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 직녀를 만나게 한 건 까치,까마귀가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웃픈 전설
한국 사람이면 어렸을 적 한번쯤은 칠월칠석에 대해 들어보셨을텐데요.
영원히 떨어져 살게 된 견우와 직녀가 바로 까치와 까마귀가 만들어 준 다리(오작교)로 1년에 딱 한 번 만난다는 자로 그 전래 동화. (견우 - 중화권에서는 '견우'가 아니라 '늬우랑 牛郎'이라 불림 - 직녀織女에 대한 더 자세한 스토리는 여기 참조)
출처: Google photo
한국에서는 그저 책 속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대만에서는 ‘七夕情人節’라고 하여 일종의 ‘대만식 발렌타인 데이’로 자축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타나바타七夕’라고 하여 비슷한 전통이 있는데 음력을 쇠지 않기 때문에 음력이 아닌 양력 7월7일이죠.
이 날이 되면 나뭇가지에 형형색색의 표찰에 사랑의 메세지를 담아 걸고 사랑이 이루어지길 빌기도 합니다.
출처: the-kyoto.jp
타이페이에서는 매년 따다오청 이라고 하는 옛 나루터에서 불꽃놀이를 한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매번 놓쳐서 못 가다가 마침 친구로부터 소식을 듣고 가보기로 했습니다~~
* 위치:
Yanping Riverside Park
Diwai Road,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 공식 사이트: https://solomo.xinmedia.com/photo/132929-firework
8시반부터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때문에 5시반경에 주변에서 요기를 했는데 그때부터 근처 지하철역인 베이먼北門역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이러다가 자리 없는 거 아닌지 걱정도 되었지만 해가 뉘역뉘역 질 7시쯤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따다오청은 일제시대 전후로 번창했던 타이페이의 ‘완화萬華’ (대만어로는 ‘망카’ 사실 이 발음을 일본인들이 한자로 만든 것이 바로 ‘만화’라는 한자어이고 이걸 중국어로 발음하여 ‘완화’가 됨)라는 서울의 종로 정도 되는 지역에 물품을 수송하는 나룻터인데 지금은 옌핑허빈공원 延平河濱公園이 되었습니다.
강의 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강 주변을 벽으로 두르고 몇 개의 수문만을 통해 접근이 가능..
이 날은 불꽃축제 때문에 주변 교통은 모두 통제했더라구요.
입장하자마자 러브러브한 칭런졔情人節 네온 사인...
저게 바로 옌핑허빈공원으로 향하는 수문 중 하나...
(이게 나중에 카오스의 문으로 돌변한다고 하면 너무 재난영화 스토리 같을까요...=_=;; 여튼 끝까지 읽어보시길......)
축제인만큼 여기저기서 음식도 팔고 공연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만 요기를 하기도 했고 자리를 맡는 게 더 시급하기 때문에 냉큼 명당(?) 자리부터 물색해 보기로...
...는 개뿔...
이 시간에 명당 따위가 있을리 없습니다만 그래도 어렵게 빈틈을 비집고 최소한 앉아는 봅니다 ㅎㅎㅎ
초승달인지 그믐달이 떴네요... 그 아래 아저씨 머리가 보름달처럼 더 밝게 빛나 돋보여 보입니다.. ㅎㅎ
그리고 운치 있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조각구름 하나 출현!!
한 1시간 정도 수다로 시간을 떼우다 뒷편 상황이 궁금해 고개를 돌려보니 세상에...
그리고 8시반 불꽃이 터질 시간이 되었는데 잠잠하더니 한 5분 있으니 그제서야 첫 폭죽이 쏘아집니다...
(참 시간 준수 ㅉㅉ.. 주최측에서 뭔가 핀트가 안 맞았던듯;;)
불꽃놀이가 시작되니 앉아있던 사람들도 하나 둘 일어서서 앞쪽으로 우르르 몰리네요~
근데 안타깝게도 불꽃과 저희 사이에 나무 한 그루가 떠억!!ㅠㅠ
하필 둥지 튼 곳이.... 뭐 그치만 이 정도 근접해서 본 걸 위안으로 삼아봅니다.
펑펑~~
여기저기서 폰카메라로 찍어대느라 정신이 없네요 @@
10분 정도;; 대단히 짧게 진행된 불꽃놀이가 끝나고 나갈 때 정체가 우려되어 일찍 자리를 뜨려니 뒤늦게 한 두 발씩 계속되는 불꽃... 뭐징? -_-;;
갈만 하면 또 한 발. 다시 뒤돌면 또 한 발...
추측컨데 첫 발포가 늦게 되면서 마저 터뜨리지 못한 녀석들을 소진하는 모양이었던듯;;; 네 이놈들...
행여나 놓치는 게 있을까봐 멈칫한 저희에게 “넌 허탈감을 남겨줬어....” ㅡㅡ+
그리고 나서 나가려고 보니....
하아.... =_=;; 이미 늦...
20분 뒤...
뭐 거의 무언가에 홀려 한 방향으로 향하는 좀비 떼 같기도 하네요;;
40분 정도 지나고서야 겨우 수문 근처까지 왔습니다...
여기에 또 부상 당한 사람이 있는지 이 틈을 비집고 구급차는 왔다갔다 하고...
그 틈새를 노리고 구급차를 위해 터진 길을 따라 구급차 뒤를 졸졸 좇아 얌체 같이 나가는 사람도...
그래도 수문 폭이 꽤 넓은데 왜 이렇게 극심한 정체가 발생했는지...
주최 측에서 치밀하게 행사 기획을 못 한 듯한 인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네요;
다만, 사람들 사이에서 푹푹 찌는데도 나름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대만사람들의 높은 시민의식에는 박수를!!
수문을 나오고 나서 각자의 목적지로 해산하는 사람들...
근처 베이먼 지하철역에는 사람들로 너무 붐벼 탈 엄두가 나지 않아
타이페이 역까지 슬슬 걸어가 보았습니다.
밤이 되니 타이페이101처럼 빨주노초파남보로 색깔이 변하는 역사...
명당 자리에서 전문 카메라로 찍으면 이런 예술 작품이!!
발렌타인 데이인 만큼 많은 연인들이 행사장을 찾았지만
불꽃놀이가 10분 정도로 짧은 데 비해 사람들은 미어 터져서 가급적이면 근처의 높은 지대나 건물 위에서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네요...
심지어 자기 집 베란다에서 찍었다며 친구가 보내준 사진 보고 좀 허탈...
전설에 의하면 까치와 까마귀가 만들어준 다리로 견우와 직녀가 만났다고 하는데 현실에서는 새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서 견우와 직녀의 다리를 놓아준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이름하여 '오작교'가 아닌 '인작교'ㅎㅎㅎ
그러고 보면 10월초에 한화가 63빌딩 근처에서 주최하는 불꽃축제는 2시간 정도 이어졌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드네요~
그거에 비하면 여러모로 좀 아쉽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걸로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해 준 한 마리의 새(? 진짜 새 된 건 맞는듯;;ㅎㅎ)가 되어 대만 문화 체험이 되었다는데 의미가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