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특집
어느 해이건 돌아보면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그런데 작년인 2018년은 특별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환경 문제가 우리 사회에 직접적으로 침투한 본격적인 해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환경 문제 실증의 해였던 것이다. 연초에는 미세먼지가 무척 심각했고 이이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고 여름에는 폭염이 들이닥쳤다. 다른 어느 때보다 환경 이슈가 급부상한 와중에 일회용 잔을 카페 내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과 마트에서 비닐을 무상으로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바야흐로 환경문제가 말 그래도 피부에 와 닿는 때가 된 것이다.
각종 환경 이슈에 둘러싸여 사는 현대인으로서 무기력하게 느껴지기 쉽다. 심지어는 억울하기도 하다. 제주도 비자림로의 벌목, 아마존의 밀림 파괴,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 모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름철을 뜨겁게 달군 폭염도 문제라면 문제지만 일개 개인이 어쩐단 말인가? 무더위 속에서 정신 차리고 사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산적한 문제 중에 우리 한 명, 한 명과 깊이 연관되고 모두 하기에 따라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이슈가 한 가지 있다. 바로 쓰레기이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말은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는 물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뭣 모르고 흘린 걸 주워준 어머니로부터 첫 훈계를 받은 후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차적으로 쓰레기를 대하는 자세를 체득하게 된다. 그토록 오래 배우고 들은 얘기인데도 눈을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실상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가장 기본적인 사회규범으로 여겼던 올바른 쓰레기 배출 행동은 예상했던 것만큼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쓰레기 대란은 이런 우리의 모습을 재조명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나 많은 양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불필요하게 만들어지고 잠깐 사용되었다가 버려지는지. 그러나 이 문제에 집중된 사회와 대중의 이목은 늘 그렇듯 금세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변한 것이 썩 많지 않은 현실만 덩그러니 남아 버렸다.
쓰레기라는 개념은 생각해보면 신기한 면이 있다. 왜냐하면 세상 모든 것은 쓰레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오래 방치하거나, 망가지거나, 가치를 잃고 나면 아무리 소중했다 하더라도 한 순간에 쓰레기로 전락할 수 있다. 게다가 지금 우리가 속한 사회는 멀쩡한 것을 단 번에 쓰레기로 둔갑시키는 작용이 가장 왕성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속적인 소비와 끝없는 성장 모델에 기초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그동안 이렇게 발생하는 쓰레기를 사실상 외면해왔다. 경제활동의 부산물, 또는 가치를 창출하는데 수반되는 불가피한 이물질 정도로 취급한다. 그래서 쓰레기의 처리와 발생 자체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고 어딘가에 마구 쌓아두거나, 땅에 묻거나, 태우는 식으로 대해왔다. 분리수거와 재활용이 등장하고 나서 쓰레기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것처럼 인식되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본 재활용의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가령 1950년대부터 생산된 지구상의 모든 플라스틱 중 지금까지 실제로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겨우 9%에 불과하다는 연구가 2018년에 발표되었다. 아무것도 해결되고 있지 않다는 것. 그것이 쌓여만 가는 쓰레기가 주는 메시지라는 것이 또렷해진 것이다. 쓰레기, 문명의 이면이 아닌 전면이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쓰레기라는 개념이 없다. 모든 것은 죽으면 썩어서 재순환되어 생태계로 다시 편입된다. 그에 반해 인간이 개발한 각종 신소재 및 석유화학제품은 쓰고 난 뒤 폐기되면 자연적으로 처리되기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사람들은 쓰레기를 눈앞에서 치우고 싶기 때문에 흐르고 흘러 결국 인적이 드문 곳에 모아두게 된다. 즉, 쓰레기는 인간의 주요 활동영역 밖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매립장이나 취수장은 모두 그런 곳에 생긴다. 그런데 인간의 주요 영역 밖은 모두 다른 생물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곳이 숲이든, 들판이든, 바다이든, 생물이 살고 있지 않은 텅 빈 공간이란 없다. 그래서 쓰레기는 그것을 만드는데 조금도 기여하지 않은 생물이 감당하게 되는 매우 모순적인 구조를 일으키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 쓰고 버리고 잊어버릴 때, 그 쓰레기의 직접 피해 당사자는 따로 생긴다. 바로 동물이다.
동물은 속성상 살아가기 위해서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먹이를 찾아 한 곳에 고정되지 않고 이동을 하며 시공간에 흩어진 자원을 모은다. 이러한 선택적 수집의 행동이 섭생의 기본을 이루는 동물이기에 서식지에 침투한 쓰레기는 동물의 삶과 긴밀한 관계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동물은 쓰레기와 접촉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쓰레기와 엮이게 된다. 영양물질로 착각해서 섭취를 하거나, 우연히 쓰레기가 몸에 걸려 계속해서 지니고 다니거나, 둥지 등에 필요한 재료로 적극적인 쓰레기를 모으는 등 그 양상은 가지각색이다. 방대한 쓰레기의 양과 종류, 그리고 쓰레기가 침투한 지구 곳곳의 서식지와 동물 간의 상호작용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따라서 쓰레기가 동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어떤 전형적인 그림을 그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본 특집 기사에서는 쓰레기로 인한 동물의 피해가 비교적 잘 알려진 해양 동물의 사례를,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를 중심으로 소개하려 한다. 아울러 육상의 사례로는 늘어나는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야생 동물의 행동 및 생태의 변화에 대해 고찰해보기로 한다.
쓰레기는 크게 매립, 소각, 재활용 중 한 가지 방식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실상을 들춰보면 온갖 문제가 산적해 있음을 알게 된다. 재활용이 되어야 할 많은 쓰레기는 상태가 청결하지 않거나 여러 소재가 혼합되어 있어 결국 다시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매립된 쓰레기 또한 매립장의 여건에 따라 홍수가 일어나면 유출되기도 한다. 또한 상당량의 쓰레기는 처리 시스템이 낙후된 개발도상국에 수출되는 것이 현실이다. 즉, 최종 폐기의 단계를 다른 국가에 이관한 것일 뿐이기 때문에 당장 한반도의 해역으로 유출되지는 않아도 다른 경로를 거쳐 자연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바다는 지구의 쓰레기가 총집결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육상은 인간의 주거 및 산업시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쓰레기가 임의적으로 퍼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바다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국경도, 통제력을 발휘하는 정부도 없는 바다는 그래서 쓰레기가 가장 쉽게 버려지고 또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곳이다.
다양한 바다 쓰레기 중 한 가지 가장 문제적 종류를 꼽으라면 단연 플라스틱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3억 톤의 플라스틱이 소비된다. 플라스틱은 내구성이 좋아 용기나 외장재로 쓰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바로 같은 이유로 인해 생분해가 되지 않으며 오직 빛에 의해 더 작은 조각으로 쪼개지기만 한다. 즉, 높은 쓰임새의 이면에는 자연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골칫덩이가 감춰진 샘이다. 플라스틱 중에서도 1회용 제품은 말 그대로 한 번 쓰고 폐기하기 때문에 쓰레기 문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1/3이 일회용 제품을 만드는 데에 쓰이고 있을 정도로 쓰레기에 합류하는 플라스틱은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 일분마다 일백만 개의 플라스틱 병이 사용되고 있으니 말 다 한 셈이다.
바다에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크게 생물이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거나, 몸에 걸리고 엉켜 정상 섭생에 심각한 지장을 주거나, 플라스틱을 통해 유해 화학물질이 전달되거나, 플라스틱을 매개로 외래종이 이동하는 등의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로는 PET, PP, PE, PS, LDPE, HDPE 등으로 전체 플라스틱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바다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주로 크기로 분류하는데 25mm 이상을 대형, 5mm 이하를 소형, 그 사이를 중형으로 구분한다.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80%는 육지에서 유래한다. 특히 집중화된 산업이나 주거 단지로부터 발생하는 쓰레기가 광역수계를 거쳐 바다로 나아가는데,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 전체의 90%가 총 10개의 강으로부터 공급된다고 한다. 이중 8개는 아시아에 있으며 남중국해와 인접한 하천 하류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이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나머지 20%는 어업으로부터 발생한다. 매년 약 640,000톤의 어업기구들이 바다에 폐기되는데, 특히 여기에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튼튼한 그물망 등이 포함되어 많은 동물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고통을 받는 동물은 무척 많다.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고 또 새끼를 먹이는 행동은 바다 새에서 많이 발견된다. 가령 알바트로스, 슴새, 바닷제비 등의 경우는 자연적인 먹이와 플라스틱의 생김새가 유사해서 섭취하게 된다. 플라스틱을 먹으면 위장 용량의 축소, 성장 저해, 내장 손상, 장 폐쇄, 쇼크사 등의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먹지 않더라도 플라스틱 물질에 걸려 목이 조이거나, 쓰레기로 인해 체중이 증가해 하루 에너지 소모량이 증가하기도 하며, 먹이 찾기 효율이 낮아지고 익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장기적으로는 위장 효소 분비 저해, 스테로이드 호르몬 저하증, 배란 지연, 번식 실패 등으로도 이어진다. 물의 수면에서 사냥을 하는 조류가 플라스틱 섭취나 플라스틱에 얽히는 문제 두 가지 다에 가장 취약하다. 풀마갈매기나 슴새의 경우 조사된 종의 약 65%가 장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 또한 이러한 플라스틱은 새끼에게 먹여 후대에 전달되기도 하는데 어떤 종에서는 어린 개체의 플라스틱 섭취량이 성체보다 높게 나오기도 했다.
바다거북은 플라스틱 쓰레기에 취약한 또 하나의 동물이다. 수중에 떠다니는 비닐봉지는 거북이의 먹이인 해파리와 유사한 모양이기 때문에 먹이로 오인되기 쉽다. 죽어서 부검된 바다거북의 장에서는 낚싯줄, 밧줄, 어망, 스티로폼, 비닐봉지, 식스팩링(맥주 캔 6개를 묶는 플라스틱) 등이 발견된다. 총 371마리의 장수거북을 조사한 결과 37.2%의 개체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되었고, 8.7%는 장내에 먹이가 통과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암컷의 생식기 내에 틀어 막혀 산란을 막고 있기도 하였다. 붉은바다거북의 경우 불법 어획된 54마리의 개체를 조사한 결과 79.6%가 장에 플라스틱을 담고 있었다.
이밖에도 지난 2000년에서 2010년까지 향유고래와 돌고래를 비롯하여 총 48종의 고래에서 장내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는데 이는 60-70년대 수준의 10배 이상 되는 수치이다. 조류나 바다거북만큼 충분한 자료가 있지는 않지만 비슷한 양상이 그려지고 있다. 북태평양환류의 중심에서 채취된 물고기 670마리의 35%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는데, 2011년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매년 12,000-24,000 톤의 플라스틱이 어류에 의해 삼켜진다고 한다. 종과 지역에 따라 플라스틱에 의한 피해의 정도와 범위는 상이하다. 그러나 경향성은 의심의 여지없이 뚜렷하다.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모든 해양 동물들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 역시 바다 쓰레기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가 빈번해지고 있는 이런 국제적인 추세와 전혀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로 인해 동물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아직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이 2012년에 발간한 <해양쓰레기 생물피해 사례집>에 어떤 동물이 어떤 피해를 받는지에 대한 정보가 잘 나타나 있다. 본 연구는 2010년 초부터 2011년 말까지 2년 동 안 여러 기관과 시민단체 그리고 개인이 참여하여 바다 쓰레기의 피해 사례를 수집하였 다. 조사 결과 총 40건이 수집되었는데 이 중 발견 당시 동물이 살아있는 사례는 총 18 건에 불과했다. 이중 발견 후 날아간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조사자에 의해 구조되어 야생으로 돌아갔는데 조기 발견하면 구조의 확률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본 조사 결과 피해를 입은 동물의 대부분이 조류(85%)였고 상괭이와 고라니 등 포유 류가 각 2건, 그리고 갑각류로는 말똥게가 1건 보고되었다. 상괭이는 어업용 낚싯바늘 에 걸린 상태였고, 고라니와 말똥게 모두 버려진 정치망에 걸린 채로 발견되었다. 조류 중에서는 괭이갈매기가 가장 많이 피해를 입었으며, 쇠부리슴새, 중대백로, 저어새, 청 둥오리도 각각 2건씩 나타났다. 야생 동물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주는 쓰레기의 종류는 취미용 낚시 도구로서 전체의 72.5%를 차지하였다. 낚시 도구 중에서도 낚시 바늘이 가장 자주 피해를 주는 것으로 나탔는데 총 20건 중 삼킨 경우가 15건, 걸린 경우가 5건 이었다. 동물이 낚시 바늘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는 거기에 걸린 먹이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괭이 갈매기 유조 작은 낚싯바늘을 삼킨 경우가 3건 관찰되는 등 나이 가 어린 개체에게도 낚시 도구의 피해가 발견되었다. 취미용 낚시 도구가 가장 많은 피 해를 일으켰다는 조사 결과는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낚시 인구의 상황에 비추어봤 을 때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참고:
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 2012, 해양쓰레기 생물피해 사례집, 디자인지호
Gregory, M.R., 2009. Environmental implications of plastic debris in marine settings—entanglement, ingestion, smothering, hangers-on, hitch-hiking and alien invasions.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364(1526), pp.2013- 2025.
LI, W.C., Tse, H.F. and FOK, L., 2016. Plastic waste in the marine environment: A review of sources, occurrence and effects.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566, pp.333-349.
Sigler, M., 2014. The effects of plastic pollution on aquatic wildlife: current situations and future solutions. Water, Air, & Soil Pollution, 225(11), p.2184.
육상 동물이 쓰레기로 받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가량 음식 쓰레기가 좋은 예이다. 쓰레기가 있는 장소에 가까운 동물은 대부분 이러한 인위적 먹이를 섭취하는 비율이 대폭 증가한다. 특히 조류나 중소형 육식동물에서는 인간에 의해 먹이 섭취가 흔히 달라지며, 식습관에 극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음식 쓰레기는 동물에게 사냥/탐색이 필요 없고 고밀도로 제공되는, 쉬운 ‘인위적’ 먹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인위적 먹이 자원으로 인해 동물의 행동과 생태가 바뀌며, 이에 따라 동물에게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인간의 쓰레기를 뒤질 수 있는 너구리와 같은 동물은 도시에서 먹이를 더 많이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생존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연구 결과 도시의 너구리들은 시골의 너구리에 비해 이동 반경이 작고 계절별 변화가 없는 등 행동에 큰 차이를 보였는데, 이는 소풍 장소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너구리가 접근 가능한 쓰레기가 방치되어 먹이 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과 달리 질은 더 낮은 경우가 많았을 뿐 아니라, 음식 쓰레기를 먹으러 모여든 동물의 밀도가 증가함에 따라 야생동물과 인간 간의 갈등이 증가하고, 질병 전염율이 증가한다. 그 결과 도시 야생동물의 전염병이 퍼져있는 정도가 시골 야생동물에 비해 더 높은 경우가 종종 있다. 도시의 쿠퍼매는 시골 쿠퍼매보다 새끼에게 가져오는 먹이량이 두 배였지만, 먹이 내 기생충으로 인해 둥지당 치사율은 더 높았다. 도시의 코요테는 시골의 코요테보다 사냥량이 적고 가공된 인위적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위적 음식은 질이 낮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식으로서, 특히 병든 코요테의 경우 인위적 음식에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코요테들은 사람들의 뒷마당에 나타나 신고를 받은 동물들이기도 했다. 또한 무리 생활을 하는 몽구스는 쓰레기를 뒤지는 경우가 사냥하는 경우보다 더 많이 싸웠고, 이로 인해 외상이 증가했으며, 이를 통해 치사율이 높은 질병인 결핵 감염률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인간의 음식 쓰레기를 먹는 동물에게 살충제 등 오염물질의 축적 또한 뚜렷이 확인된다. 도시에서 번성하는 붉은 여우 402마리의 위를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위 내용물의 반 이상이 음식 쓰레기였는데, 이는 번식능력을 낮추고, 면역 기능 이상, 폐사로 인한 개체군 감소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유기염소 축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1년 미만의 새끼 붉은 여우들은 어미의 젖을 통한 염소축적량이 뚜렷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도시에 사는 집 참새는 시골에 사는 같은 종에 비해 납 수치가 뚜렷이 높게 나타났다.
음식 쓰레기의 또 다른 부작용은 도시로 동물을 끌어들여 로드킬 등의 사고로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미국의 네바다에서 도시 근방에 사는 흑곰을 10여 년간 추적 조사해 더 야생에 사는 흑곰과 비교한 결과, 도시 곰들은 쓰레기로 섭취하는 식사량이 많아 몸무게가 평균 30% 더 나갔다. 이에 따라 번식도 몇 년 앞섰다. 하지만 조사에 참여한 12마리의 도시 곰들은 모두 차에 치여 시골에 사는 곰보다 훨씬 더 일찍 죽었으며, 도시에서 태어난 새끼들도 로드킬로 인해 사망률이 극심하게 높았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도시는 최악의 곰 덫이 되고 있다.’고 했다. 쓰레기라는 풍부한 먹이 자원이 곰들을 산간에서 끌어들여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이다.
음식물 포장 쓰레기로 인한 피해 또한 크다. 최근 꾸준히 발견되는 사례는 바로 야생 동물의 머리가 플라스틱이나 유리병 등의 용기에 끼는 경우다. 도마뱀 같은 파충류를 비롯해 스컹크, 고슴도치, 너구리, 각종 조류 등 중소형 동물부터 여우, 코요테, 사슴, 늑대, 흑곰까지 다양한 동물이 피해를 입는다. 그릴에서 기름받이로 쓴 콜라캔, 음식 저장용 플라스틱 용기, 아이스크림 컵 뚜껑, 과자봉지, 땅콩버터가 들었던 유리병 등 음식이 남은 채로 버린 쓰레기는 동물을 유인하는 덫 역할을 한다. 머리가 낀 채 발견된 동물은 많은 경우 탈수와 심각한 영양 부족 상태가 되며, 도로에서 헤매다 로드킬이 되거나, 쓰레기가 끼인 이상한 모습 때문에 무리에서 쫓겨나 혼자 다니기도 한다. 2009년 영국 맥도날드는 고슴도치가 맥플러리 아이스크림 컵 뚜껑에 끼는 경우가 많다는 시민단체의 항의에 따라 뚜껑의 디자인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까지도 여전히 씻지 않고 버린 아이스크림 뚜껑에 낀 고슴도치는 발견되었다. 인간의 영역과 쓰레기가 늘어남에 따라 동물의 고통의 종류와 강도도 똑같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참고:
Ditchkoff, S.S., Saalfeld, S.T. & Gibson, C.J. (2006) Animal behavior in urban ecosystems: Modifications due to human- induced stress. Urban Ecosyst 9: 5.
M. Murray et al. (2015) Greater consumption of protein‐poor anthropogenic food by urban relative to rural coyotes increases diet breadth and potential for human–wildlife conflict. Ecography 38: 1235-1242
Suzanne Prange, Stanley D. Gehrt, Ernie P. Wiggers. (2004) Influences of Anthropogenic Resources on Raccoon (Procyon lotor) Movements and Spatial Distribution. Journal of Mammalogy Vol 85: 483–490
생명다양성재단 뉴스레터 26호 '생명특집: 쓰레기와 동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