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이모저모] 따뜻한 대만 겨울에서의 동사 스토리

왜 대만은 영상 7~8도에도 사람이 얼어죽을까?

by 딘닷

대만은 참 따뜻한 동네입니다.
동남아와 동북아 사이, 그야말로 동아시아의 정확히 중간에 위치한 섬이죠.

위도상으로 보면 제주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의 오키나와보다 남쪽에 위치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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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중앙에 위치한 바로 요기!

제가 대만으로 이주(?)한 때가 2월이니 한국으로 치면 아직 겨울이었습니다.
우습게 보았죠.
까짓거 추우면 얼마나 춥겠어. -ㅅ-

741375705_20101006104358_1336488806.jpg?type=w966 까짓, 대만 추위~! (출처: 뉴스와이어)

근데 이런 기사가 뜹니다.

http://v.media.daum.net/v/20170213125308828?f=m

댓글은 더 가관입니다.
"아니, 영상 7~8도가 아니라 영하 7~8도 아님?"
"그 온도에 사람 얼어죽으면 우리는 어쩌라고?"

근데 맞습니다.
이 기온에도 사람이 얼어죽습니다.

왜일까요?
기자 분께서 나름 잘 설명해주셨지만,
대만 사냥꾼(?)이 취재해(라고 적고 개인 경험해 바탕해 썰을 풀어) 봤습니다.

1. 습하다
한국은 겨울이 되면 엄청 건조합니다.
즉 공기중에 습기가 적죠.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대만에는 연중 불문하고 습도가 높습니다.

taiwan-climograph.gif?type=w966 연보라색 선을 봐도 알 수 있듯 연중 내내 대만의 습도는 높은 편 ㅠ

특히 타이페이와 같은 분지는 더더욱 심하죠 (산으로 둘러쌓여 있다보니 비가 잦은 데다가 겨울에는 우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비가 자주 내립니다. 맑은 날을 손가락을 꼽을 수 있을 정도죠 ㅠ)

450428217_34d67a2fdb.jpg?type=w966 전형적인 타이페이 겨울 풍경

여러분들 샤워하고 물기 안 닦고 밖에 나오면 추우시죠?

동일한 원리입니다.
대만은 기온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높더라도 추위가 습기를 타고 온몸으로 스며듭니다.
정말 기분 나쁜 으스스한 추위죠. 가을비 맞고 밤에 걸어보셨나요?
좀 과장 보태서 그런 느낌입니다 ㅎ

cold.jpg?type=w966 어으..추워!!

누가 내 앞에서 총칼 들면 경계하고 대비하지만

몸 속에 숨겨드고 갑자기 접근해 해꼬지하면 막을 방법 없죠.
대만 추위가 그렇습니다. 그냥 물기를 타고 온 몸을 후벼 팝니다 ㅎ

2. 난방시스템이 없다
그래도 대만은 연중 내내 비교적 따뜻한 편(이라고 쓰고 사실 더움)이므로,
집집마다 난방 시스템을 따로 두지 않습니다. 즉 추운 시기가 짧으므로 굳이 거금 들여가며 난방시스템을 두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죠.
우리나라의 온돌 시스템은커녕, 에어콘에 난방 모드도 없는 곳입니다 ㅠ (그래서 추워지고 나서 심히 당황 @@)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개별적으로 난방기구들을 구비해서 국지적으로 추위와 싸웁니다.

또 한 가지는 창이 1중창입니다.
한국 사신 분들은 2중창을 어렵지 않게 볼 뿐더러 샷시 달린 베란다가 있어서 중간에서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는 완충작용을 해줍니다.
대만은요? 베란다 있어도 샷시 없고 창도 1중창입니다.
찬 바람이 직방으로 들어오죠. 이제는 머리맡 침대에서 스며드는 겨울 찬바람이 정겹기까지 합니다.
한 때는 잘 때 비니를 쓰고 잔 적도 있다죠 ㅠ
게다가 벽 자체도 한국에 비해 얇고 건물도 오래된 건물이 많죠...
종종 있는 지진에 벽에 금이라도 가면 그 사이로 찬바람 들어올지도 알 수 없...(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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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시 없는 베란다 (좌) / 과장 좀 보탠 대만의 1중창 (우)


이런 곳에서 무방비로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주무시면 혈관 수축되셔서 눈 뜨면 저세상에 계신겁니다 ㅠ


3. 인체적 특성
물론 인간의 진화의 동물이라고,
북방 민족은 몸에 털이 많고 찬 공기를 들이마실 때 따뜻이 하기 위해 코가 크고 깁니다.
반면 대만 같이 남방 사람들은 몸이 추위와 맞서 싸우는 데 비교적 취약합니다.

여기선 한국 초가을 같은 날씨인데도 파카에 목도리까지 두르고 다니는 사람들을 여럿 봅니다.
난 더워 죽겠는데 저 앞에서 파카 입고 다니는 사람 보면 마치 옷을 다 입고 사우나에 들어간 사람 보는 눈빛으로 봤던 게 저였습니다. (지금은 많이 적응 ㅎㅎ)

Taiwanesefreezingat30c16.jpg?type=w966 한국의 4월이나 9월 날씨에 이렇게 입고 다니는 게 상상이 되시는지??ㅎ


매서운 겨울 맛을 본 한국인들의 신체는 이에 맞게 세팅이 되어있지만 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죠.
마찬가지로 엄청 더운 여름에도 대만인들은 비교적 잘 견딥니다. 한국 사람들은 죽을라고 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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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타이페이 기온. 1월에 서핑도 했다죠 (좌) / 여름 체감 온도는 40도를 넘네요 (우)


같은 이치입니다. 햄스터가 물고기 보고 왜 땅에서 못 달려? 하는 사람은 이기적인 거죠.
햄스터를 물에 빠뜨리면 과연 얼마나 버틸까요?ㅎㅎ

dc5a4ae145bc0eff988d87a0bb4a18da.jpg?type=w966 뭐...햄스터가 물에 빠져도 '물 만난 햄스터'가 될 수도 있겠지만서도 ㅎㅎ

아마 한국에서도 난방 없이 1중창 집에서 영상 7~8도의 밤을 견디라고 한다면 그것도 참 따뜻한 얘기는 아닐겁니다 ㅎㅎ


에필로그
개인적인 경험으로 저도 꽤나 고생 좀 했습니다.
괜한 한국인 프라이드에 '이 정도 추위 따위에 항복할소냐'는 말도 안되는 기백으로 아무런 난방기구도 없이 버텨왔지만 돌이켜보면 그냥 왔을 때 제대로 갖춰두는 게 여러모로 편할 뻔 했습니다.
매일 밤 군복무 시절 야영하는 기분으로 보낸 대만 겨울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네요 허허허

image_9367673861487777843228.jpg?type=w966 이러고 자는 기분 알랑가 모를랑가 ㅎ

작년 유난히도 추웠던 타이페이 겨울. 60-70년만에 눈이 내렸다는데;;

그걸 또 제가 버텼네요 ㅎㅎ (미련한 자랑)

뭐 이야기를 마치려고 보니 "그래서 뭐?"에 답이 되어야 할텐데, (보고서 쓰면서 생긴 직업병일까요 ㅎㅎ)
그냥 그렇다고요 ㅎ 가 아니라
'역지사지'라고 각자 서로의 입장이 있는 거니 거기에 직접 살아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상대방의 입장을 알 수 없는 겁니다.
해외에서 사업해 보니 '현지화'를 왜 강조하는지 왜 외국회사가 와서 해외사업하기 어려운지 절실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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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기사에서도 기자님이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신 점은 참 감탄스러우면서도 기사 제목에 굳이 '영상'을 강조하시지 않았더라면 '세상의 이런 일이'에 가까운 기획이 되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ㅎㅎㅎ
그래도 독자 낚아서 밥 벌어먹고 사시는 분들의 입장도 이해해주는 게 진정한 '역지사지'의 정신이자 제가 강조하려는 이번 포스팅의 교훈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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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보니,
제목 잘 골라서 독자 하나 낚아보려고 애쓰는 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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