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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Apr 28. 2018

[대만 섬 시리즈-녹도(끝)] 고양이와의 오찬

무사히 녹도에서 타이동으로... 그러나 그곳엔 좌절의 연속

어후~ 아침 온천달걀 몇 알 먹고 격하게 돌아다녔더니 허기가...
마지막 끼니는 뭔가 '녹도'스러운 걸로 먹어보자 하고 찾은, 활주로와 항구 사이 방파제 근처 식당...

이 집 냥이... 눈 색깔이 짝짝인 게 심상치 않네요... (뭔가 백내장 같은 거에 걸린듯...ㅠㅠ)

날치는 란위섬이 더 유명하긴 한데 이곳에서도 잡히는 모양..
그래서 다소 특성을 가진 날치요리 하나와 사슴고기 요리 그리고 적당히 채소 요리를 시켰네요~

음식 시키고 앉아 있으니 밖에서 자꾸 밥 달라는 듯이 쳐다 보던 야옹이...
문에 틈만 있으면 자꾸 들어오네요..

대만 섬에서 나는 해초와 달걀 볶음 요리

Fried flying fish인데 Bomb the flying fish라는 '날치를 폭격하라'로 다소 우스꽝스레 번역된 날치 후라이...
생각보다 살코기가 많아서 놀랐지만 맛은 좀 삼삼하고 그저 그랬던 듯..
그래서 조금 먹고 우리 배고픈 냥이 밥으로 제공 ㅎㅎㅎ

뭔가 날치 두 마리가 포옹하고 있는 것 같네요 ㅎㅎㅎㅎ
부제: 날치의 동침...

다크호스였던 사슴고기볶음...
육질도 연하고 소스 맛도 굿!! 추천!

결국 슈렉 장화 신은 고양이의 눈빛을 쏴대는 야옹이...
녀석 포식하도록 날치 상납함... (근데 주인 아주머니가 식당에서 쫓아내심 ㅠ)

날치 회도 있나 보네요... (근데 딱히 먹어보고 싶진 않았네요 ㅎㅎ 초장 있었으면 모를까...)

그 외에도 날치 폭탄(?)을 포함해 많은 녹도 요리들~ 
오른쪽 상단의 문어 요리는 한 번 트라이해 보고 싶긴 하네요..

밥을 먹고 나선 녹도 특산품 샵에 들러서 간식 몇 개 시식하고 여행하면서 먹기 위해 구입~

땅콩, 팥, 깨, 타로 등이 들어간 모찌~

그렇게 1시간의 파도로 일렁이는 바다를 건너 다시 타이동에 도착!!
생각해 보면 하루 남짓 녹도에 있었는데 알차게 돌아다녀서 그런지 굉장히 오랫동안 있었던 것 같네요 ㅎㅎㅎ

타이동에는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는데, 일반 건물 안을 호스텔로 개조했네요~
운이 좋게도 이 날 저희 밖에 없어서 6인실을 3인실로 사용하는 행운을!!
게다가 주인 분도 너무 친절하시고 내부 인테리어도 완전 깔끔!!
심지어 저 나무 침대며 이 집 안의 모든 가구들은 주인께서 직접 디자인/제작하셨다고... +_+b

화장실도 얼마나 깔끔하던지!!

이런 소소한 디테일 좋네요~

사실 저희가 타이동에 온 이유는 란위섬에 가기 위해서 였는데요...
즉 이번 여행의 일정은 타이동 - 녹도 - 타이동 - 란위
란위섬으로 가는 비행기는 다음 날 아침 이른 편으로 예매를 해두었더랬죠~

결국 이 날 오후는 타이동 투어!!
일단 숙소에서 샤워도 하고 쉬면서 재정비한 다음에 저녁 먹으로 추천 맛집이었던 이자카야를 왔으나...
택시 타고 갔건만 하필 만석...ㅠㅠ
아니, 타이동 식당에서 이렇게 거절 당할 줄이야...

또 택시 타고 돌아가기 애매해서 그냥 걸으면서 동네 구경...
대만 대부분의 건물은 1층이 가게, 2층 위는 주택이 있는 구조이고 각 층에 다른 가구가 사는 일종의 연립 주택 형식인데,
타이동은 유독 한 동 전체에 한 가구가 사는 경우가 많은데 (마치 네덜란드의 좁고 높은 타운하우스 집처럼..)
이건 그냥 타이동 면적에 비해 거주 가구가 적어 이렇게 집을 넓게 쓴다고...;;;

사실 타이동은 대만섬으로 볼 때 타이베이의 거의 대척점에 있는 외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동쪽에선 이란, 화롄에 이어 나름 큰 도시(?)이긴 하지만 그래도 서해안 도시들에 비하면 그냥 '읍' 수준의 도시...
게다가 동해안은 지진이 많이 나는 관계로 인구가 서해안에 비해 대단히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은 왜 찍었는지는 모르겠네요...
대만에 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만 신호등에는 신호가 언제 바뀌는지 알려주는 카운트다운 시계가 있어 저는 편리하고 좋더라구요.
게다가 한국은 횡단보도 파란불이 빨간불이 바뀌자마자 차도의 불이 파란불로 바뀌는 데 반해,
대만은 전자가 빨간불이 되어도 후자가 파란불 되기 까지 약 10초 정도의 버퍼가 있어 더 안전...

이런 부분 보면 대만사람만 친절한 게 아니라 신호등도 참 보행자에게 친절하네요...^^ 칭찬칭찬!

당시 건물이 독특하게 생겨서 찍었던 거 같은데...
다시 보니 뭔가 버려진 공장 같기도 하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뭔가 가물가물해서 구글맵에서 뒤져보니 초등학교...;;;
이름은 '동해국민소학'  

그렇게 초교 뒷편으로 보이는 鯉魚山(리어산) 방향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보았습니다.
리어산은 타이동 시내 한가운데에 위치한 나지막한 산.. 올라가서 시내 전경이나 한 번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해가 뉘역뉘역 지고 있어서 그냥 산은 둘러 돌아가는 걸로...

저녁 장소를 찾아 걷다보니 어느덧 시내까지 왔네요.
건물을 보니 나름 이 동네에서 오래된 듯한 시내 병원 (동화외과)

기괴한 모양의 나뭇가지를 모아 간판을 만들었네요.
이런 나뭇가지는 보통 태풍 후 해안가에 가면 많이 있는듯...
한자로 뭐라고 적은 듯 한데 가운데는 일어 히라가나의 の 같고 그 우측 하단의 글자는 客(객)자 같은데 나머진 모르겠네요 @@
대만 동쪽은 태풍/지진이 잦은 곳인데 왠지 바람 불거나 땅이 흔들리면 떨어질 것 같네요...
여튼 독창성은 100점

반려동물 샵에서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고양이..
얼핏 보면 털 문양이 표범 같기도 하네요.. +_+

타이동 명물 국수인 미타이무(米苔目)를 먹을까 했는데... 
매번 여기만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줄도 길어서 계속 돌아다니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결국 편의점에서 컵밥을 ㅎㅎㅎ
그래,... 밥이라서 좋다 ㅠㅠ

그리고 나서 해빈공원의 멋진 야경을 보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가는 길에 발견한 폐건물... 뭔가 밤에 보니 더 무시무시하네요..

해빈 공원 앞 사원..

원래는 이런 야경을 기대하고 해빈공원에 다달았으나...

출처: https://c1.staticflickr.com/9/8353/8408457462_4fcfc6f39f_b.jpg


충격적이게도 이 날 밤은 불을 안 켜주네요...ㅠㅠ

이 때부터 뭔가 좀 불길한 예감이...
녹도섬에서 날씨는 좀 안 좋았지만 구경 알차게 잘 하고, 민박집도 너무 괜찮은 곳으로 예약해서 한껏 들떠 있었건만...
- 냠냠 맛있게 먹으러 갔던 식당은 만석...
- 저녁 맛집 찾기 실패...
- 야경보러 온 해빈공원에서 라이팅 안 켜주고...

에라이... 너무 지치기도 해서 걷기도 지긋지긋해 그냥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 복귀하기로... 
어차피 내일 란위섬 가는 비행기도 이른데다가 오늘 이동이 많아서 지쳤으니 일찍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었죠~

이 날 참 별 사진 많이 찍었네요...
택시 기다리던 식당 앞에 있던 항아리 우물..ㅎㅎㅎ
어느 식당 앞인지는 이상하리만치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결국 컵밥으론 너무 허기져서 숙소 돌아온 뒤 피자를 시킴 ㅎㅎㅎ
원래 여행하면서 이런 짓 잘 안 하는데 역시 시장이 반찬이랬던가...너무 꿀맛 ㅎㅎㅎ
(저 옆에 보이는 소주 어쩔 ㅎㅎㅎ)

참고로 전 너무 졸려서 피자 폭풍 흡입하고 바로 꿈나라로...

그렇게 아침 일찍 기상해서 란위 갈 비행기를 타러 타이동 공항으로~!
친절한 주인 누님(?)께서는 저희 나가는 시간에 맞춰 일어나 아침 손수 전달해주시고 목공예품 만들고 남은 향나무 톱밥 방향제를 따로 선물로 주시는 세심한 배려를...+_+ 대만 사람들의 소소한 친절에 다시 한번 절로 미소 짓게 되는 순간이네요.

비몽사몽한 와중에도 셋이서 기념 사진 찍는 여유... (근데 주인 누님 없이 우리 셋이서만...ㅎㅎㅎㅎ)

택시를 잡아 여유 있게 공항에 무사 도착...
휴우~ 
이제 다시 제대로 란위섬 관광하는 건가? 설렘과 기대로 두근두근...

근데 아래 사진의 깃발에서도 보여지듯 바람이 무쟈게 세네요...@@

뭔가 여행에 먹구름이 다시 낄 것 같은 이 본능적인 불안감의 엄습...

란위로 가는 유일한 비행기인 덕안항공에 체크인까지 마쳤지만
직원은 기상 때문에 이륙이 가능할 지는 좀 더 대기해 봐야 안다고 하여 끝까지 긴장감을...

밖에 나와서 우리 우짜냐...

그리고 스마트폰 만지작 거리며 대기....

타이동 공항에는 조그맣게 원주민 공예 전시관도 있더라구요.
시간 떼울 겸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

그러나 7시 이륙 예정이었던 항공편은 계속 지연에 지연을 거듭하더니...
거의 한 2시간을 기다린 시점에...헉스... 캔슬...ㅠㅠㅠㅠㅠㅠㅠㅠㅠ

후엉...
원주민 조각상이 저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듯 합니다..
아니지... 아니겠지...

이 시점에서 더 기다려볼지 아니면 그냥 란위섬을 포기하고 다른 곳을 갈 지 결정했어야 하는데..
이미 두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고 아래에서 보듯 이후 비행편들도 다 딜레이 내지는 캔슬이 난 상황이라 
공항에서 계속해서 시간을 마냥 허비하고 있기도 애매...
게다가 앞의 캔슬된 비행기에 못 탄 탑승객들이 다음 항공편 대기 걸어놓은지라 사실 다음 비행기 중 하나가 뜨더라도 우리가 탈 수 있을지도 미지수..

그래서 고심 끝에 비행기표를 포기하고 그냥 차를 렌트해서 화롄 여행하기로...ㅠㅠ
근데 이것도 쉽지 않았던 게 당시에는 대만 운전 면허증도 없었을 뿐더러, 유일하게 대만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계셨던 일행 분도 거류증이 없어서 빌리는 데 애 좀 먹었었네요;;;

하아... 정말 어제 타이동 온 이래로 계속 뭔가 안 풀리네요 ㅠㅠㅠㅠ
에잇... 스트레스는 먹는 걸로 풀어보자~ 하고 일단 쌀과 도시락으로 유명한 지상(池上)으로 궈궈...

지지리도 안 풀리는 여행 때문에 다소 침체되어 있던 분위기를 차 안 음악과 지인 분께서 그려서 카톡으로 보내준 캐리커쳐로 업 시켜봅니다 ㅎㅎㅎ

어째 좀 비슷한가요?ㅎㅎㅎ

그렇게 '지상 도시락 문화 역사관(池上飯包文化故事館)'에 도착!
(정말 이번에는 도시락만 먹으러 갔지만 제대로 된 지상 여행기는 여기 참조)

간단하게만 짚고 넘어가면, 지상은 타이동현의 지역 이름으로, 이곳은 쌀농사 짓기의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어서 일제시절에 들어온 일본인들이 전략적으로 이 곳을 개간하고 쌀 품종을 개량해서 심기 시작했고 그것이 현재 지상의 특산품 '쌀'을 낳은 것...
 
그 쌀에, 새참처럼 이것저것 반찬을 얹어 싸기 시작한 도시락도 덩달아 명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를 관광적으로도 십분 활용하고자 이런 역사관이 생겼네요..

이 곳 도시락의 인기를 말해주듯 엄청난 대기 행렬...ㅠ
건물 밖에는 옛 기차들과 역사를 재현해 둔 공간이 있고, 1층은 식당과 기념품샵 그리고 2층은 식당과 전시관이 있습니다.

한 30분 기다려서 겨우 도시락 확보!!

종류별로, 돈까스, 닭다리 튀김, 그리고 돼지고기 시킴
나머지 반찬들은 똑같음.

이건 셀프 리필 닭육수탕..

금강산도 식후경
먹고 기운 내 보죠~~

2층에는 식사 테이블 및 저렇게 쌀농사와 관련된 전시물들이..

후식으로 시킨 아이스크림..

거의 2시가 넘었는데도 행렬이 쉽사리 줄지 않네요...

1층 기념품샵에서 산 간식, 쌀과자

그렇게 달리고 달려 화롄으로 향합니다...
저의 마음과도 같이 날씨는 먹구름으로 가득하기만 하네요..

그걸 바다는 아는지 모르는지 저리도 아름다운 에메랄드 색깔을 뿜어내다니...

중간에 관광명소가 있다고 해서 차를 세워보았습니다..

바로 박쥐들이 대거 서식하는 동굴;;;

배를 타고 동굴 구경하면서 박쥐는 덤으로 보는 듯한 코스인듯 한데...

일단 줄이 꽤 있어서 대기는 지긋지긋한데다가 입장료도 조금 아까워서 과감하게 스킵!!
대만이 섬인만큼 바다는 쉽게 볼 수 있지만 동해안의 해안 경관은 특히나 아름다운 거 같다는 생각...

그렇지만 거듭되는 여행 계획의 차질에다가 점심에 먹은 도시락이 얹혀서 저는 계속 뒷 좌석에서 영화를 봤네요...ㅠ

그렇게 화롄에 다달았네요.
위에서 타이동의 잉어산(鯉魚山)에 대해 소개한 바가 있는데 재밌게도 저희가 방문한 이 호수 이름도 잉어네요 ㅎ 鯉魚潭

안개가 껴서 신비로움을 자아내지만 딱히 엄청 특별한 건 없네요.
오리 보트라도 타 볼까 했는데 영업종료 시간이라고 해서 이마저도 실패 ㅠ

화롄에서는 급히 찾은 사천식당...
근데 이 때 체기까지 올라와서 그야말로 컨디션 최악 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뭔가 여러모로 안 풀렸던 여행...

마파두부 시켰는데 제대로 먹지도 못했네요...

심지어 에어비앤비로 민박 예약했는데, 지도에는 위치도 제대로 안 나와 있어서 고생고생해서 왔건만, 주인은 어디 가서 체크인도 되질 않고 기껏 30분 넘게 기다렸더니 시스템 오류로 오늘 만실인데 오버부킹 되었다고;;;

와우~ 이쯤 되면 그냥 해탈...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브라우징 끝에 외곽에 있는 민박 예약...
상당히 깔끔하고 좋았는데 가격이 안습이었지만 너무 지쳐서 그냥 쓸데없이 호화로운 집 3층을 통째로 빌렸네요...

여행이 재밌는 건 인생의 축소판 같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대부분 생소한 지역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들과 맞닥뜨리게 되니까요.
물론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거나 날씨 등 운이 좋아서 일정이 잘 풀릴 때면 더 없이 신나고 기쁘지만 
더러 이렇게 예정했던대로 일이 안 풀리는 여행도 있기 마련이죠.

특히나 이번에는 첫 녹도 일정이 궂은 날씨에도 나름 잘 풀려서 한껏 업되어 있었던 분위기가 이후 계획들에 차질이 생기면서 급격히 다운됐었던 기억이 지배적인 여행으로 전락...
하지만 모든 건 마음 먹기 달렸다고 다음 날 마지막날 일정을 위해 심기일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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