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시에는 천등만 있는 게 아녔다. 마을을 지키는 효자가 있었으니...
서핑, 등산 등 야외 활동을 엄청 좋아라 하는 스옌이 어느날 보내온 사진 한 장과 멘트.
"대만의 장가계“ 같이 가볼래?
물론 중국의 장가계(張家界)는 이것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스케일도 크고 아름다웠지만,
대만에서 그 맛배기라도 볼 수 있는 게 어딥니까 ㅎㅎ
어마무시한 대륙 대자연의 스케일 ㄷㄷㄷ
예전부터 중국의 장가계에 꼭 가 보고 싶었던 터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콜!
... 그러고 나서 서로의 스케쥴이며 날씨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에 드디어 가게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효자산'!
저 봉우리가 효자인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매력적인 효자임에는 틀림없다는 느낌적 느낌으로
피곤에 찌든 주말에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로 하였습니다.
孝子山步道
Pingxi District, New Taipei City, 대만 226
효자산은 천등으로 유명한 핑시 마을 바로 옆에 있습니다.
이전에도 와봤었는데 전혀 눈치도 못채고 지나쳤던 저입니다 ㅠ
그렇게 8시반에 눈을 비비고 부랴부랴 송산 기차역에서 핑시행 기차를 타고 출발~!
핑시가 차로 갈 땐 편했는데 대중교통으로 가려니 은근히 번거롭네요 ㅠ
일단 루이팡 역에서 환승을 하고 핑시역에 내리니 거의 2시간이 소요되었네요;;
루이팡역 전경
이 날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2.28 연휴 (화요일) 전 날인 27일을 대체휴무로 만들면서 일부 회사들은 이를 메우기 위해 대체 복무일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파가 장난이 아니네요 @@
대만 관광국에서 밀고 있는 마스코트, 오쑝 (喔熊, Oh Bear)..
쿠마모토의 쿠마몽을 좀 따라한듯 싶은데...이름을 너무 대충 지은 것 같다는 느낌이 ㅎㅎㅎㅎ
핑시 가는 길에 지나친 스펀역.
여기도 천등으로 유명해서 한국 관광객들 택시투어의 필수코스로 유명합니다~
핑시역 플랫폼에서 보이는 대나무로 만든 메시지 통들...
남산에는 자물쇠를 쓰고, 교토에 가면 나무판인데 여긴 대나무통이네요~ㅎㅎ 지역적 특색~~
핑시역에서 내려서 강을 건너 내려오면, 길가에 이런 표지판이 보이는데
여기가 바로 효자산 등산입구!
표지판에 이끼가 많이 낀 데다 조그만 길이어서 자칫하면 못 보고 지나칠 수 있으니 요 주의!
입구에 이렇게 작은 계곡이 보입니다~
가지런히 나 있는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관광객들이 날린 천등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게 은근히 환경 오염 이슈가 있어서 천연 재료를 써서 만들거나 마을 주민들이 돌아다니면서 정기적으로 수거를 하기도 한다네요..
그래도 전통이니 돈벌이니 해서 쉽게 없어질 거 같지는 않아보이네요~ :P
조~ 위에 빼꼼히 효자산 봉우리가 보일듯 말듯?!
기념 사진부터 한 장 박고!
이 계단을 올라가면 길이 세 갈래로 갈리게 되는데요.
시계 방향으로 9시 방향이 효자산(孝子山), 2시 방향이 '자애로운 어머니 봉우리'라는 뜻의 자모봉(慈母峰), 5시 방향이 (부처 또는 Buddha의 중어 발음 버젼으로 추정되는) 보타산(普陀山)이 있습니다.
저희는 효자산을 시작으로 자모봉, 보타산 순서로 올라보기로 했습니다.
1. 효자산
옆에 밧줄로 된 손잡이가 보이는 걸 보니 이제 거의 근처까지 온 모양이네요~
두둥! 봉우리가 앞까지 왔습니다~
벌써부터 험한 여정이 예상되네요;;
막상 다다르고 보니 딱히 사진에서 봤던 계단은 안 보이고....
저걸 설마 바위를 타고 오르라는 건지...ㅠ
거의 빡센 암벽타기 수준입니다;;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것이 찜찜하긴 한데...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담력 테스트도 해 볼 겸 일단 도전~~~~
일단 줄을 잡고 등반 자세를 취해 보지만...
거친 밧줄에서 이거 만만치 않을 거 같다는 느낌이 온 몸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럴 줄 알았음 장갑이라도 가져올 걸...)
조심하라며 뒤에서 찍어주는 스옌 양...
어찌저찌 중간포인트까지 가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 포인트 위로는 발 디딜 곳도 없고
자칫하면 정상 구경하기 전에 저세상 구경할 거 같다는 육감...
정상 정복 따위 허세보다는 제 한 목숨이 중요하기에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내려옵니다...ㅎㅎㅎㅎ =_=
근데 들어보니 위에는 이미 한 무리의 애들이 이미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고 있고...
그 애들이 이 방식으로 올라갈 이는 만무하다고 판단하여,
반대쪽으로 가보자고 제안합니다...
분명 반대편에 올라가는 계단이 있을 거라고..
스옌도 처음에는 그럴리가... 하면서 따라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있습니다. 계단!
길 찾는 데 있어선 스옌이 감이 많이 떨어집니다 ㅠ
스옌 말 믿고 저 밧줄 타고 올라가려고 객기 부렸다간 정말 객사할 뻔..
장난으로 '이 녀석! 오빠를 골로 보내려고!!'라고 놀려봅니다 ㅎㅎㅎ
근데 사실 아무런 표지판이 없어서 꼼꼼하게 뒷편까지 체크하지 않으면,
뒤에 나오는 특별한 경험을 지나치기 쉬우니 여러분들도 주의하시길!
산 골짜기 너머로 보이는 산등성이와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핑시 마을의 모습
이렇게 편한(?)길을 놔두고 정말 고생을 사서 하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계단이 엄청 가파릅니다 ㄷㄷㄷ
드디어 효자산 봉우리 정상에 도착!
파노라마 하나 담아주고~
뒤따라오는 스옌...
살짝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벌벌 떨면서도 쫄래쫄래 잘 따라 올라오네요 ㅎㅎㅎ
입구에 아주 여유 있는 자세로 앉아계신 보살 한 분...
저 멀리 다른 봉우리(자모봉)로 올라가는 아슬아슬한 산자락 계단도 보이네요~
(다음 목표는 저기닷!)
우리 귀엽고도 낭만스러운 대만인들 답게 정상에 이렇게 친절히 재떨이까지...=_=;;
산에 올라와서 담배를 피라고 장려하는 건지 아니면 이런 경치를 보면서 담배 한 대 빨 정도의 기백은 있어야지! 라고 하는 건지 ㅎㅎ
뭐랄까 굉장히 웃프면서도 대만스러운 광경이 아니었지 싶었습니다 ㅎㅎㅎ
힘들게 올라온 스옌 양이랑 몇 컷 찍고...
아이폰7 플러스의 포트레이트 모드로 단독샷도 하나 찍어줘 봅니다~ㅎㅎ
(저 뒤에 보이는 산이 바로 보타산!)
저~기 자모봉 산자락으로도 아슬아슬하게 돌계단이 길게 나 있었는데
왠지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옆으로 굴러 떨어질 것같이 보이네요 ~_~
올라갈 땐 스옌이 뒤쳐져 있어서 못 찍었던 사진을 내려가면서~ㅎㅎ
주거니 받거니~
엄청 가파른 곳인데 참 사진 삼매경에 빠져 많이도 찍었네요 호호..
자 이제 세 갈래 길로 갈라지는 골짜기까지 다시 내려왔습니다.
다리를 건너 아까 보였던 자모봉 산자락 등산길로 고고씽~
2. 자모봉
스옌은 이 바위계단이 자연적으로 생긴 줄 아는 모양인데...
여튼 은근 허당인듯 ㅎㅎㅎ
이 계단들을 하나하나 깎고 다듬는 것도 쉽진 않았을 것 같네요~ @@
계단을 조금 올라 아까 올랐던 효자 봉우리를 바라보았습니다.
효자가 저기서 자애로운 어머니인 자모봉을 돌보고 있는 걸까요~ㅎㅎ
멀리서 보니 실제로도 가파르네요..
저걸 밧줄을 타고 오르려 했다니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_+
아까 사준 밀크티 마시면서 잘 쫓아오는 스옌...
어린 애 같이 귀엽네요~ㅎㅎ
멀리서 볼 때는 완만해 보였는데 막상 오르다보니 여기도 만만치 않게 가파르네요 @@
앞에 바라다 보이는 것이 다음 타겟, 보타산!
자모봉은 계단이 일직선으로 길게 나 있어서 멀 것 같으면서도 막상 오르니 10분이면 오르는 산~!
위에서 살짝 숨을 고른 후, 비가 언제 쏟아질 지 몰라서 바로 다음 보타산으로 가기 위해 하산~
이런 걸 보고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고 하는 걸까요?!ㅎ
서쪽 방향인 걸 봐서는 구름에 가린 해 같아 보이는데, 손잡이 사이로 절묘하게 비친 녀석을
보검이 얼굴 대신 담아 봅니다 ㅎㅎ
이쪽 계단은 좀 불규칙하게 나 있긴 하지만 내려오는 데 큰 무리는 없었네요~
엄살 피우면서도 씩씩하게 잘 내려오는 스옌
3. 보타산
자모봉을 내려오면 바로 보타산으로 가는 샛길이 보입니다.
이 길을 따라 가다가...
바위 조심!
바위 사이 비가 닿지 않는 곳에는 이렇게 동전 봉양을 하는 단지가~!
반대편에서 봤을 때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는데,
막상 와보니 여기도 이렇게 아슬아슬한 계단이!!
산 고개를 넘다 고개를 돌려 보니
산 자락이 겹겹이 보이네요.
ㅎㅎㅎ 고개를 돌려 반대편을 보니 아까 저희가 올랐던 자모봉 고개가 보이네요...
사람들이 콩알만해 보이네요~ -ㅅ-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 봅니다~
정상이 가까워 보입니다~!
보타산 고개에서 찍어 본 파노라마 샷!
시원시원한 뷰가 가슴까지 뻥 뚫어주네요!
효자 둘이 한 샷에!? (호호호)
보타산이라는 이름 답게 불상이 이렇게~
반대편 자모봉에 오른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 받아 봅니다~
마지막 하산~
하산을 하고 나서 눈에 띈 동굴 잠시 구경~
위 사진들을 찍는 저의 모습~
저 멀리 효자산이 보이네요~
위 사진을 찍고 있는 저를 스옌이 찍어줬네요 ㅎㅎ
길가에 핀 이름 모름 꽃이 이뻐서 찍어봤습니다~
핑시 마을에 천등을 날리러 들르시는 분들 중에 등산 좋아하시는 분들은 2시간 정도로 대만의 리틀 장가계도 맛보고 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