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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에스 Sep 28. 2021

엄마는 좋은엄마야

하지만 엄마는 엄마가 부끄럽다

어린이집을 안간지 8일째, 어린이집 연장반 선생님이 코로나 확진이 되면서 휴원을 했다.

나도 모르게 ‘2주를 안간다고? 큰일이네…’ 혼잣말을 한다. 2주간 하루 24시간을 함께 하며 삼시세끼를 차려낼 생각을 하니 코로나 걱정보다는 내 걱정을 먼저 하고야 말았다. 엄마도 사람이니까..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율이는 "엄마! 왜 어린이집에 안가는거에요? 나 가고싶어요! 해님차(등원버스)도 타고 싶고, 구름차(하원버스)도 타고 싶어요." 어린이집 못간다고 아침부터 눈물바람을 한다.

'울고싶은건 엄마거든?' 생각하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선생님을 아프게 했대. 그래서 친구들까지 아프면 안되니까 당분간 어린이집에는 갈 수가 없어~."설명하니 울다가 고개를 끄덕 끄덕.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괴롭힙니다. 어린이집에 못갑니다~ 딩동댕동~."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안내방송 멘트를 어디서 들었나 했더니, ‘무조건 출근’ 이라는 방송을 가끔 보는데 기관사의 하루 편을 보더니 인상 깊었던지 제멋대로 안내멘트를 하나 만들어 2주째 집에서 방송중.


아무튼출근 "공항철도 기관사"편 -안내방송 하는 심현민 씨


'그래 이런 맛에 귀염둥이랑 같이 시간 보내면 좋지 뭐, 언제 또 이렇게 같이 하루종일 붙어 있겠어~'생각했다. 나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긍정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 모아 사용했다.

몇 일을 밀착해서 생활 하다보면 화를 자주 내거나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기 마련인데 3일은 평화롭게 잘 지냈다. 1일 1코스 정해서 외출을 했지만 이 날은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에 집에서 놀아보기로 했다. 아침에 눈도 못뜨고 하품하는 서율이와 글라스데코 놀이로 40분을 보내고, 블럭 놀이로 또 30분,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30분....'정말..이렇게 여러가지를 했는데도 오전이라니..'

 





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인데 왜이리도 시간이 안가는 것인지… 이럴때마다 '내가 엄마 자격이 있나..?' '다른 엄마들도 이럴까?' 생각하게 된다.

아침에 눈뜨면서 부터 “심심해..나랑 놀자.” 뭔가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엄마, 심심해... 아 심심하다.."

하루종일 심심해 연발하는 아이에게 나는 심심한 것도 좋은거라고, 심심해야 재미있는 생각도 할 수 있고 쉴 수도 있는거라고 말해주넜더니, 아이가 이해를 할 리가 없지…

"악!!! 심!심!해!엄!마!!!!!!!!!” 소리소리를 지르는 서율이....



좀 놀다가 쉬다가 놀다가 쉬다가 반복하다가 좀 지쳐갈쯤 그림책을 하나 꺼내들며 낮잠 시간이 되었다는 사인을 보낸다. 사인을 귀신같이 알아챈 서율이는  "아..나 자기싫은데..." 한다. 하지만 녹초가 된 나는 방으로 들어가 "아가, 엄마 너무 피곤해서 그런데 5분만 누워있을게~ 잠깐만 ~" 하고는 눕자마자 잠이 들어 버렸다.



"엄마 물 갖다 주세요." 귀에다가 갖다대고 소리를 질러 깜짝 놀라서 깼지만 몸은 여전히 누워있다. 정말 5분만 누워 있겠다고 했는데 몸이 말을듣지 않는다. 이불과 한몸이었던 것처럼 만약 그대로 일어난다면 다시는 그 편안함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은 아쉬운 마음에 계속 누운채로 “서율아, 식탁에 아까 마시던 물이 있어.” 하고 다정하게 속삭였지만, “엄마가!!엄마가!!!” 하는 녀석… 내가 편한건 절대 못보는지 엄마가 가져다 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고, 나는 슬슬 짜증이 났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마치 잭과 콩나무의 거인처럼 쿵쿵 걸어가서는 물을 눈 앞에 팍! 가져다 주며 "마셔라 마셔!! 이제 됐어?" 해버렸다… 하...나란 사람 참.... 바로 후회할 거면서 왜 이러는걸까?



사랑하는 아이와 잘 지내 보자고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하루였는데, 별 것 아닌 물셔틀로 아이에게 짜증을 있는대로 내며 투덜 거렸더니 아이는 바로 주눅이 들어버렸고, 개미만한 목소리로 "미안해요 엄마..............." 한다.


 

'아.. 정말 내가 싫다...내 그릇은 늘 왜이리 간장종지일까…?' 그래도 여기서 이대로 상황을 마무리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미안할 일은 아니야, 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좀 기분이 안좋았나봐. 하지만 이제 물 정도는 혼자서 마실 수 있다고 생각했어."라고 차분히 말하고 아이도 알아들었는지 끄덕이고는 등을 쓸어달라, 부채질을 해달라 요청 후 잠이 들었다.



5분도 누워있지 못한 나는 결국 잠이 홀딱 깨서는 자는 아이 옆에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자는 아이 얼굴 한번 바라보다가 자그마한 손을 만지작 거리다가 "엄마가 미안해" 속삭이기도 하다가 아이가 자는 내내 곁을 지켰다. 정말 의미없는 후회의 몸짓이지만, 좀전의 잘못을 덮기라도 하듯 아이 곁에서 의미없는 행동을 반복하다 시간을 보낸다. 이럴때마다 감정이 복잡해진다.




아이가 깨자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 눈을 발견하더니 기분이 좋아 헤벌쭉~ 웃는다. 그러더니 바로 “어부바, 어부바! "밖에 나가요~" 하길래 "어디? 거실로 나갈까?" 하고 선뜻 업고 나갔더니 "아니아니 놀이터요" 한다.


나는 바로 옷을 갈아입고 놀이터로 향했다. 나는 반성을 하는 시간을 갖고 아이는 금방 잊고, 아니 엄마를 이해해 주고 노는것으로 해소를 하는 것 같다. 노는 아이를 바라보며 다짐한다. '내일은 정말 잘 지내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알기에 '앞으로 정말 잘할게' 라는 다짐보다는 하루하루 잘 지내기를 약속해본다.

장바구니는 필수!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고 나서 마트에 가자는 녀석. "마트에 가서 꼭 하나만 고르는 거야" 미리 약속을 한 후에 그렇게도 먹지 않았으면 하는 설탕덩어리 주스를 하나 골라온다. 마트에서 간식 사주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덜었다. 나는 오늘도 고치고 싶었던 아이의 습관 중 하나인 '마트가기'를 사과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그날 저녁 어둠속에서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이를 보았다. 자고 있는지 깨어있는지 모를 어두운 공간에서 어둠에 익숙해지자 나를 보며 눈웃음짓는 예쁜 서율이에게 "서율이 참 예쁘다. 엄마딸 예쁘다. 엄마 사랑해주어서 고마워" 했더니 "엄마가 더예쁘다" 해준다. 다시"아니야 서율이가 더 예뻐" 했더니 화를내며"아니야 !!엄마가 더예쁘다니깐!!!"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게 그렇게 화를 낼 일인가 이쁘다니까 기분이 좋다. "서율아 엄마 너무 나쁘지? 엄마 너무 이상하지?" 도대체 무슨 대답을 듣자고 한말인지 말하자 마자 후회를 했는데 아이가 나에게 속삭이며 가슴으로 파고든다. "아니야 엄마는 좋은엄마야. 사랑해" 하며 키득키득 거리는데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 훅 올라온다. "고마워. 너무 고마워. 엄마가 너무 부끄러워. 하지만 기분 너무 좋다 잘자~"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 배운다.

아이는 수시로 나를 용서하고, 마음을 나누어 준다. 아이에게 나는 나쁜 엄마가 아니라 좋은 엄마라는 것, 그거 하나로도 다시 내일을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하루에도 이렇게 많은 감정들이 내 가슴을 채울 수 있다니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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