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증에 잠식당했던 날들에서
이 정도로 몸이 쑤시고 아프면 큰 병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확신이 들만큼 나의 상체는 통증이 없는 곳이 없다 할 만큼 고통을 겪고 있었다.
점진적으로 시작된 고통은 '이거 뭐지' 할 만큼 찌르는듯한 통증을 유발한 지 두 달째인데 미련하게 통증에 잠식당하다가 견딜 수 없던 어느 날 동네의 가정의학과에 갔더니 의사가 이곳저곳을 눌러보고 어디가 가장 아프냐고 물어보았다. '모두 다 아파요'했더니 의사는 심각하게 며칠 약복용 후 그래도 아프면 위내시경을 받아보라고 했다.
작년 검사 때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어서 약도 먹었는데 그럼 이제 내 위가 뭐 어찌 되었다는 건가 하면서 돌아와 다시 누웠다.
일 년 반전에 생긴 족저근막염도 나을 기미가 없는 터에 나는 한껏 깊은 우물 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약을 먹어도 그때뿐인지라 삶의 의욕도 없었는데 바람도 쐴 겸 시장을 보러 갔더니 추운 바닥에 진흙 잔뜩 묻은 연근을 늘어놓고, 우엉을 쌓아놓고 팔기에 우엉을 썰어서 볕에 말리고 프라이팬에 덖어 우엉물을 끓여 먹던 생각이 나서 정말 오랜만에 우엉과 연근을 구매했다.
우엉, 연근, 메추리알 조림을 만들고 멸치에 꽈리고추를 넣어 매콤한 멸치볶음도 만들어 냉장고를 채우니 조금 심리적 안정도 되었다. 밑반찬이 있으니 자연스레 밥도 열심히 하게 되었다.
간장에 설탕등을 넣어 조린 단짠단짠 한 반찬들이 건강에 그리 도움이 될까 하면서 식사를 했는데 정말 놀랍게도 일주일을 먹는 동안 심한 변비로 볼록볼록한 배를 갖고 있는 내가 매일 한 번씩 화장실을 그것도 알차게 드나들게 되면서 옆구리가 줄어들고 배도 줄어들고 무엇보다 극심했던 곳곳의 통증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평안을 찾았다는 데에 나는 너무 놀랐다.
식습관의 중요성은 항상 강조되어 왔지만 인스턴트를 사랑하고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나를 망쳐왔던 내가 극심한 고통을 체험하고서야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을 곁에 두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당연히 시장에 가서 두 배의 양으로 구입해서 두 배의 시간을 들여 반찬을 만들어 냉장고에 채워두었다.
이젠 꼭 나와 동행할 나의 반찬들이다. 속이 편안하고 배 사이즈가 줄어들어 아픈 와중에 그나마 위안이 되니 다시 살아난 기분이다.
심인성고통도 신체적 통증으로 발현되었겠지만 기본적인 신체의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정신적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한 통증도 줄어든 느낌이다. 먹거리를 바꿔 살아나고 보니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든든하고 평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