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지나간 것은 지나 간대로 어떤 의미가 있게?
분명히 아까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었는데....
어젯밤에 엄청난 스토리의 꿈을 꿨는데....
내가 진짜 대단한 깨달음을 얻었었는데....
그게.... 뭐더라?
작가들이라면 대공감할 것이다.
진짜 치매인가 의심스러울 지경으로 생각이 안 난다.
정말 새까맣게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이런 걸 가지고 골머리를 썩을 필요는 없다.
아까워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잊어버려진 걸 보면 그건 별 시답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그렇게 믿어야 살아질 테니 그렇게 믿으라는게 아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도 이렇게 별거 아닌 것 투성인데 기억조차 안 난다면,
그건 애당초 싹수가 노랗다 못해 말라버린 것이다.
지나 간 것은 지나간대로 지나가게 두면 된다.
지금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트리트먼트는 정리하고 있는 이 단계에서
시작작가들은 머리속을 휘몰아치는 묘사들과 전쟁중일 것이다. (전쟁중이어야 정상이다)
묘사들아 기다려! 니들 차례가 아니야.
아무리 최면을 걸어봐도 무용하다.
서사에 집중하고 하고 싶은데, 집중해야 하는 걸 아는데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머릿속을 해집고 다니니 통하지를 않는다.
그러다 정말 이거다 싶은게 떠오르는데
그게 생각이 안난다.
이거다! 싶었던 그 감각은 완벽하게 기억이 나는데 도대체 이거 였던 그게 생각이 안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생각이 안나는 것이 아니라
그걸 생각하고 생각하다보면 이제 다시 서사, 뼈, 트리트먼트를 정리해야하는 본질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지나 간 것은 지난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지나 간 것은 지나간대로 지나가게 두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