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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요?
24화
큰 딸과 작은 딸의 사랑 방식
by
소정
Oct 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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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와 작은 아이의 사랑 방식은 서로 다르다.
작은 딸이 적극적이라고 한다면 큰 딸은 소극적이라기보다 '쿨'하다고 할 수 있다.
작은 딸은 소소한 이벤트를 좋아한다.
"아빠~ 내가 아빠 몰래 선물을 숨겨 놓았어요. 찾아야 해요!"
"정말? 아빠 얼른 찾아봐야겠네, "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면서 선물이 될만한 것을 찾아본다.
3분도 채 되지 않아 둘째가 말한다.
"아빠, 찾았어요?"
"아니... 못 찾겠어."
"힌트 줄게요~ 제 방에 있어요."
둘째 방에 들어가 이것저것 찾아보려고 하는데,
"책상 위에 있어요~"
라며 답을 알려준다. 내가 빨리 선물을 찾기 바라는 마음인가 보다.
"오~ 이거 상자가 선물이야?"
"네~ 열어보세요."
열어보니 작은 라면땅 과자랑 형광펜이 들어 있었다.
"아빠, 아빠~ 형광펜은 아빠 쓰고 과자는 나랑 나눠먹어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예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과자를 선물로 준비한 딸에 울컥 감동이 밀려온다.
둘째는 작은 것 하나라도 함께 나누거나 선물 주기를 좋아한다.
"아빠~ 이거 껌 먹어봐요."
"아빠~ 이 사탕 학원에서 상으로 받았는데, 조금 시큼할지도 모르지만 아빠 줄게요."
누가 보기에는 작고 하찮은 것일지 모르지만 아이에게 소중한 걸 나누어주는 둘째가 한없이 이쁘다.
첫째의 사랑 방식은 쿨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어른스럽다고 해야 할까 둘째의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퇴근을 하면 큰 아이가 문 틈에서 손을 흔들며 '아빠 왔어요?'라고 말을 건넨다.
'응'이라 대답하면 '알았어요~'라며 제 방으로 다시 들어간다.
내가 태블릿으로 드라마나 예능을 볼 때는 쥐도 새로 모르게 슬며시 옆에 앉는다.
그리고 자기와 나 사이에 과자나 빵 같은 주전부리를 놓아둔다.
'아빠~ 드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지만 같이 먹으면서 보자는 신호다.
요즘은 가족 이야기를 주로 쓰는데 하나의 원고가 완성되고 업로드를 하면 바로 첫째가 달려오거나 전화를 한다.
'아빠~ 새우 머리를 못 먹는 건 딱딱해서에요~"
'아빠~ 가르마가 5:5가 아니라 5.5대 4.5 정도 되는 거예요~"
내 쓴 글을 조목조목 반박하는데, 그 말이 싫지 않다. 아이의 표정이 밝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큰 딸과 작은 딸의 아비에게 보이는 표현이 다를 뿐
나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은 온몸으로 느껴진다.
못난 아비지만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우리 두 딸이 고마울 뿐이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작은 아이는 아빠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한다.
'아빠, 엄마가 숙제를 많이 내줘서 속상해요.', '아빠가 내 마음을 미리 알아줘야 하잖아요.' 하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고 부모가 이해해주고 다독여주기를 바란다.
그런 과정을 통해 둘째의 마음속 응어리는 하나둘씩 사라질 것이다.
첫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는지, 마음이 답답한 건 없는지 물어보아도
'없어요.', '몰라요.'라며 얼버무린다. 깊게 다가가면 울음을 터뜨리고 입을 닫아버린다.
응어리가 하나둘씩 쌓이고 굳어져 터져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첫째의 마음속 벽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단단해지는 것 같다.
아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데, 그러기에 아빠도 아직 많이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똑똑! 해인아 아빠가 네 마음속으로 들어가도 될까? 열어줄 때까지 천천히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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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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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요?
22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23
둘째의 공감능력
24
큰 딸과 작은 딸의 사랑 방식
25
꿈이 없어도 괜찮아
26
아내와 딸들 마중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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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공간과 풍경을 그리고 글을 담습니다. 여행드로잉에세이 <우리가족은 바람길 여행을 떠났다 >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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