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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Apr 26. 2016

[대만 타이페이 맛집] 오가닉 퓨전 프렌치 RAW

대만에서 가장 예약이 어렵다는 레스토랑

우연히 길을 지나치다 인테리어가 너무나도 예쁜 식당을 발견하여 현지 친구에게 물어보니 대만에서도 대단히 유명한 식당으로 몇 달 전에 예약해야 겨우 갈 수 있다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멋진 카운터를 보고 그냥 지나치면 안되죠...

이름하여 RAW.
정말 말 그대로 '날 것' 그대로의 이름...
듣자하니 최대한 현지산 유기농 재료를 써서 만드는 퓨전식 프랑스 요리 집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바로 예약 들어갔습니다.
www.raw.com.tw에서 가능!

홈페이지도 아주 날 것 같이 심플하네요~

Reservation이라는 메뉴에 들어가면 예약이 가능한데...
사실 자리를 잡는 게 그리 간단치는 않습니다... 최소한 몇 주 내지 몇 달 전에 예약해야 겨우 잡히는 이 자리가 저는 운 좋게도 2주만에....겟또! ㅠㅠ

예약 성공!

그래서 식사일을 맞았습니다~!
도착은 예약시간 10분 내로 오지 않으면 바로 자동 취소돼 버리므로... 힘들었던 예약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게 예약일에 늦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재밌는 건 안에서 누군가 열어주어야 들어갈 수 있더군요;;
역시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은 아닌가 봅니다.

입구부터 무슨 숲속 쉼터같이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네요..

식당은 당연히 몇 주~몇 달 전에 예약한 손님들로 북적북적~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운 좋게도 자리도 구석의 아늑한 곳!

메뉴는 중국어, 영어 두가지 버젼이 있네요.
RAW라는 식당 이름 답게 아주 심플한 메뉴판!!
메뉴는 따로 선택이 불가하고 1인당 부가세 제외 1,850 대만달러 (약 7만원).
코스는 총 8가지 코스로 되어 있고, 메뉴는 3~4개월마다 한번씩 교체된다고 하네요.

포크, 나이프, 수저 등 식기는 테이블 밑에... 이렇게 가지런히!
코스 별로 꺼내 드시면 됩니다~
식사와 관련된 모든 게 식당과 혼연일체가 되어 있는 기분!

식사 보자기도 깔끔하네요.

음료와 식전 빵은 따로 선택이 가능한데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둘 다 시켜보았습니다.
음료는 ELDER FLOWER / LEMON / BOUBLE와 LYCHEE / WOOD SORREL / YUZU 쥬스를 각각 시켜보았습니다.. (이름부터가 무시무시하네요...)
근데 리찌와 유자의 조합은 그냥 이름만 들어봐도 맛날 것 같지 않나요?ㅎㅎㅎ
근데 가장 싼 음료가 320 대만달러 (한국돈 1만원)니 ㅎㄷㄷ하네요...

음료 메뉴 뒷면 디자인도 소홀히 하지 않는 자세!

식전 빵... 아주 이쁜 포대(?)에 담겨 나오네요...
겉은 바삭바삭, 속은 쫄깃쫄깃한 게... 비싼만큼 값을 톡톡히 해주네요.

이 크림 소스에 찍어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네요~
(먹고 남은 빵은 테이크 아웃도 가능!)

드디어 첫 전채 요리로 '쌀로 빚은 죽'
흰쌀 퓨레가 깔끔한 백자 같은 도기에 담겨 나와 더더욱 정갈해 보이네요.

그리고 나온 다진 게살을 아스파라거스 순으로 감싼 애피타이저!
그걸 저기 보름달처럼 찍힌 두부/버터 소스에 살짝 찍어서 먹으니 입맛이 용솟음 치기 시작합니다.
허허허

촛불을 보며 다음 요리를 기다려봅니다.

두 번째 코스는 가리비 요리!
아래에는 돌을 깔아 우리나라 돌솥처럼 온도를 유지해 줍니다.

껍질을 여니 튀긴 메밀 가루를 뿌린 가리비 속살이~
굳이 나이프를 써서 자르지 않아도 이미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려져 있네요~

흠... 마치 진주 같은 자태를 뽑내고 있네요...
부드러운 가리비 속살과 아삭아삭한 메밀 가루가 묘한 조화를 이루네요~

그 사이에 도착한 음료~!
이건 리찌+유자 드링크!

쥬스는 유자의 산미가 강하지만 바닥에는 응고시킨 리찌 버블을
살짝 깨물면 톡 터지면서 단맛이 산미를 감싸주며 절묘한 조화를 이루네요~

이건 ELDER FLOWER.. 마신 후 입안에 남는 민트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만 블로그에는 이 쥬스를 많이 추천하고 있었는데 식당 마스터에게 물어보니 요즘은 리찌+레몬 쥬스가 리찌 버블 덕분에 많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하네요~

다음은 우설(소 혀)를 얇게 썰어 살짝 구워 바게뜨에 얹은 후 파/양파/마늘을 위에 솔솔 얹은 요리!
우설하면 보통 질기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으니 이건 무슨 스페인의 생 햄 (하몽)에 가까운 식감이었습니다.

4번째 코스는 새우에 무슨 연근같은 채소 뿌리와 와사비 무순을 곁들인 요리!
부드러움과 쫄깃쫄깃함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새우살은 그야말로 가히 최고의 식감...
입안에서 녹으면서도 씹는 맛을 포기하지는 않은 듯한 오묘한 경험!

이 위에 크림 소스를 부어 주는 퍼포먼스...
그냥 먹는 것만 즐기는 게 아니라 마스터가 직접 와서 각 메뉴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이렇게 요리가 변화하는 모습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보통 예술의 경지에 이른 요리는 오감(미각, 후각, 시각, 청각, 촉각)이 즐겁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던 듯 하네요...

다음 요리를 기다리면서 옆에 있는 멋진 나무 카운터를 찍어봤습니다.
수납공간들도 이 곡선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지 않는 요리처럼 인테리어도 실용성과 예술성 모두를 잡고 있었습니다.

벽은 노출 콘크리트같이 보이지만 싫은 나무에 콘크리트 색 칠을 한 것이더군요...
RAW라는 이름 답게 뭔가 거칠고 날 것 같으면서도 나무의 질감을 이용하여 따뜻한 느낌을 주는....
정말 설명하면 설명할 수록 뭔가 모순된 것들 사이에서 균형을 찾은 듯한 가게 주인의 철학이 와닿네요..
(사실 저 혼자 그냥 설 풀고 있는 것일수도...ㅎㅎㅎ)

뭔가 계속해서 애피타이저 같은 요리들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제철(봄) 채소들이라고 하는데...여기 날씨는 벌써 여름이라 이건 좀 와닿지 않는군요...ㅎㅎㅎㅎ
안에는 다이콘(삶은 무)..

이건 처음 보는 꽃봉우리와 꽃줄기를 통째로 자른 듯한 채소 줄기가 히라메(넙치)와 함께 나왔네요~
부드러운 히라메 속살과 다소 질긴 줄기가 입 안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듯한 느낌~!

이 요리도 새콤함 소스를 부어주니 또 분위기가 바뀌네요~

한 마리의 공작 또는 뱀(? ㅎㅎㅎㅎ)이 용솟음 치는 듯한 역동성이 느껴지네요

다음은 메인 요리(?)라고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기!
칼과 포크를 포스 있게 세팅해 주네요~

카레향으로 훈제시킨 양배추 튀각, bearnaise 소스 그리고 퀴노아(안데스산 곡물)에 버무린 닭고기 요리!

양배추 잎사귀 뒤에 숨어 있는 닭고기도 아까 먹었던 새우처럼 전혀 질기지 않고 쫄깃쫄깃하면서 부드럽네요~

후식이 나오기 전에 화장실에도 들러보았습니다~
근사하다고 하길래 들어가봤는데 흠칫!
대체 여자화장실은 어디고 남자화장실은 어디...?! +_+
무슨 미로같기도 하네요...

알고 보니 하나의 기둥들이 개인용 화장실이었습니다.
이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슨 호텔 같은 화장실이....

다들 멋진 공간에서 맛진 음식을 즐기고 있네요~

자칫 텅 비어 보일 수 있는 벽면도 이렇게 과하지 않게 화려하면서도 심플함은 간직한 장식물로 데코...

마지막 후식은 객가(客家 hakka)식 차, 뇌차(번개 차)를 응용한 디저트~

말이 '차'이지 사실은 씨리얼에 좀 더 가깝다는...
객가식 뇌차는 이렇게 곡물과 차를 함께 먹는다고 하네요~

아몬드 모찌를 곁들여 먹어봤는데 이건 프랑스라기 보단 좀 일본스럽네요.

우와~ 이렇게 장장 2시간 반의 오찬 코스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마지막의 계산서도 이렇게 예쁘게 나오네요~

심지어 카드 계산 후에는 그냥 카드를 돌려주는 게 아니라 영수증과 함께 깔끔하게 카드 봉투에 담겨져 나오는데 정말 이 가게의 디자인에 대한 철학에 다시 한 번 감탄했습니다.

가격은 한 사람당 7~10만원 정도 들기 때문에 절대 싸진 않지만 값은 충분히 한다고 봅니다.
뭔가 좀 더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는 촉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은 덜 할 지 모르겠지만 저는 사실 미각보다는 각 재료의 특성을 극대화시킴으로써 오는 재료 본연의 맛과 서로 다른 질감의 재료의 절묘한 밸런스에서 오는 촉각의 향연이 특히 인상적이었네요.

가게 이름은 RAW일 (날 것같을) 지 모르겠지만 음식, 인테리어 등 내용물만큼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인상적인 시공간 체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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