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마치 아무것도 없던 사막 같은 땅에 집을 짓는 일처럼. 손가락이 아프면서도 글을 쓰고 싶다는 갈망은 숨길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리 잘난 글도 아닌데 기록을 하다 보면, 그 시간을 이겨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오늘은 허공을 뚫고 내 귀에 닿는 새소리가 유난히 선명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어제 저녁을 먹고 맨발걷기를 한 시간 삼십 분 가량 했는데도 전혀 춥지 않았고, 심리적으로도 너무나 평화로웠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새벽 2시에 잠이 깼고, 뻣뻣한 손가락을 보면서 걱정스런 마음이 들어 잠시 앉아서 불안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하지만, 걱정하는 마음은 어떤 것도 득이 될 수 없다는 것으로 나를 설득시키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6시 무렵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떠서 맨발걷기를 하러 나갔다. 약간의 찬 기운으로 마당에 놓인 나무 의자는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것처럼 하얗게 살짝 얼어 있었고, 어제 저녁보다 발에 닿는 흙은 차가웠다. 그래도 30분 알람을 켜두고 맨발 걷기를 했다. 그러자 내 깊은 고뇌 같은 한숨이 토해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시원한 아침 공기로 메웠다. 손가락이 뻣뻣하고, 턱관절이 가끔 불편하지만,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좋다는 것을 실천하면서 시간을 버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가다 보면 나는 이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게 되고, 분명 좋은 방향으로 내 인생이 흘러갈 것이라고 믿었다.
매치론정 반알을 먹는 날은 손가락 부기가 쉽게 가라앉고 다른 류마티스 약들만 먹은 날은 저녁이 되어서야 편안해진다. 내가 그동안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들이 스테로이드제 때문이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지속적으로 먹을 수 없어서 직접 맞을 수 있는 스테로이드제인 봉침을 조금 더 자주 맞고 있다. 덕분에 2주 전보다는 손 부기와 통증이 조금 가라앉은 느낌이다. 그런데 한 달간 이 부기에 차도가 없으면 다시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해서 약을 조절해야 할 것 같다.
내일은 mtx를 먹는 날이니 조금 더 나아질 한 주를 기대해 봐야 할 것 같다. 한의사 선생님이 냉찜질을 자주 하라고 하셔서 생각날 때마다 열심히 하고 있다. 요즘은 날씨도 많이 포근해져서 맨발걷기도 하루 세 번 할 수 있어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편안한 느낌도 든다.
사실 증세가 좋지 않을 때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어지러운 잡념이 들기도 하지만 이럴 때마다 나의 존재 자체를 무겁게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 광활한 지구의 한 마리 개미처럼 인식하면 내 삶에 대한 집착이 어리석었음을 깨닫게 된다. 삶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으로 인해 삶이 너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봉침 맞으러 가는 길, 꽃들은 저마다 귀엽고 앙증맞게 자신의 색으로 삶을 피워내고 있었다.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나만의 색으로 아름답게 내 삶을 피워낼 방법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본다. 질병의 고뇌에서 벗어나 기분 좋게 살아내는 일이 왜 그리 어려운 것인지 생각했다. 그저 땅에 뿌리를 내리고 버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철 따라 예쁜 빛깔과 향기로 타인의 마음까지도 웃음으로 번지게 할 수 있는 소중한 삶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밭을 갈고 비닐을 씌우고 그 위에 구멍을 뚫고 모종을 심고 씨를 뿌린다. 나도 따사로운 햇살과 봄 향기에 내 삶을 다시 일궈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라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