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8.2019
몸살이 날 것이라는 전조증상이 있었다.
마치 축제가 끝난 후 물밀듯 밀려오는 헛헛함과 피곤함 같은,
몸이 아파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을 벌였다.
겉으로만 건강해 보이는 내 몸뚱이를 너무 믿었다.
누가 툭하고 건드리니 굵은 눈물방울이 뺨을 적셨다.
타지에서 혼자 좀 더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큰소리치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다짐했던 과정과 시간들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건 아닌지 겁이 났다.
마음의 몸살은 쉽게 낫지 않았다.
곡의 흐름이 바뀔 때 악보에 페르마타(늘임표)를 자주 볼 수 있다.
페르마타를 만났을 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하려면
피아니스트는 양손을 동시에 놓지 않아야 한다.
왼손은 페르마타를 충분히 느끼고, 오른손은 다음 건반을 준비한다.
그러고 난 뒤, 페달을 서서히 떼며 스며들듯 다시 시작한다.
스타카토에서 페르마타로.
서서히 부드럽게 인생 한 도막 한 도막을 연결해주는
페르마타가 지금 내게 필요하다.
겹겹이 쌓인 세로줄 위에 늘임표 하나.
그거면 다시 일어날 것이다.
Fermata : Hold me until I tell you to 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