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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I Aug 04. 2021

함께 그리고 혼자가 되는 시간

   아침부터 분주하다. 여행 중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날의 아침은 항상 바쁘게 움직였다. 짐을 정리하면서 마음도 정리한다. 얼마나 머물렀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곳에 머물렀다는 추억이 떠나는 이의 마음을 못내 섭섭하게 했다. 뿌연 스모그 속에 가려진 신비한 도시 아그라에서의 마지막 역시 섭섭했기에 그 마음을 조심히 접어서 가슴에 넣었다.

 

   우리 일행들 모두 짐을 정리하고 출발을 준비했다. 2주 넘는 시간을 함께 여행한 우리는 이곳 아그라를 끝으로 헤어진다. 그동안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인생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여행의 목적과 이유 등 대화의 시간의 길이가 동행했던 시간의 길이보다 더 길었기에 우리는 오래된 친구가 되어있었다. 

   중국인 친구 2명은 우다이푸르로 간다. 다른 한 명은 자이푸르로 간다. K는 나와 함께 조드푸르로 이동하기로 했지만 아그라가 너무 좋다며 며칠 더 있기로 했다. 아침 식사가 끝나갈 때즘 먼저 중국 친구들이 떠났다. 아쉬움이 남기에 그리고 서로의 영어 실력이 많이 부족하기에 "그리울 거야."라는 인사만 할 뿐 다른 표현을 할 수 없다. 우리가 같은 언어를 쓰고 있어도 "당신이 그리울 거야."라는 말 외에는 어떤 표현도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어떤 여행을 할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네 여행을 응원할게."라는 인사는 적합하지 않았다. 너무나 다시 만나고 싶기에 그리고 이렇게 헤어지기 싫기에 "잘 가."라는 표현도 적합하지 않았다. 그저 오랜 친구를 벌써부터 못 볼 것을 그리고 자주 볼 수 없는 거리적 한계가 있기에 "그립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해 보였다.

   헤어짐이란, 서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전제와 약속을 하더라도 참으로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 어색함은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되며, 동시에 떠날 수 있는 이유도 만들어 낸다. 그런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자 또 다른 만남을 찾는 게 여정이 아닌가 싶다.


   이제 내 차례다. 배낭을 메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시외버스를 타러 정류장을 찾아왔지만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나라처럼 터미널이 존재하지 않고, 버스 정류장 표시도 없다. 그저 안내받은 도로 위에서 막연하게 기다려야 한다. "이곳이 맞을까? 인터넷에서 표를 구했기에 장소를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닐까?" 표정은 근심과 걱정으로 그늘졌다. 같이 있을 때는 자신이 넘쳤는데 다시 혼자가 되니 다시 불안해진다. 몇 차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기를 반복한다. 내가 있는 장소가 시외버스를 타는 정류장이라는 확인을 여러 차례 듣는다. 그러나 나는 반복해서 또 반복해서 확인을 한다. 


   물을 사 먹었던 슈퍼 아저씨가 나를 부른다. 자신의 어린아이를 안고 달려와서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도착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앞까지 자신의 아들과 함께 짧은 동행을 해준다. 옹알이밖에 하지 못하는 아이가 걱정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마치 "네가 길 위에 서 있다면 너는 어디든 갈 수 있을 텐데 무슨 걱정이 그리 많냐고" 맑은 눈으로 물어온다.  거기에 나는 "가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가 되었고, 혼자일까 봐. 그러했다." 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아쉬움을 두고 혼자 버스에 오른다. 나에게는 무거운 배낭과 간단한 간식거리만 손에 들고 있을 뿐이다. 처음 타보는 인도의 침대버스는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침대차와는 많이 달랐다. 자리 역시 비좁았다. 마치 관에 몸을 누이듯 작은 공간에 몸을 구겨 넣는다. 시끌시끌 한 소리가 한바탕 버스 안을 휩쓸고 지나가고 시동이 걸린다.  버스는 그대로 요란하게 흙먼지를 일으키며 출발한다. 이제 나 자신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차창 밖으로는 해가지고 금세 어둠이 깔린다. 밖은 어느 빛도 없다. 그저 어두울 뿐이다. 덜컹이는 차의 흔들림을 요람이라고 상상하며 잠에 든다. 눈을 뜨면 새로운 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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