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MI Oct 22. 2021

친구를 만나고, 찾아간 여행

   크리스마스를 따듯한 바르셀로나에서 보낸 나는 동생과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떠났다. 새해를 함께 보내자는 친구들의 요청이 있었다. 나는 리투아니아에 친구가 있다. 한국에서 언어교환을 목적으로 만난 친구들이다. 그들은 한국에서 2년 정도 어학공부를 했고, 다시 본인들의 나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가끔 만나던 우리는 만날 수 없게 되었고, 매일 하던 연락도 뜸해졌다.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를 타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빌뉴스 공항에 도착하게 되었다. 짐을 찾아서 작은 문을 나오자 낯익은 얼굴이 반갑게 손을 흔든다. 늘 한국에서만 만났었는데 이렇게 친구의 나라에서 그를 보는 것 자체가 낯설고 새롭다. 마치 오랜 죽마고우처럼 우리는 서로 얼싸안고 반가움을 표현했다.

   나는 호스텔로 이동해야 한다며 목적지를 말하자 친구는 자신의 집, 자신의 방을 사용하라며 붙잡았다. 부모님께 다 허락을 받았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 얼마나 민폐인가 거절의 거절을 했지만. 친구가 등을 밀면서 그럴 거면 다시 비행기 타고 돌아가라면서 장난을 친다. 아니 거의 협박이었다. 그렇게 나는 친구의 집에서 2주의 시간을 머물게 되었다. 몇 년 전 재미있게 보던 TV 프로그램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처럼 나는 친구 집을 방문하게 되었으며 그의 집에서 2주의 시간을 생활하게 되었다.


   친구의 집은 동화에 나올 것 같은 수수한 집이었다. 눈이 쌓인 지붕과 마당은 더 동화 속 집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보잘것없는 나의 방문으로 저녁마다 가족 파티가 열렸다. 이모님도 오시고, 동생의 여자 친구까지 와서 우리는 실컷 파티를 즐겼다. 나는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친구가 어른들 위해 리투아니아어로 통역을 했고, 동생과 그의 여자 친구와는 영어로 대화를 했다. 한 테이블에서 3개 국어가 오고 갔다. 그러면서 리투아니아의 예절을 모르는 나는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없었다. 눈치 빠른 친구는 그런 나를 볼 때면 편하게 행동하라고 쿡 찌른다. 자신들은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말이다.

   빌뉴스의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다. 그래서 포근했다. 마치 솜이불에 누운 것처럼 눈이 포근하게 나를 감싸주었다. 겨울을 참으로 싫어했던 내가 이곳의 겨울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한 번은 카페에 앉아 내리는 눈을 한 없이 바라보았다. 쌓여가는 눈이 어찌 이리 아름다울까?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이 눈은 참으로 내 어린 시절 만났던 순수한 눈과 같았다. 그런 눈이 소복소복 쌓였다. 눈이 거리에 쌓이고 단단해지고 그 위에 다시 쌓여갔다.

   친구와의 인연은 처음에는 내리는 눈처럼 소복이 쌓이다가 여러 감사함과 고마움이 그 위에 쌓이면서 우정은 더 단단해졌다. 그러다 문득 걱정이 드는 것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거리가 멀어지면 아무리 단단히 쌓은 눈일지라도 녹아버리듯이 서로에 대한 기억과 우정도 녹아내려 어색해질 것 같아 두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것은 봄 햇살에 눈이 녹아내려 형체를 잃어버리고 물로 변할지라도 땅에 스며 푸르름을 탄생시키듯이 서로에 대한 지금의 이 눈이 물로 변할 때 추억이라는 푸르름이 싹트기를 기대해본다.


   이처럼 나는 여행을 하면서 친구의 집을 찾아가기도 했고, 그의 집에서 한참을 머물기도 했다. 또 여행을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인도에서는 친절을 베풀면서 물을 건네는데 의심 많은 내가 가자미눈을 뜨고 헤어지기 전까지 믿지 못했던 친구가 있었고, 인도 마날리에서는 함께 기타 치고 노래하며 웃고 떠들었던 친구도 있었다. 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는 매일 밤마다 50도가 넘는 술을 권했던 호스트와 술친구도 되기도 했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여행 온 청각장애인 친구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었다. 모든 유럽의 친구들이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었고, 내 영어 실력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정도로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밤새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가는 곳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언어 때문에 생기는 답답함은 서로 친해지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큰 장벽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친구란 무엇일까? 한자어의 의미로는 친할 친자의 옛구자로 옛날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를 뜻한다. 많은 국가에서도 친구란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들 또는 믿을  있는 사람을 가리켜 친구라고 한다. 그런데 포르투갈어의 친구라는 단어의 어원이 흥미롭니다. 포르투갈어로 친구를 Amigo(아미고)라고 한다.  말은 Amar(아마르)에서 파생된 말로 뜻은 사랑이다. , 친구란 서로 사랑하는 사이, 사랑을 나누는 사이, 사랑을 나눌  있는 사이라는 뜻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이전 22화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