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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눅눅한과자 May 15. 2023

내 엄마가 그럴 리 없어(2)

신혼집 구하기②




 신혼집을 정하기 위해 일단 실제 방문해 볼 후보군을 추리기 시작했다. 많이 돌아다녀 볼수록 좋은 집을 만날 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결혼식 준비도 해야 하는 회사원 커플에겐 주어진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결국 후보군을 최대한 좁힌 후 임장(臨漳)을 다녀보자는데 서로가 동의했고, 지난한 선별작업이 시작되었다.      

 집의 형태는 대부분의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아파트로 정했다. 나의 경우는 깨끗하고 관리 잘 된, 신축 오피스텔에 대한 환상도 어느 정도 있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봤으나 여자친구는 일언지하에 이를 거절했다. 그녀는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거주 안정감과 주변 환경을 가장 우선시했으므로 상업시설이 밀집한 거주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 했다. 나 역시 배우자의 반대를 감수하면서 까지 낯선 환경을 고집할 생각은 없었다.     


 거주지역 정하기는 여전히 난항이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조금도 벗어날 생각이 없는 여자친구와 지역보다는 건물 자체의 컨디션과 주거 편의성을 따지는 내 의견 사이에 평행선이 계속됐다. 나도 그녀가 평생을 살아온 동네가 살기 좋은 곳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 그다지 멀지도 않을뿐더러 평소에 지인을 만나러 종종 오가곤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울 안에서도 대놓고 상급지(上級地)로 분류되는 그곳의 집값이었다.          

 

 부동산 가격이란 참으로 신비롭고 정직하다. 입지가 좋든, 환경이 좋든, 건축물이 좋든 장점이 있으면 그만큼 비싸다. 반대로 가격이 싼 데에도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 음식은 간혹 ‘가성비 식당’이 존재하나 주거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수차례 살 집을 구하며 든 나의 생각이다. 적정 가격을 맞추기 위해선 무언가 한 가지 조건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집값을 구성하는 조건 중 위치, 즉 지역을 조금만 양보에 달라고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지금 네가 원하는 곳에서 조금만 위치를 바꾸면 집 면적이 넓어진다, 낡은 집 대신 지은 지 얼마 안 된 새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 대단지에서 각종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등등... 하지만 그녀는 완고했다. 그런 조건 보다 자기는 집 위치가 우선이란다. 사탕발림으로 그녀의 마음을 돌아서게 하는 것이 무리라 판단한 나는 이번엔 감정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너야 거기선 출퇴근 15분이면 가능하겠지만 나는 꼬박 한 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다, 환승까지 해가며 지옥철을 타야 되는데 너무 힘들 것 같다’ 등의 말을 했던 것 같다.    

 

 끈질긴 설득 끝에 그녀는 꼭 자기가 원하는 지역이 아니라도 일단 한 번쯤 보러 가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답했다. 물론 그 타협한 지역도 현재에서 너무 멀어지면 안 됐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는 말을 떠올리며 나는 간신히 이끌어낸 절반의 성공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방문할 아파트를 고르기 시작했다.



신혼집이라 하면 으레 깨끗하고 정돈 잘 된 신축 아파트를 떠올렸건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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