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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Jul 15. 2017

[대만 맛집] 스시와 제대로 놀아보자! 유스시 游壽司

대만에서 느껴보는 일본 본토 뺨 치는, 눈과 입이 즐거운 스시 향연

오늘만큼은 칼퇴를 하고 부랴부랴 용캉졔로 고고씽.
이유는 하루에 디너 코스 딱 한 팀만 받는 스시 맛집을 7시반에 예약했기 때문인데요.

타이페이의 맛집 거리인 용캉졔...
예전 대만 사범대학으로 매일 아침마다 중국어 수업 갔을 때 공사 중이었던 이자카야도 
어느덧 이렇게 공사가 끝나고 깔쌈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네요~ 
다음에 한 번 가봐야지~ ㅎㅎㅎ

그러나 우리의 목적지는 이곳이 아니기에!
조금 더 걸어 바로 다음 코너를 돌면 나오는 궁극의 스시 맛집(?)이라는 유스시 도착!
홍등과 작고 깔끔한 간판에서 봉인된 포스가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듯 하네요~ㅎㅎ

놀 유(遊)자에 스시(すし)..
오늘 한 번 스시 갖고 놀아볼까요?! ㅎㅎ

위치는 여기.

游壽司 麗水店

No. 7, Lane 7, Lishui Street, Da’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6

상세보기


나름 7시반에 딱 맞춰 왔는데도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네요.
자리는 카운터 바 석이 전부이며, 딱 정해진 인원을 위해 스시를 빚어 올리고,
9시반이 되면 그냥 바로 영업 종료하는 곳...

뭐 맛에는 자신 있다 이거죠. 돈 잘 벌린다고 과하게 욕심 부리지 않고 ...
양 보다는 질에 집중하는 집이라는 첫인상!

오늘 저희를 담당하게 될 이타마에(스시 요리사) 형님들.
두건을 두른 것이 다소 모던(?)해 보이네요...
중국어가 좀 외국인스러웠지만 일본인은 아니고 대만 분들..

자, 스시와 놀기 위한 오늘의 세팅 그리고 마음자세 준비 완료!
저 그릇 위에 이제부터 스시가 순서대로 하나 둘 씩 올라올 예정인데요.

맨 왼쪽부터 생강편, 직접 빻아 만든 와사비, 소금, 무절임

허기에 입맛을 다시는 동안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는 이타마에 상..

저희가 앉은 카운터 테이블 오른쪽에는 손님들이 두고간 명함들로 장사진...
마치 무슨 명예의 전당 같은 느낌!



역시 일식집에 가면 토리아에즈(とりあえず, 일단) 비~루(맥주) 죠!
이 집에서는 일반 일식집보다는 다양하다랄까 에비스가 라인업에 추가되어 있네요~
프리미엄 에비스 -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 아사히 스파도라이(수퍼드라이)

(그런데 문제는 에비스 너무 비쌈 ㅠ 아사히 거의 3배!! 역시 레어템 ㅠ 산토리도 2배... 아사히.. 이렇게 보니 무슨 저질 맥주 같네요 ㅠ)


1. 애피타이저로 나온 데친 야채
고사리 같은 데 뭔지는 파악 실패;;
그 위에 고마(참깨) 소스를 얹인 샐러드
부드럽게 혀에 감겨 자분자분 씹히는 감이 부담스럽지 않아 좋네요.
가끔 차가운 야채 잎이 얼음칼처럼 혀를 찌를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스시를 먹기 위한 최적의 상태를 위해 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표한 한 점이었다는 
(다소 오바스러운) 해석을 해 봅니다 ㅎㅎ

그러고 나서 맥주 한 잔 꿀꺽~!! 
캬~~~~~ >ㅁ< 이 맛에 산다!

맥주는 그야말로 입가심이고 그래도 고급 스시 먹는데
사케를 안 곁들일 수가 없겠죠? 
메뉴는 함 같이 들여다 보시지요~

좋은 스시 먹으면서 아무 술이나 먹지 말라고 
일반 이자카야에 비해서 아주 자세히 각 사케에 대한 설명도 메뉴에 곁들여 놓았네요.
위에서부터 아래 순서대로
1) 산지
2) 정미(쌀 정제) 정도
3) 알콜 도수
4) 산도 (신 맛의 정도)
5) 가격

나머지는 숫자 보시면서 대략 파악이 되실 테니 여기선 산지 정도만 말씀드릴게요~ 
사케 전문가는 저보다 많으실 테니 감히 이 자리에서 술에 대한 평가는 삼갈게요 ㅎㅎ

이바리키 현 (도쿄 동쪽 지역) / 후쿠시마 현 (6년 전 대지진 났던 바로 그 지방...)

니이가타 현 (일본 혼슈 서북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쌀로 유명) / 나가노 현 (일본 혼슈 중앙에 위치한 지방으로 나가노 동계 올림픽으로 한국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곳이죠~)

야마구찌 현 (일본 혼슈 남서쪽 꼬랑지에 위치한 지역으로 옛부터 유명한 정치인도 많이 배출하고 우리에게 다소 익숙한 지명인 시모노세키가 위치한 지역입니다) / 도쿄 도 (도쿄에서도 사케를 빚다니!! 뭐 당연한 얘길 수도 있는데 좀 놀랍네요ㅎㅎㅎㅎ)

홋카이도 (한국 이자카야에서도 종종 보는 오토코야마)  / 나라 현 (사슴이 뛰노는 교토 옆 그 동네..)

니이가타 현 (이거 뭐 이자카야 클래식 사케죠. 쿠보타... 역시 쌀로 유명한 니이가타 산) / 미야기 현 (우설로 유명한 센다이가 위치한 미야기 현. 일본 혼슈 동북부에 위치.)

마지막은 과실주인데요.
텐쿠노 츠키(천공의 달)이라는 매실주 (가격 ㄷㄷㄷ) / 적어도 대만 이자카야에선 단골 등장 과실주인 유자주.. 

술 설명이 좀 길어졌네요. 다시 본론으로 가보죠.

2. 甘エビとしそ 아마 에비 (단새우)
이것도 본격적인 스시라기 보다는 애피타이저에 가깝겠군요.
부드러운 아마 에비에 향긋한 시소 (일본 깻잎)

3. あわび 아와비 (전복)
아.. 하필 이 때 렌즈에 서리가 꼈었는지 좀 뿌옇게 찍혔네요 ㅠㅠ
이빨과 찰지게 밀땅을 시현해 주셨던 전복님
이빨로도 밀땅을 할 수 있다는 아주 고급진 경험을 선사해주셨네요...

4. たい 타이 (도미)
아와비만큼 단단하진 않지만 사시미 중에서 씹는 맛 둘째 가라면 서러운 도미...
생선 근육의 결을 혀와 이 중간 어디에선가 음미하니 그대로 목구멍을 넘어가 있더라능...+_+

이쯤에서 저희를 위해 수고해주시는 이타마에 상 몇 컷...
사시미 써는데 초집중...
근데 오른쪽 분이 스승인 것 같고 이 분은 잘 썰긴 하는데 어째 폼은 조금 엉성해 보이더라는 ㅠ ㅎㅎㅎ

5. 牛蒡あげ巻き 고보 아게 마키 (우엉 튀김 말이)
이 메뉴는 이 집에서 처음 봤는데요...
우엉을 살짝 튀긴 후에 그걸 김으로 싸서 그대로 주네요... ㄷㄷㄷ
바삭바삭한 김과 역시 바삭바삭한 우엉 튀김의 앙상블이 의외로 어울리더군요~

6. 유자 후추를 얹은 구운 넙치 뱃살 스시
사실 이건 무슨 고기인지 좀 아리까리....@@
(전문가 분 사진만으로 감정이 되시면 좀 알려주시길...)
원래 불로 지진 스시는 그냥 스시만큼 좋아하진 않는데... 뭔가 생선 고유의 맛, 질감, 향을 불의 것으로 덮어버린다고 해야 할까요...
근데 이건 유자 후추 (柚子胡椒)의 상콤 짭쪼름한 맛이 나름 잘 보완해주네요~

고급 스시집에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타마에 상이 빚어준 스시 그대로 손으로 집어 먹기...
뭔가 이건 그냥 먹는 게 아니라 의식을 치르는 느낌이 살짝 더 드네요~ㅎㅎ
경건한 마음으로(?) 스시를 받들어 봅니다 ㅎㅎㅎㅎ

7. 칼집 낸 광어 스시
이것도 생선의 출처가 살짝 가물가물하긴 합니다...
사실 야리이까(활오징어) 외에 생선에 칼집을 내어 나오는 스시를 별로 본 적이 없어 특이했다는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
사실 여기 스시 한 점 한 점 먹을 때마다 정신이 온전하질 않아서... 이미 영혼은 안드로메다로 ㅎㅎㅎ

전반전이라고 하긴 뭐하고 1쿼터 끝나고 기념 사진~

그 새 등장한 스시의 벗. 사케!

ㅎㅎ 이걸 다 마신 건 아니고 일단 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 필 꽂히는 녀석 한 병을 초이스!

자, 2쿼터 들어갑니다~~

8. 카니미소(かにみそ 게 내장)를 얹은 보탄에비(도화새우) 스시
보통 일본 회전 스시집 가면 카니미소랑 보탄에비 따로따로 나오는 경우는 봤는데,
역시 뭔가 좀 다르긴 다르네요..

사케를 준비 중이신 웨이터 님~

9. 관자구이 김 쌈
불로 지진 관자를 김에 싸서 먹는 경험...
여러 분들도 다 해보셨지요?ㅎㅎㅎ
잠깐 감상을 공유해 드리면, 아~주 바삭 김 아래에서 관자가 기다렸다는 듯
"나도 바삭해!"라고 다 외치기도 전에 속살로 파고들어 버리며,
스스로 "엇, 정말 바사...ㄱ한 줄 알았는데 몰캉몰캉 쫀득쫀득...." 홍야홍야 @@
그러고서 그냥 혀에서 살살 녹다 목구멍으로 훌렁 넘어가 버리심 ㅎㅎㅎ

10. ねぎとろ+Guacamole 軍艦巻き(네기토로+과카몰리 군함말이)
이것도 평생 못 봐왔던 조합이네요...
제가 무지하게 좋아하는 다진 참칫살에 파를 얹은 네기토로..
일본에선 보통 네바네바(끈적끈적) 패밀리로 마, 낫또 또는 오쿠라 등과 같이 먹는데 아보카도라닛!!!
관자구이 먹고 너만은 평생 못 잊을 거 같았다는 이거 먹고 바로 잊어버림 ㅠ
인간은 참 간사한 동물인듯....

11. ??
이건 도무지 소재 파악이 안되네요..
여튼 부드러운 것이 약간 연어 같기도 하고....

카운터 바 끄트머리에 앉았더니 손님들을 쪼르르 다 볼 수 있는 건 나름 이 자리만의 특권!?

단순히 스시를 입으로만 즐기는 게 아니라,
이타마에 상이 스시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도 즐긴다는 의미에서
이 스시집 이름의 '유'(놀다/즐기다)가 오지 않았나 싶네요~

12. 간장소스에 버무린 파+흰살생선(넙치?) 군함말이
후반으로 가니 군함말이가 꽤 나오네요.
군함말이는 중앙에 내용물을 넣고 그 둘레를 밥과 김으로 싼 일반 마키(김밥을 생각해 보시면 됨)와는 달리,
밥만 김으로 감싸고 그 위에 내용물을 얹는 게 차이인데요,
그 모습이 흡사 군함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

13. 보탄에비 머리 튀김
이건 딱 맥주 술안주로 좋을듯...
약간 소금 간을 해서 짭짤 바삭한 맛이 일품..
그러나 그 전 라인업이 너무나 훌륭해서..
음 좀 쉬어가라고? 알았어~ 느낌으로 지나가는 코너 ㅎㅎㅎ

14. 中トロすし 츄우토로 (참치 중뱃살) 스시
전... 드디어 더 킹이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시미/스시 분야 불문, 저는 참치 광팬...
그 중에서도 츄우토로를 으뜸으로 합니다. (기타 특별한 날에만 접할 수 있는 희귀살들은 제외...)
오오토로(대뱃살)가 더 비싸긴 한데 저는 너무 기름기가 많아서 사실 적당한 살코기와 마블링이 더해진 츄우토로를 가장 좋아합니다...
저 불그스름한 뗏갈...

외유하다가도 역시 그에게로 다시 회귀...
그래, 난 역시 너였어 라고 깨닫게 해주는 순간....

한 점 하실래예~

15. 연근 튀김
그 다음부터는 사실 좀 내리막 길...ㅎㅎㅎ
이미 배도 꽤 찼겠다... 츄우토로를 보는 순간 이미 저는 정상을 찍고 하산 모드로 ㅎㅎㅎ
뭐 맛있게 잘 튀긴 연근입니당 ㅎ (미안, 연근 튀김아 ㅎㅎㅎ 이 정도로 하고 무대 내려가렴 ㅠ)

16. ヤリイカ(야리이카) 활오징어 스시
여기서 잠깐 눈을 흠칫하게 만든 녀석이 등장.
야리이카에 칼집을 내어서 그냥 나오는가 했더니 거기에 버너로 불을 가해 
저 꼬불거림을 연출!! +_+
저걸 사실 비디오로 찍으면 나름 멋있는 영상이 나올 뻔 했는데 넋 놓고 보다 타이밍 놓침 ㅠㅠ
맛보다는 비쥬얼이 일품인 스시

17. 오징어 짜투리 
ㅎㅎㅎㅎ 이건 좀 뜬금없이 등장..
그냥 활오징어 스시 만들고 남은 부위를 구워서 술 안주처럼 내 줌...
그래도 감사히 낼름~ㅎㅎㅎ

18. ??
여기부턴 그냥 내려놓음.
배불렀지만 맛있는 녀석이 나왔는데 안 먹는 게 예의가 아니라는 걸 몸이 본능적으로 알고
스시를 입으로 운반하고 있는 걸 발견.
위에 얹은 건 다이콘오로시에 네기~

19. 우니(성게) 군함말이
이렇게 나태해진 정신상태의 저에게 죽비로 머리를 후려맞은 대목...
저 뗏깔 좋은 꽉찬 성게....
크리미한 맛에 그냥 사르르 녹아버림...

힝... 언제 긴장 풀 수 있는 건지.... ㅠㅇㅠ
Just like T.T~ 너는 정말 내 맘 모르고 너무해! 너무해!

20. 미소 시루 (미소된장국)
재밌는 건 대만 (및 중화권) 사람들은 국 또는 탕을 항상 식사 마지막에 먹는 게 습관입니다.
아마도 국을 밥과 함께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어서 그런걸까요? (사실 건강을 위해 찬 물보다는 따뜻한 물/차를 마시는 대만 사람들의 습관을 생각해보면 그런 듯)
국밥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나~ 뭐... 현지 습성에 따라 막판에 나온 미소시루... 
쩝... 사실 중간중간 한 모금씩 마셨으면 좋았겠지만 ㅎㅎㅎ

21. 아직 다 처치하지 못해 덤으로 나온 새우다리 튀김
그냥 말 그대로 쩌리...
사진도 좀 처량하게 나왔네여 ㅠㅠ

22. 피날레, 가자미 스시
중국어로 比目魚라 하는 고기를 불로 지진듯한데....
위에는 명란젓과 파를 살짝 얹었네요.
명란젓을 먹으면 그 다음에 먹는 음식들 맛이 변해서 스시 먹을 땐 잘 안 먹는데,
그래도 이 집에선 센스 있게 맨 마지막 주자로 등판시켰네요~

오늘 단 한번의 디너 코스를 끝내고 정리 중인 이타마에 상들...
아쉬운 손님은 마지막에 라스트 콜로 추가 주문도 가능~! 
(근데 사실 딱 코스로 나온 것들만 먹어도 배 빵빵...@ㅇ@)

23. 맛차 아이스
우유를 쓰지 않고 맛차만을 써서 얼린 거라 점도가 떨어지지만 
차맛은 잘 살려낸 후식!
깔끔하게 입가심하고 기분 좋게 코스 마무리!

계산대에는 여러 나라 화폐가 이렇게....
ㅎㅎ 안 보는 새에 누가 가져갈 줄 알고 ㄷㄷㄷ 
(그래도 대만은 안전한 나라이니~ 괜춘한가봐여)

1인당 식사비는 맥주한잔+사케 한병 1/4로 나눠서 한 사람당 2000 대만달러...
자주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꼭 한 번쯤은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스시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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