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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요?
26화
아내와 딸들 마중 나갑니다.
by
소정
Oct 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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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세 여인이 어제 1박 2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오늘 오는 날인데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네요.
"여보, 집 앞 버스정류장으로 마중 나와야 해요."
어제 아내의 말에 덧붙여 우산을 들고 1시간 떨어진 역까지 마중을 나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준비한 작은 이벤트이지요.
역 앞에서 '짜잔'하고 나타나면 함박웃음 지을 세 여인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딸이 쓸 우산을 들고 버스정류장까지 걷다가 문뜩 2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어릴 적 국민학생 시절, 비가 오는 날에는 항상 어머니가 교문 앞에 계셨습니다.
더운 여름에도 추운 여름에도 항상 그 자리에 계셨습니다.
핸드폰도 없던 그 시절, 우르르 나오는 아이들 틈 사이로 혹여나 저를 놓칠까 봐
두 눈을 크게 뜨고 이리저리 살피시며 저를 찾으셨습니다.
"주용아~"
저를 부르는 어머니의 소리에 본능적으로 어머니를 찾고
"엄마~"하고 외치고 어머니의 손을 잡았습니다.
어머니가 주신 우산을 쓰고 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어머니는 구석구석 꿰맨 우산을 쓰시고 저는 새것 같은 우산을 쓰고 있었다는 것을요.
이제야 알았네요.
집을 나서면서 좋고 깨끗한 우산은 가방에 넣고 가장 낡은 우산은 제가
쓰고
나오면서요.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직장에서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업무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가족과의 시간을 내려놓았습니다.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당연히 알지만 쉽게 등한시할 수 있는 것도 가족이었습니다.
가족은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 언제나 기다려줄 것이라는 저만의 자만심이었던 것이지요.
예전 같았으면 역까지 마중 나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머릿속에는 직장, 일, 인간관계만 가득하고 '가족'은 한 구석에 작게 숨겨져 있었을 테니까요.
일과 타인에 몰두한다는 것은 명예와 타인의 인정을 쫓고자 했던 어린아이와 같은 제 자신의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입신양명을 하고 싶은 이들은 많으니 그들에게 넘겨주고 내년에는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는 적당한 업무와 직장을 찾기로 했습니다.
머릿속에 일, 직장, 인간관계를 한 구석 언저리에 집어던지고 가족을 가운데에 놓기로 했습니다.
'카톡!'
아내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여보, 짐이 많은데 00역까지 마중 나올 수 있어요?'
제 작은 이벤트가 사라졌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여보~ 안 그래도 '짜잔'하고 00역에 가려고 했지요.'
"와 정말? 고마워요~"
아내의 하트 이모티콘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가족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눈물 날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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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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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요?
22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23
둘째의 공감능력
24
큰 딸과 작은 딸의 사랑 방식
25
꿈이 없어도 괜찮아
26
아내와 딸들 마중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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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바람길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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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공간과 풍경을 그리고 글을 담습니다. 여행드로잉에세이 <우리가족은 바람길 여행을 떠났다 >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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