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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Feb 23. 2017

[대만 이모저모] 따뜻한 대만 겨울에서의 동사 스토리

왜 대만은 영상 7~8도에도 사람이 얼어죽을까?

대만은 참 따뜻한 동네입니다.
동남아와 동북아 사이, 그야말로 동아시아의 정확히 중간에 위치한 섬이죠.

위도상으로 보면 제주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의 오키나와보다 남쪽에 위치한 곳입니다. 

동아시아의 중앙에 위치한 바로 요기!

제가 대만으로 이주(?)한 때가 2월이니 한국으로 치면 아직 겨울이었습니다.
우습게 보았죠.
까짓거 추우면 얼마나 춥겠어. -ㅅ-

까짓, 대만 추위~! (출처: 뉴스와이어)

근데 이런 기사가 뜹니다.

http://v.media.daum.net/v/20170213125308828?f=m

댓글은 더 가관입니다.
"아니, 영상 7~8도가 아니라 영하 7~8도 아님?"
"그 온도에 사람 얼어죽으면 우리는 어쩌라고?"

근데 맞습니다.
이 기온에도 사람이 얼어죽습니다.

왜일까요?
기자 분께서 나름 잘 설명해주셨지만,
대만 사냥꾼(?)이 취재해(라고 적고 개인 경험해 바탕해 썰을 풀어) 봤습니다. 

1. 습하다
한국은 겨울이 되면 엄청 건조합니다.
즉 공기중에 습기가 적죠.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대만에는 연중 불문하고 습도가 높습니다. 

연보라색 선을 봐도 알 수 있듯 연중 내내 대만의 습도는 높은 편 ㅠ

특히 타이페이와 같은 분지는 더더욱 심하죠 (산으로 둘러쌓여 있다보니 비가 잦은 데다가 겨울에는 우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비가 자주 내립니다. 맑은 날을 손가락을 꼽을 수 있을 정도죠 ㅠ)

전형적인 타이페이 겨울 풍경

여러분들 샤워하고 물기 안 닦고 밖에 나오면 추우시죠?

동일한 원리입니다. 
대만은 기온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높더라도 추위가 습기를 타고 온몸으로 스며듭니다.
정말 기분 나쁜 으스스한 추위죠. 가을비 맞고 밤에 걸어보셨나요?
좀 과장 보태서 그런 느낌입니다 ㅎ

어으..추워!!

누가 내 앞에서 총칼 들면 경계하고 대비하지만

몸 속에 숨겨드고 갑자기 접근해 해꼬지하면 막을 방법 없죠.
대만 추위가 그렇습니다. 그냥 물기를 타고 온 몸을 후벼 팝니다 ㅎ

2. 난방시스템이 없다 
그래도 대만은 연중 내내 비교적 따뜻한 편(이라고 쓰고 사실 더움)이므로,
집집마다 난방 시스템을 따로 두지 않습니다. 즉 추운 시기가 짧으므로 굳이 거금 들여가며 난방시스템을 두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죠.
우리나라의 온돌 시스템은커녕, 에어콘에 난방 모드도 없는 곳입니다 ㅠ (그래서 추워지고 나서 심히 당황 @@)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개별적으로 난방기구들을 구비해서 국지적으로 추위와 싸웁니다.

또 한 가지는 창이 1중창입니다.
한국 사신 분들은 2중창을 어렵지 않게 볼 뿐더러 샷시 달린 베란다가 있어서 중간에서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는 완충작용을 해줍니다.
대만은요? 베란다 있어도 샷시 없고 창도 1중창입니다.
찬 바람이 직방으로 들어오죠. 이제는 머리맡 침대에서 스며드는 겨울 찬바람이 정겹기까지 합니다.
한 때는 잘 때 비니를 쓰고 잔 적도 있다죠 ㅠ
게다가 벽 자체도 한국에 비해 얇고 건물도 오래된 건물이 많죠...
종종 있는 지진에 벽에 금이라도 가면 그 사이로 찬바람 들어올지도 알 수 없...(쿨럭)

샷시 없는 베란다 (좌) / 과장 좀 보탠 대만의 1중창 (우)


이런 곳에서 무방비로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주무시면 혈관 수축되셔서 눈 뜨면 저세상에 계신겁니다 ㅠ


3. 인체적 특성
 물론 인간의 진화의 동물이라고,
북방 민족은 몸에 털이 많고 찬 공기를 들이마실 때 따뜻이 하기 위해 코가 크고 깁니다.
반면 대만 같이 남방 사람들은 몸이 추위와 맞서 싸우는 데 비교적 취약합니다.

여기선 한국 초가을 같은 날씨인데도 파카에 목도리까지 두르고 다니는 사람들을 여럿 봅니다.
난 더워 죽겠는데 저 앞에서 파카 입고 다니는 사람 보면 마치 옷을 다 입고 사우나에 들어간 사람 보는 눈빛으로 봤던 게 저였습니다. (지금은 많이 적응 ㅎㅎ)

한국의 4월이나 9월 날씨에 이렇게 입고 다니는 게 상상이 되시는지??ㅎ


매서운 겨울 맛을 본 한국인들의 신체는 이에 맞게 세팅이 되어있지만 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죠.
마찬가지로 엄청 더운 여름에도 대만인들은 비교적 잘 견딥니다. 한국 사람들은 죽을라고 하는데 말이죠.

12월 타이페이 기온. 1월에 서핑도 했다죠 (좌) / 여름 체감 온도는 40도를 넘네요 (우)


같은 이치입니다. 햄스터가 물고기 보고 왜 땅에서 못 달려? 하는 사람은 이기적인 거죠.
햄스터를 물에 빠뜨리면 과연 얼마나 버틸까요?ㅎㅎ

뭐...햄스터가 물에 빠져도 '물 만난 햄스터'가 될 수도 있겠지만서도 ㅎㅎ

아마 한국에서도 난방 없이 1중창 집에서 영상 7~8도의 밤을 견디라고 한다면 그것도 참 따뜻한 얘기는 아닐겁니다 ㅎㅎ


에필로그
개인적인 경험으로 저도 꽤나 고생 좀 했습니다.
괜한 한국인 프라이드에 '이 정도 추위 따위에 항복할소냐'는 말도 안되는 기백으로 아무런 난방기구도 없이 버텨왔지만 돌이켜보면 그냥 왔을 때 제대로 갖춰두는 게 여러모로 편할 뻔 했습니다.
매일 밤 군복무 시절 야영하는 기분으로 보낸 대만 겨울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네요 허허허

이러고 자는 기분 알랑가 모를랑가 ㅎ

작년 유난히도 추웠던 타이페이 겨울. 60-70년만에 눈이 내렸다는데;; 

그걸 또 제가 버텼네요 ㅎㅎ (미련한 자랑)

뭐 이야기를 마치려고 보니 "그래서 뭐?"에 답이 되어야 할텐데, (보고서 쓰면서 생긴 직업병일까요 ㅎㅎ)
그냥 그렇다고요 ㅎ 가 아니라
'역지사지'라고 각자 서로의 입장이 있는 거니 거기에 직접 살아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상대방의 입장을 알 수 없는 겁니다.
해외에서 사업해 보니 '현지화'를 왜 강조하는지 왜 외국회사가 와서 해외사업하기 어려운지 절실히 느낍니다.

저 기사에서도 기자님이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신 점은 참 감탄스러우면서도 기사 제목에 굳이 '영상'을 강조하시지 않았더라면 '세상의 이런 일이'에 가까운 기획이 되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ㅎㅎㅎ
그래도 독자 낚아서 밥 벌어먹고 사시는 분들의 입장도 이해해주는 게 진정한 '역지사지'의 정신이자 제가 강조하려는 이번 포스팅의 교훈이겠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목 잘 골라서 독자 하나 낚아보려고 애쓰는 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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