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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곱디고운 빛으로

by 디오니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도열해 있는 도서관 앞 거리는

어제보다 오늘 더 가을빛이 선명합니다.


애당초 이렇게 좁은 도로에 키 큰 플라타너스 나무를 심을 생각을 누가 했었을까요?

덕분에 오랜 세월 후에 건립된 도서관과 큰 잎을 너풀거리는 플라타너스나무는

학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거리인 마냥 제법 잘 어울립니다.


가을이 물들 무렵엔 커피 한잔 들고 거닐기도 좋은 길입니다.

마음이 멈칫합니다.

차량 보닛 위에 플라타너스 잎이 쉬고 있네요.

차 문을 열고 앉았다가 문득, 마음이 시려집니다.

차 문을 열고 나와 보닛 위 쉬고 있는 잎을 한참 동안 응시합니다.


벌레에 먹히지도 않은 온전한 잎이, 가을을 제대로 맞고서 곱디고운 빛으로 내려앉았네요.

만져보니 바삭거리지도 않고 약간의 습기도 머금은 딱 알맞은 만큼의 절정입니다.

자신을 내려놓은 플라타너스잎에게는 아마도 지금이 절정일듯합니다.


이렇게 곱게 나이 들었으면,

이렇게 예쁜 빛으로 저물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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