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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그리고 희망의 반알

by 이생 Mar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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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다시 삐걱거린다. 잘못 맞춰진 뼛조각처럼 덜컹거린다. 오늘은 봉침을 맞으러 가지 못하는데 손가락이 더 붓고 뻣뻣하다. 이상하게 스테로이드제를 끊었던 두 달보다 손가락이 더 붓고 있다. 어제는 스테로이드제를 먹지 않는 날이었고, 오늘은 먹는 날이다. 오늘도 희망을 꿈꾸며 반알을 먹었다. 내가 손가락을 직접 보는 것보다 거울에 비추면 손가락이 더 이상하게 보인다. '설마 내 손가락이 휘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이런 생각들이 스치기도 한다. 그래도 항류마티스제를 먹고 있으니, 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손가락이 불편해지니 일상도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아주 먼 훗날의 비극적인 상상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인생은 늘 내리막만 있는 것아니니 불안한 마음을 잠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침에는 날씨가 조금 쌀쌀했지만, 맨발걷기를 했다. 오늘 손가락이 더 부은 이유가 어제 맨발걷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는 행동이 손가락에 악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을 그냥 접어 버릴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어도 이상하게 내 인생이 덜거덕거릴수록 마음속에는 많은 단어들과 문장들이 떠다니게 된다. 이것들을 모아 정돈을 시켜야지 내 마음 속도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든다. 참 이상한 일이다.


어제는 모든 것을 날려 버릴 듯한 기세로 바람이 불었고, 지금까지 산불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피해는 계속 속출하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다. 심리적으로 편안한 일상이 찾아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내 마음 따라 손가락도 불안한 모양이다. 봄날을 그렇게도 기다렸는데 일상이 너무 힘들어지고 있다. 꽃은 피고, 햇살은 따뜻한데 안타깝게 일상이 멈춘 곳들이 있어 가슴이 아프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고 있다. 아무런 불편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신체의 자유, 내 의지대로 삶을 실행해 나갈 수 있는 진행의 자유 등, 이 소박한 일상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들기를 바란다.


내 손가락이 불편하고, 오른쪽 무릎 뒤쪽이 뻐근하지만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찾아드는 불안함도 내가 만들어낸 마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앞으로 나갈 방향을 정확히 알 수 있게 된다. 겨울과 봄이 오는 사이 여러 가지로 불편한 과정이 따르기 마련일 것이다. 꽃들도 단단한 껍질을 뚫어야 예쁜 꽃을 피울 수 있고, 새들도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와야 더 큰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더 좋은 결과가 찾아오리라 희망을 품어본다. 오늘은 점심 식사를 하고, 맨발을 흙에 내려놓아야겠다. 그러면 흙은 분명 나를 위로하고,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원하는 그곳에 도착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오늘도 다시 열심히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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