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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Sep 05. 2017

[대만 이모저모] 타이페이 유니버시아드 육상경기 참관기

한국에서도 못 해봤던 육상 경기 직관을 대만에서 다 해보네!

한동안 타이페이를 뜨겁게 달궜던 유니버시아드 대회도 폐막이 가까워진 월요일 저녁..
일본에서 친구가 놀러와서 원래 있었던 약속을 미뤘건만 갑자기 시간이 안 된다며 약속을 파토낸 녀석 덕분에 벙 찔 뻔 했었으나,
타이밍 좋게도 유니버시아드 육상 경기 티켓이 있다는 대만 친구가 절 살리네요 ㅠㅠ

7시 40분에 만나기로 해서 퇴근하자마자 부랴부랴 버스를 타고 출발~!!
했으나 퇴근길이라 그런지 한국을 연상시키는 버스 안....
길도 꽤 막히네요..ㅠ

베뉴는 지난 번 봤던 농구 경기가 열렸던 타이페이 아레나 (대만명 '小巨蛋 샤오쥐딴') 뒷편에 거대한 트랙 경기장!

친구와의 접선 장소가 뒷편인 줄 알고 10분을 걸어서 가는 길...
벌써부터 엄청난 함성 소리가 마음을 급하게 하네요 ~_~

평소에는 타이페이 시민들이 자유롭게 운동을 하는 곳인데 대회기간 중에는 선수들 몸 푸는 장소로 쓰이는 것 같더라구요~

그러나 알고보니 접선 장소는 제 버스가 내린 곳 바로 옆이었다능 ㅠㅠ
가는데 10분... 오는데 10분... 결국 왕복 20분을 걷기 운동 ㅠㅠㅠ

경기장 정문

처음부터 만날 장소의 좌표를 찍어주지... (아니면 제가 먼저 물었어야 했나?!ㅎㅎㅎ)
여튼 마음씨 착한 친구는 미안하다며 저녁도 못 먹고 왔을텐데 이거나 먹으라며 건네준 
타이페이 유니버시아드 공식 마스코트 곰돌이 모양의 펑리수(鳳梨酥)~!

상자 디자인만 귀여운 줄 알았는데...
이름도 熊讚不會蘇(쑝짠부회이수)
뜻을 풀이하면 '곰돌이짱은 질 리 없엉~' 정도 되려나요;;ㅎㅎㅎㅎㅎㅎㅎㅎ

원래 마지막 글자는 원래 '지다'라는 뜻의 '輸슈'가 들어가야 맞지만
발음이 비슷한 '酥수'(바삭바삭한 쿠키 또는 케익)로 바꿔서 넣었네요~ (펑리수할 때 그 '수')

중화권 사람들은 이렇게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빗대어 길흉의 상징으로 쓰는 걸 좋아하더라구요~
예를 들어 죽음을 의미하는 死와 발음이 비슷한 四는 좋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그 외에도 숫자 8(ba)을 의미하는 八와 돈을 벌다는 뜻의 發財의 發(fa)를 연결지어 8을 길한 숫자로 본다든지 말이죠... 
(사실 ba와 fa의 발음이 왜 비슷한진 잘 이해는 안 가지만 @@;;)

상자, 이름은 그냥 약과 였네요...
안을 까보니 이런 애가...
이걸 귀여워서 오또케 먹나요 ㅠㅠ 라고 외치고 바로 한 입에 먹어치워 버린 나란 놈...-_-;
맛은 그냥 펑리수더군요 ㅎㅎㅎ

경기장 입장~
거대한 함성소리~~~~

남자 1600m 경기였던듯?!

그리고 다른 한 켠에서 진행중인 남자 멀리뛰기
타타타 뛰어서

폴짝~!

오늘의 마지막 경기인 남자 400m 계주 전에 열린 여자 계주 시상식..

청명한 하늘에는 초승달인지 그믐달이 세계 각국의 국기들과 함께 빛나고...

멀리뛰기에서 금은동 메달을 딴 체코, 프랑스, 알제리 선수들...
중국의 압박에 의해 대만은 공식적으로 '국가'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대만은 Chinese Taipei로 출전하는 건 전에도 한 번 말씀드렸던 적이 있는데,
그래서 대만 선수들은 메달을 따도 국기를 들고 저런 세리머니도 할 수 없다고 하네요...
이걸 덤덤하게 얘기해주는 대만친구의 태도가 뭔가 더 안타깝더라구요...

이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시상식 때 자국의 국기랑 국가가 연주되지 않아 금메달을 따고도 비통한 표정의 대만 여자 태권도 선수를 본 것이 기억에 남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마치 일제치하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처럼 말이죠..
(자세한 기사는 기사 참조)

금메달을 목에 걸지 않은 손기정 선수 (좌) / 금메달을 따고 슬퍼했던 대만 태권도 선수 (우)


오른쪽 끝에서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육상 결승전인데 아시아에선 드물게 대만 팀도 진출했네요~
 

참고로 남자 100m 육상경기에서 대만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해서 현지에서도 적지 않게 놀랐었는데요
그런 기대감이 반영되어 그런지 대만 선수들이 입장하자 경기장 함성 소리는 하늘을 찌를듯 합니다.

남자 육상 1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만의 양춘한 선수

두 바퀴까지 3위까지 치고 올라왔던 대만팀은 막판 뒷심 부족으로
마지막 바퀴를 남겨두고 4위로 쳐지고 마네요... 결국 메달권에서 탈락 ㅠ

비록 농구처럼 한국을 응원할 일은 없었지만,
밀집된 농구경기장과 탁 트인 육상경기장 모두에서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열기를 느껴서 즐거웠습니다~!

나가기 전에 기념 촬영 한 컷~

그리고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장면 =_=;;;
얼마 전 타이페이 칠월칠석 불꽃축제의 악몽이...
(아무래도 타이페이 행사조직위에서 국제 경험이 미흡하다는 인상마저 받았다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 안 빠지나 했더니 일단 출구가 몇 안 되는 데다가 좁고,
심지어 저 좁은 출구 바로 앞에서 기념품을 팔고 있더라는;;; (그럼 사람들이 빨리빨리 못 빠지자나!!!!)

이런 상황에서 돌발 사건이라도 터지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될 건 불 보듯 뻔한데 말이죠;;
이 부분에 대해선 주최 측에서 관중들의 퇴장 동선 등 좀 더 연구를 해서 개선해야 할 듯 싶어 보이네요~

우리 (귀여운듯 귀엽지 않은 귀여운?) 반달곰짱과도 한 컷~
(사견이지만 진짜 마스코트 대충 만든듯;;ㅎㅎㅎㅎ)
승리의 W!!

대회 내내 전체 성적 1등을 지켜오던 한국이 막판 일본의 추격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전체 2위를 했던데... 아쉽네요 ㅠ
그래도 타이페이의 성공적인 대회 유치를 축하하며 저의 유니버시아드 관람기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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