. 요즘은 춥지 않아서 맨발걷기 하기에도 좋은 계절이고 저녁이면 실내 자전거를 30분 정도 꾸준히 타고 있다.
여러 가지 삶의 무게로 지칠 때도 있지만, 이런 일 덕분에 내가 삶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절망적인 생각을 더 적게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힘겨움 사이사이로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발견해 나가는 연습을 한다. 요즘은 매일 밤 잠자기 전에 딸아이와 함께 밤하늘 별을 바라보러 마당으로 나간다. 봄도 좋고, 오랜만에 들려오는 빗소리도 좋았다. 덕분에 심어 놓은 모종들과 씨앗들이 무럭무럭 잘 자랄 것이다.
'아프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자주 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가지만 이런 생각에 이끌려 일상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설득했다. 분명 나는 잘 이겨낼 것이고, 그 과정에서도 물론 행복할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엄청난 겁쟁이어서 큰 두려움이 밀려올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거울을 보면서 환하게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