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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Jul 14. 2018

[대만 캠핑 후기(1)] 빗 속 피크닉

별똥별이 만들어준 잊지 못할 추억

타이베이는 그렇게 맑았건만... 캠핑사이트가 위치한 신주 산 속으로 들어올수록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캠핑사이트는 산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구비구비 산길을 30분 넘게 올라가야 했다.
그러고나서 도착한 캠핑지.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예약해 둔 캠핑 구역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애들 픽업하고 캠핑지까지 운전하느라 수고한 토니

울창한 숲쪽이 뭔가 아늑하고 좋아보였는데 이미 다 차 있어서 우리는 그 바로 바깥 쪽에 자리를 잡았다.

귀를 기울여 보니 숲속에서 매미 우는 소리가 동굴 속 메아리처럼 캠핑지에 울려퍼졌다.
핸드폰 전파도 터지지 않고...이제야 자연이구나...라는 느낌?!

확실히 산이다 보니 모기, 개미가 장난 아니다 보니 미리 챙겨온 방충제를 다리에 뿌려놓고
토니와 아차이가 가져온 캠핑장비를 하나 둘 펼쳐 세팅했다.
음식과 술 외에 따로 챙겨온 게 없는 나로서는 몸이라도 부지런히 움직여 봤지만 역시 캠핑 전문가들의 손놀림에는 하찮은 몸부림일 뿐이었다ㅎㅎㅎ

각자 사온 음료들이 꺼내지고

가장 중요한(?) 알코올 라인 업..
내가 준비해온 술은 유자사케랑 호세 쿠엘보..
호세 쿠엘보 실버는 나름 목넘김이 깔끔해서 한 때 타이베이 바에서 자주 찾았던 술이기도 해서 이번에 가지고 와봤다.

인원이 총 7명이기 때문에 텐트를 2개 치고 남자들은 좀 더 작은 앞쪽 텐트에, 여자들은 좀 더 큰 뒷쪽 텐트에 묵기로 했다.
둥그런 텐트는 자동으로 펴쳐서 텐트 치는데 10초도 안 걸렸다 ㅎㅎ

캠핑 경험자들이랑 같이 캠핑 가면 좋은 것들이 갖가지 유용한 도구들을 지참해 온다.

텐트를 다 치고 나서 쉬어 갈 겸 과일을 먹었다.
아차이의 와이프, 로미가 능숙하게 사과를 깎았다.

토니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일어로 '킷도(kid)'라고 적힌 저 모자를 잘 쓰고 다닌다.
키드라고 말하기엔 적지 않은 나이지만 마음만은 키드 못지 않은 그에게 잘 어울리는 모자라고 생각한다 ㅎㅎ

아침부터 정신 없이 움직이다가 드디어 캠핑 세팅이 어느 정도 끝나고 나니 숨을 돌려 본다.
텐트 치는 동안 추적추적 내리던 비도 잠시 그치고 산 속에는 짙은 안개가 끼었다.

매미 소리로 가득했던 숲도 비가 내리니 고요해졌다.
쭉쭉 뻗은 나무 숲은 더더욱 어두웠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니 혼자 깊숙이 들어가기엔 어딘가 살짝 무서운 느낌마저 들었다.
마치 동화에서 늑대라도 나올 법한 그런 분위기랄까?!ㅎㅎ

오후는 그렇게 간식과 간단한 음료를 곁들여 수다를 떨었다. 

산 속이어서 그런지 금새 해가 떨어졌고..캠핑 가서 하는 건 결국 먹는 게 전부(?)인만큼 오후 내내 스낵을 먹었음에도 다들 금방 배가 꺼졌는지 저녁 식사 준비로 분주해졌다.

천막 안에 빙 둘러 달아 놓은 LED 등이 분위기를 한껏 아늑하게 해줬다.
다들 각자 준비해온 재료들로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나에게는 즉석에서 한국 요리 하나를 만들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헉!)

딱히 집에서 요란한 요리를 해본적이 없는 나는 급하게 네*버 검색을 돌리려 했으나 전파가 통하지 않는다...
애들은 고추장 불고기 또는 돼지고기가 먹어보고 싶다며 심지어 한 명이 고추장까지 챙겨왔다는 것이다...
이야~ 이렇게까지 준비해오고 기대하는 애들을 실망시킬 수가 없어서 전파를 찾기 위해 바깥을 서성여 보았다.
다행히 주변 사람이 전파가 그나마 좀 잡히는 곳을 알려준다..
언덕 위를 좀 더 올라가면 좀 낫다고 한다... 겨우 검색을 한 후에 캡쳐를 해서 다시 천막으로 돌아왔다.

인터넷 레시피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준비해왔던 재료들을 써서 잘 버무려 보았다.
다만 돼지고기가 없어서 소고기를 썼는데 주물럭이 아니라 토막으로 썰린 고기를 쓴 게 좀 아쉬웠다 ㅠ

베이컨을 만 죽순..

열심히 양파를 써는 나

모시조개 양파 버터구이

대만에서 쉽게 많이 찾는 고려채..
점심에도 먹었는데 ㅎㅎㅎ 고추를 넣어 살짝 매콤하게~

후추 양념을 쳐서 버무린 닭고기

평소에 요리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재료가 갖춰진 상태에서 다 같이 하는 요리는 나름 재밌고 보람도 있었다.

애피타이저로 만든 토마토, 바질, 죽순 샐러드

자 다들 자리를 잡고 야외 만찬을 시작해본다.

대만식 소세지, 샹창(香腸).. 노릇노릇하게 구으니 먹음직스럽다.

버섯, 토마토, 양파를 후추와 버터로 볶은 요리..

내가 만든 고추장 소고기 볶음... 내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맛...ㅎㅎㅎ
내 입맛에는 딱 맞진 않았지만 대만 친구들에겐 나름 신선했었는지 선방~

배도 어느 정도 찼겠다.. 아차이가 가져온 휴대용 다트로 소화운동을 했다.
멀리서 던져 다트판에 던지면 다트 앞에 붙은 자석이 가서 착 붙는다.
근데 장소가 협소한 데다가 비까지 와서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ㅎㅎㅎ
내 자리가 바로 저 다트판 아래에 있었는데 즉석에서 가장 점수가 낮은 사람이 저 다트판 아래에 앉아 있는 걸 벌칙으로 몇 판 했다.
저 아래에 앉아 있으면 다트 맞을까봐 나름 무섭더라는 ㅎㅎ

근데 만찬이 여기서 끝이 아님...
전채요리가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고기 대령 사인이 떨어졌고!

그 길로 오겹살을 통으로 굽기 시작~+_+

이 때 이미 엄청난 양의 고기를 먹었는데 그 때부터 이걸 굽기 시작했으니..ㅎㅎㅎ
과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가져온 음식들이니 다 해치우자는 심정으로 한국에서 고기 굽던 경험을 살려 열심히 구웠다.

이걸 언제 다 먹나...ㅎㅎㅎ

했는데 의외로 거의 비운 프라이팬 ㅎㅎㅎ

먹고 또 먹고...
생각보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폭풍 흡입했다..
맛있는 음식에 술과 좋은 사람들 그리고 물 좋고 공기 좋은 야외가 만나니 이 곁들여지니 더 좋더라는~!

후식은 수박 하나를 통으로 썰었다.

6시.. 빗 속에서 시작된 만찬...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밤은 그렇게 무르익어간다 ㅎㅎㅎ

알고 보니 옆 텐트에 있는 사람들도 토니의 친구들이었는데, 캠핑하는 동안 이것저것 장비를 빌려주기도 하고 먹을 것도 주며 도움을 많이 주었다.

본격적으로 술 마실 때 즈음엔, 좁은 천막 아래 옹기종기 둘러 앉아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7월초였지만 비오는 산 속이라 그런지 꽤 쌀쌀했다.
항상 이렇게 여러 대만 사람들이 모여 중국어로 쏼라쏼라 거리면 참 대화에 끼어들기가 애매해지는 나이다..

그 중 위 사진에서 캠핑 컵으로 술을 마시고 있는 분은 썰렁한 아재 개그를 많이 구사하셨는데, 니키 개그 코드였는지 연신 웃음보를 터뜨렸다 ㅎㅎ
(그래도 나름 저런 아재 개그가 들리는 걸 보면 내 중국어 실력도 꽤나 늘긴 한 모양이라면 스스로가 뿌듯한 느낌이 살짝 들었다 ㅎㅎ)

자정이 다 되어서야 자리가 정리되었고 다들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원래 내가 예상한만큼 술을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나도 이제 늙었는지 예전만큼은 못 달리겠어서 이 정도에서 마무리했다.

텐트에 들어가서 잠을 취하려고 했는데 오랜시간 밖에서 돌아오지 않던 토니가 자냐며 물어본다.
아직 아니라고 하니 밖에서 같이 별 구경을 하자고 한다...
비도 그쳤겠다... 왠지 이런 산 속이면 별도 잘 보일 것 같아 나가보니 정말 은하수가 너무나 아름답게 내 머리 위에 펼쳐졌다...
니키 폰에는 하늘에 가져다 대면 그 방면에 있는 별자리들이 나오는 신기한 앱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스마트폰에 담을 수는 없었지만,
7년 전 중국의 운남 지역을 여행하며 봤을 때 펼쳐졌던 별하늘만큼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심지어 어마어마하게 큰(?) 별똥별을 세 번이나 봤다. 그 중 하나는 꽤나 커서 파란색, 흰색, 빨간색 불꼬리를 번쩍하면서 꽤나 큰 포물선을 그리며 밤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얼마나 컸었는지 번쩍 하는 불빛에 우리 셋 다 소스라치게 놀라 보고 나서 흥분을 쉽사리 가라앉힐 수가 없을 정도였다.
다들 난생 처음 보는 스케일의 별똥별이었다면서...

예상치도 못한 별구경에서 이런 큰 수확을 할 줄이야!!
캠핑의 가장 큰 묘미는 막장에 숨어있었다~
나름 다른 사람들은 다들 자고 있었을 때인지라 조용조용 얘기하며 또 다른 별똥별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에 자리를 좀 더 지켰지만 더 이상은 없었다.

그렇게 대만에서의 첫 캠핑의 하루가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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