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어도 괜찮아

네가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작은 일을 찾았으면 좋겠어.

by 소정

"아빠! 나는 커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될 거야!"

"엄마! 나는 유치원 선생님이 될 거예요!"

4년 전 초등학교 2학년이던 첫째와 6살인 둘째의 장래희망이었다.

첫째는 부모의 직업이 영향이 큰 것 같고 둘째는 유치원 담임선생님의 모습이 인상 깊었나 보다.


그다음 해 3학년인 첫째는 장래희망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현재 6학년인 아이에게 꿈을 물어보면 '몰라!'라고 답하고 피해버린다.

3학년인 둘째도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한다.


우리 두 딸에게만 해당되는지 아니면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3학년 이후에 구체적인 장래희망을 말하기를 꺼려한다.

아이가 큰 것인지 아니면 청년들의 직업난과 실업률을 어렴풋이 아는 건지 몰라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00는 커서 의사가 된다고 하네, 그래서 수학 과외를 열심히 시키고 있어.'

'00는 AI 관련 카이스트를 가고 싶다고 해서 내가 열심히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있지.'

'00는 아직 커서 뭐하고 싶은지도 몰라. 속 터져 죽겠어. 그래서 일단 영어 과외는 열심히 시키고 있어.'

아마 부모의 답답함은 주변 지인들의 자녀와 비교했을 때 우리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내재되어 있다.


나는 우리 두 딸이 '꿈=장래희망=직업'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공식을 깨트렸으면 좋겠다.

어릴수록 장래의 직업을 빨리 찾으면 아이의 미래가 밝아진다는 명제도 믿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모가 바라는 아이의 직업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전문직이 아닌가?

아이들도 부모의 바람을 직관적으로 의식하고 있고 부담스러워한다.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직업과 부모가 원하는 직업이 일치할까? 아닐까? 하는 부담감 말이다.


지난 주말에 큰 딸이 2박 3일간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주관하는 '독서캠프'를 다녀왔다.

가기 전 날 오후 큰 아이 방에 노크를 했다.

"딸! 아빠랑 이야기 좀 해도 돼?"

"네..."

"내일 캠프 가잖아. 설레고 그래?"

"음... 잘 모르겠어요."

"그렇구나. 아빠가 부탁 하나 하려고."

"네."

"2박 3일 동안 캠프하면서 네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을 좀 해보고 왔으면 해서."

"... 네..."

"아빠가 너의 장래희망이나 직업을 생각하라는 말은 아니야. 그냥, 네가 앞으로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그런 걸 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

"예를 들어 아빠는 그림과 책을 좋아하니까 그림을 그리고 글 쓰는 연습을 계속할 거야. 그러다 책을 낼 수 있으면 정말 영광일 것 같아. 그리고 너희들 커서 대학을 가면 아빠랑 엄마는 제주도로 가서 엄마는 꽃밭을 가꿀 수 있는 작은 독립 책방을 차리고 아빠는 옆에서 도우면서 퇴직할 때까지 지내려고. 또 엄마랑 아빠는 여행을 좋아하니까 배낭여행도 자주 다녀야겠지?"

"..."

"이런 것처럼 네가 중학교도 가고 고등학교도 가면서 네가 어떤 일들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그게 여행이 될 수도 있고 요가가 될 수도 있고 어떤 것이든지 될 수 있을 거잖아?"

"네.."

"캠프 갔다 와서 아빠한테 이야기해 줄 수 있겠니?"

"네, 알았어요."

건성건성 대답하였지만 큰 딸 성격 상 캠프 기간 동안 아빠의 물음에 대한 말을 찾으려 고민할 것이다.

대답은 찾아도 되고 안 찾아도 된다. 하지만 자기가 앞으로 어떤 것들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해보기를 희망한다.

자신의 고민을 부모에게 말하면 언제든지 옹호하고 도와줄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다만, 미래의 직업을 정하고 단정 짓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칫 잘못하면 그 속에 매몰될 수 있으니...


큰 딸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가꿀지 궁금하다.


큰 딸 7살, 작은 딸 4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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