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역에서 출발해 '지하철'역에서 내리는 횡설수설 이야기 여행
중화권 국가에 오면 가장 골치가 아픈 것이 바로 한자입니다.
한문 교육을 받은 한국 사람들은 그나마 기본적인 글자를 읽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이슈들이 놀러온 관광객들의 머리를 아프게 합니다.
1)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어는 대륙에서 쓰는 간체자이다
한문 시간에 배우는 글자는 대만/홍콩과 동일한 번체자임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으로 외국어로서의 중국어를 공부한 분들은 간체자로 배우기 때문에 막상 대만에 오면 좀 헷갈릴 수 있습니다~
2) 한국에서 쓰이지 않는 한자가 많다
한글에 한자를 근간으로 한 단어가 많다고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쓰이는 한글에는 순우리말이거나 외래어도 상당 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면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모든 걸 한자로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또는 일본)에서 쓰지 않는 단어까지 모두 한자로 표현해야 하다 보니 한국에서는 본 적도 없는 한자가 자주 등장합니다.
부적에 쓰이는 합성 글자이긴 하지만 극단적인 예를 들면 이런 한자까지도...
3) 어떻게 발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심지어 그 한자가 어떤 뜻인지 유추가 가능하다고 해도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발음은 둘째 치고 성조를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현지인들은 머리를 긁적이기 일쑤입니다...
뭐 같은 ma라고 하더라도 성조에 따라 이게 엄마(媽)가 되기도 하고 말(馬)이 되기도 하고 욕(罵)이 될수도 있는 이 무시무시함...
특히 음식을 시킬 때 간판에 있는 메뉴를 읽을 줄 몰라서 고생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ㅠ
저거 주세요~ 저거...ㅠㅠ
다시 지하철 얘기로 돌아오면,
이런 한자의 난해함(?)으로 인해 관광객이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다소 불편함이 있다는 걸 타이페이 지하철공사에서도 인지했는지 얼마전부터 지하철에도 이렇게 라인색에 일련번호를 지정하여 역마다 표기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지하철 역 표기 방식 변경 관련 기사
한자 말고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면 되는 것 아니냐 하지만 이것도 중국어 조금 배운 분들한테는 상당히 헷갈리는 게,
대륙에서 쓰는 병음의 알파벳 체계와 대만에서 쓰는 알파벳 체계가 또 다릅니다 ㅠㅠ
대륙에서는 신주(新竹)를 Xinzhu, 가오슝(高雄)을 Gaoxiong로 표기하지만,
대만 알파벳으로는 각각 Hsinchu / Kaohsiung으로 표기하기 때문...
서울에서는 이미 각 역마다 일련번호가 붙어있습니다. 따로 색깔을 의미하는 알파벳은 없지만 말이죠..
한국 관광객 사이에서 이 방법을 이용해 실제로 얼마나 커뮤니케이션할지는 모르겠지만,
"가이드북에서 B16역에서 내려서 G08에서 타면 됩니다"라고 표기하면 어느 역인지 바로 찾기는 확실히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심심해서 동아시아 주요 도시의 지하철 시스템을 잠깐 들여다 봤는데 아래와 같네요
베이징: 16개 라인, 306개역 / 타이페이: 5개 라인, 117개역
서울: 9개 라인, 345개역 / 도쿄: 13개 라인, 285개역
대략 지하철 시스템의 복잡정도를 보면 그 도시의 개발 정도가 가늠이 되는 듯 합니다ㅎㅎ
(실제 타이페이는 한국의 대전 정도의 느낌이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도쿄의 경우, 일반 전철역까지 합하면 뭐....
어찌저찌 끄적이다 보니 한자(H02)에서 시작해 지하철 시스템(J06)에서 내렸네요...
대만맛/멋사냥꾼의 횡설수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