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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Aug 24. 2022

개와 호랑이의 협동 공격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62일째

8월 24일 수요일 시원해지는 중


아침부터 뭔가 불안했다. 6시간까지 밤잠 시간이 늘어나면서 통잠이 눈앞에 왔나 싶었지만 어제부터 다시 오히려 새벽 수유 텀이 약간 짧아졌다. 둘째는 오늘로 생후 51일째로 만 7주 차. 원더윅스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은 첫째였다. 아내가 단유 마사지에 가고 혼자 둘째를 데리고 있는 사이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첫째의 담임선생님이었다. 유치원은 코로나 때문에 시간마다 열을 재는데, 우리 첫째가 열이 37.5도라는 것이었다. 그렇긴 한데 그 외에 다른 증상은 없고 컨디션도 좋게 잘 놀고 있으니까 열이 더 오르지 않는지 잘 지켜보겠다고 했다.


일단 우리 가족은 전에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전원이 코로나에 걸렸다가 나은 적이 있었다. 코로나 재감염보다는 지금 환절기이고 특히 요즘 둘째 때문에 집에 에어컨을 계속 틀어놔서 감기 기운이 올라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아내와도 내용을 공유했다.


그 와중에 둘째도 지난주와는 약간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제 까지만 해도 그냥 놔두면 계속 알아서 잘 놀거나 스르륵 잠들던 아기였는데, 오늘은 오전 내내 낮잠을 30분도 안 잔 것이다. 오후에도 비슷했는데 겨우 재워도 자주 깨고 칭얼댔다.


한편 첫째는 걱정과 달리 하원할 때 컨디션이 좋아 보였고 열도 딱히 없어서 놀이터에서 1시간 정도 놀다 들어왔다. 본인이 놀고 싶다는데 억지로 끌고 들어가는 건 꽤나 힘들다. 잘 놀고 들어와서 샤워까지 마쳤는데, 로션을 발라주다 보니 뭔가 뜨끈했다. 이런, 열이 오르고 있었다. 37.9도.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해열제를 먹였다. 혹시 몰라 수족구병이나 다른 전염병 증상을 확인해봤지만 별다른 게 없었다.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는 해열제는 3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맥시부펜이 잘 듣는다. 저녁도 든든히 먹여주고 집에 갖고 있는 감기약과 함께 오랜만에 영양제인 아연과 면역력을 올려주는 프로폴리스도 먹였다. 원래 전에는 자주 먹던 것들이다.


둘째는 목욕을 시키고 잘 시간이 다가오면서 더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원래 목욕을 하고 나면 나른하고 기분이 좋아져서 살짝 잠에 들곤 한다. 그런데 그 이후 깨서부터는 도통 계속 울고 보채고 달래지지가 않았다. 원래 아기가 울면 그 이유는 거의 배고픔, 트림, 불편함(보통 기저귀), 졸림 이 4가지 중에 하나다. 이게 다 문제가 없는데도 운다면 그건 뭔가 일반적이지 않은 특이점이 있는 것이다. 저 중에는 졸린 것 같은데 쪽쪽이를 물려주어도 잠시 진정되었다가 곧 우느라 떨어트리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솔직히 좀 당황했다)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았다. 그중에 다리를 주물러주자 효과가 있었다. 성장통인가 보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평소보다 아내와 나 둘 다 꽤나 진땀을 빼며 애써서 애들을 재울 수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이 정도면 양반이다. 만약 내일 첫째의 감기가 더 심해진다면? 일단 유치원에 보낼 수 없다. 물론 더 많이 아프면 병원에 가야겠지만 보통 그냥 열 나는 정도로는 이제 병원에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첫째의 감기가 둘째에게 옮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개띠인 첫째에게 들어온 환절기 감기의 공격.  와중에 시작된 호랑이띠 둘째의 원더윅스. 이런 개와 호랑이의 협동 공격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이럴 때일수록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우리도 감기에 옮지 않아야 한다고 아내와 다짐했다. 오늘은 5  엄마 아빠의 짬바로 일단 크게 당황하지 않고 넘어갔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공격은 매너 있게  명씩만 와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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