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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세상이 내 편이 되어줄 순간도 찾아오겠지

by 이생

아래는 엄청난 물줄기의 강이 흘러가고 있고, 하늘은 더없이 청명하며 새소리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듯이 너무나 아름다운데, 나는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심정이었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지도 못하고, 포기해 버리면 내 몸을 강물이 휩쓸어 갈 것 같은 그런 마음 조절이 힘겨운 날들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손가락은 더 불안정했고 뻣뻣하다 못해 내 관절을 시멘트로 굳혀 버린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늘 오른손이 문제다.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더 염증이 심한 것 같다. 매번 그렇듯이 두 번째, 세 번째 손가락 중간 마디와 네 번째 손가락이 있는 손바닥 마디가 불편했다. 사실 네 번째 손가락이 있는 손바닥 마디 관절은 이렇게 불편한 적이 없었는데 참 이상한 일이다.

두 달간 스테로이드제를 끊었다가 한 달 전부터 다시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고, 2주 전에 스테로이드제를 사흘, 나흘간 먹다가 다시 이틀로 시간 간격을 조절하면서 스테로이드제의 불규칙한 복용과 겨울 동안 운동을 하지 못한 이유로 체중이 늘어난 것, 그리고 적절하게 운동하지 못한 것들이 지금의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주는 불편한 손가락으로 인해 마음도 뒤엉킨 것처럼 복잡하고 힘들었다. 그래도 봉침을 맞으러 간 덕분인지, 맨발걷기와 운동을 틈틈이 한 덕분인지, 오늘이 지난주보다는 조금 양호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많이 불안했지만 질병의 증세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믿지 않기로 했다. 곧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맨발걷기도 하루에 2시간씩 하고, 스트레칭도 열심히 하고, 손가락 쓰는 일도 조금 줄이고, 글의 분량도 조금 조절하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꿈꾸기로 했다.

주말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다가 눈물이 흐르고 슬픈 감정이 폭발하는 것을 억지로 참아서인지 그날 저녁 가족들과 말하다가 나도 모르게 감정이 폭발해서 밥을 먹다가 울음을 토해내고 말았다. 어쩌면 내게도 갱년기가 찾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난주 손가락이 불편하면서 우울했던 내 감정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한계점을 찍었던 것 같다. 덕분에 가족들은 맛있는 소고기 등심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한 달 만에 온 아들도 눈물을 닦고, 딸은 자기도 울면서 내게 휴지를 계속 건넸다. 남편은 손가락이 불편한 나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밥을 하고 설거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원치 않았던 대성통곡을 하고 나서야 다시 내 원래의 감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너무나 미안했지만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안 힘든 척, 잘 견딜 수 있는 척, 마음이 평온한 척했던 시간들이었을지 모른다. 때로는 그러한 견딤이 나를 더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기숙사로 떠난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메시지를 건넸고, 아들은 너무 마음을 무겁게 갖지 말라면서 위로했다.

3월의 마지막 날, 이제 힘겨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간이 왔다. 강물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함에 집중하지 않고, 더없이 맑고 아름다운 꽃들을 바라보면서 외줄을 타는 내 마음 조절을 잘 해봐야겠다. 손의 강직으로 때로는 몸살이 난 것 같은 피로감이 밀려오지만, 따뜻한 햇살에 내 마음을 꺼내 말리면서 희망을 꿈꿔 봐야겠다. 가끔은 세상이 내 편이 되어줄 순간도 찾아올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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