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집안이 분주했습니다. 아내가 4년 만에 출근을 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소풍 가는 듯 들떠 있었습니다. 저도 신나는 노래를 틀고, 부엌과 거실을 오가며 분주했습니다.
아내는 양말을 신으며 숨을 고르곤 했습니다. 전날 밤, 한참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다고 했습니다. 기대와 긴장이 뒤섞인 눈빛, 그 속에는 지난 몇 년의 시간이 담겨 있었습니다.
출산 후 아내는 참 많은 곳에 이력서를 냈습니다. 매번 이메일 알림을 확인할 때마다 작은 희망을 품었지만, 화면에는 늘 같은 문장이 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서류 전형에 불합격하셨습니다.”
결혼 전엔 꾸준히 일하던 아내가 아이를 낳고 나서는 일할 기회가 막히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그제야 저도 아내도 ‘경력단절’이 통계나 사회적 용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시간과 자존감을 조금씩 깎는 말임을 알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 네 시간 근무를 제안한 회사가 나타났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내에게는 잃어버린 세계가 다시 열린 순간이었습니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되찾은 순간이었습니다.
도의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저는 <경력단절여성 일자리 매칭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육아 때문에 풀타임으로 일할 수 없는 분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 수 없을지 고민하며 기업과 경력단절 여성들을 찾아다니던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기업 측 반응이 냉담했습니다. “4시간으로 업무가 되겠습니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업무 흐름을 관찰했습니다. 어떤 업무는 시간에 비례해 반복되었고 오히려 시간제 근무자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이 프로젝트를 지켜보던 한 기업 대표가 말했습니다 “짧게라도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군요. 회사 입장에서도 손실 없이 인건비를 절약하니, 서로에게 이득이죠.” 많은 문제를 풀 수 있겠다는 기쁨도 잠시, 이후 임기를 끝내며 이 프로젝트를 매듭짓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가을 단풍이 물드는 것처럼 한 사람의 경력도 시간이 지나면 색을 잃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손을 내밀면, 그 색은 다시 풍성히 채워질 수 있습니다. 오늘 아내가 출근하는 모습을 보며 경력단절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반드시 풀어내야 할 과제임을 느꼈습니다.
육아하는 부모 누구나 원할 때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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