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어찌보면 너무 깊은 곳 위에서
그저 잠기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불안정한 허우적거림으로 보일지라도
이 모든 움직임 하나하나가 나의 세계, 나의 바다에서는
그저 일상적인 풍경임을 알아주길 바래요.
그러니 섣불리 우리의 항해를 조난이라 이름짓지 마시길.
이런 항해라서 오히려 좋을 순간들도 많으니까요.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을 하고 싶지 않은만큼
괜찮은데 안 괜찮은 척을 하고 싶지 않은거죠.
구멍난 보트 위에서도
농담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농담에 웃는 사람들이 있는걸요.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면
그대로 반신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걸요.
그러고서 한바탕 물을 퍼내는 운동을 하게 되더라도 말이죠.
주변을 둘러싼 어둠은 인지하되
시선은 밝은 곳에 고정해둬요.
밤 낮없이 타오르는 오늘이라는 별을 나침반삼아
그렇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이 항해의 중간에
어떤 우연으로 불시착한 적도의 어느 섬.
만날 일 없을것만 같던 당신이 눈물지으며 나를 마중나올 때
다젖은 온 몸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지으며 당신에게 말하겠죠.
걱정말아요 그대.
난 그저 수영을 즐기고 있었을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