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계속 불어오고 안전재난문자도 연이어 울리고 있다. 지난 산불로 시원하고 평화롭게 느껴지던 바람이 혹시 모를 두려움으로 바뀌어 버린 듯하다. 주말에 내린 비로 벚꽃은 꽃망울을 터뜨리고 목련 꽃도 그 커다란 잎을 선물한다.
지난주를 보낸 내 손가락은 일요일에 먹은 mtx 덕분에 관절이 조금 물렁해지면서 염증이 조금은 덜한 느낌이다. 하지만 아직도 2월 말 정도의 손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 달 동안 손가락을 회복시킨다고 했던 행동들, 파라핀 치료와 숯가마 찜질들이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다시 회복하기 위해 맨발걷기도 하루에 3회 정도 틈나는 대로 하고 부기가 있는 곳에 냉찜질도 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끓어오른 염증은 회복하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과 약물이 필요한 것 같다. 정말 몸의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데도 차도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류마티스가 참 어려운 질병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번 주 토요일 병원 예약을 했다. 원래는 5월 말에 예약이 되어 있는데 한 달 반 정도를 당기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손가락 관절의 강직과 오른쪽 다리오금 쪽, 그리고 턱관절이 뻐근했다. 어둠 속에서 불을 켜다 살짝 손이 벽에 부딪혔는데,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 중간 마디 관절에 통증이 느껴졌다. 생활의 불편함이 찾아왔다는 것은 염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나의 삶인데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삶의 영역이 있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지만 이러한 과정도 의미 있는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생각은 나의 영역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맞아.
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 없지.
작은 불행, 큰 불행, 다양한 불행
감당하지 못할 만큼 끊임없이
사탕 중에
제일 맛없는 사탕을 고르는 일이
계속 계속 계속
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 없지.
그럴 때면 생각해
그래.
행운도 나만 피해갈 리 없지.
<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 없지, 정미진>
질병과 함께 하고 있는 이 시간이 분명 나에게 힘든 시간이다. 그리고 그 질병을 얻은 일은 행운보다는 불행한 일에 가까울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일로 내 삶을 평가하기에 내 삶은 너무나 다양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결국 통증을 잡지 못해 병원 예약을 했지만, 행복한 순간도 분명 많았다. 인터넷 기사에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관식이 다발골수종으로 사망하는데, 그 원인이 류마티스 관절염일 수도 있다는 내용을 보고 마음이 어두워지기도 했지만, 분명 가족들과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과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무엇보다 햇살은 과분할 정도로 눈부셨고, 도서관에 도착한 책들을 보면서 설레기도 했다.
<불행이 나만 피해갈 리 없지>를 읽으면서, 어쩌면 나는 나에게만 불행이 피해가길 바라면서 살아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행운은 다가오길 바라면서 불행이 내게 스치기만 해도 소스라치듯 놀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꽃도 때가 되어야 피는 것처럼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적절한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 불편한 증세는 적절한 진료와 약물 치료와 잡아가면 된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다.
다행히 3월 초부터 좋지 않던 장 상태는 4월이 되면서 차츰 회복하고 있으니 류마티스 증세도 조금 더 호전되리라 기대해 본다. 행운도 나만 피해갈 리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