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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다양성연구소 Nov 28. 2022

'정상'을 규율하고
끊임없이 배제하는 화장실

"나의 오줌권에 대하여" 에필로그

이 책을 만든 한국다양성연구소는...


한국다양성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끝내고 모두가 포함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다양성, #교차성, #포함을 키워드로 하여 다양성교육과 연구, 캠페인을 하는 비영리법인이다. 연구소에서 주력하는 캠페인 중 하나가 일상에서 다양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외면하고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하는 ‘정상’을 규율하는 공간인 화장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캠페인이다. 이를 ‘모두를 위한 화장실’ 캠페인이라 부르고 있으며 기존의 성별이분법적이고 비장애 성인중심적인 기존의 화장실을 혁신하여 어떤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든 어떤 상황에 있든 누구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를 확대하기 위한 토대 및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권리, 화장실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공간인 화장실은 마땅히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 권리로서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화장실은 가장 사적인 공간인 동시에 가장 정치적인 공간으로, 누군가에게는 이용자격이 주어지지만 누군가는 철저하게 배제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있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을지 혹은 어느 화장실을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이미 성별, 성정체성, 장애유무, 나이 등 여러 가지 사회적 정체성에서 특권그룹에 해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성별이분법적이고 비장애인, 성인 중심적인 화장실은 모두를 포함하지 못할 뿐 아니라 소수자들의 존재를 부정한다. 생리적인 현상의 해결조차 가로막는 화장실의 모습은 반인권적이기까지 하다.


유니버셜디자인, 그리고 공공화장실


기존의 화장실은 비장애인 시스젠더 성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장애인과 트랜스젠더 이외에도 성별이 다른 노부모를 모시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 성별이 다른 활동지원사와 화장실을 이용하는 장애인, 성별이 다른 양육자와 화장실을 이용하는 어린이, 양육자를 동반하지 않은 어린이 또한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한국다양성연구소는 공공화장실을 일부의 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공공의 공간으로 만들라고 요구하며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라고 부르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화장실이 모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되게 하기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전한 영국왕립예술대학교 ‘헬렌햄린디자인센터’ 그리고 영국의 ‘파미스’, 스웨덴의 ‘스톡홀름 그래픽’ 등은 모두가 포함되는 화장실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이미 다양한 형태의 화장실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의 구조를 고민해야하는 책임은 모든 국민의 건강할 권리, 안전할 권리를 보장해야 할 국가에 있다.


우리 사회의 한계


참 안타까운 일은 서울시에서 제작한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종합계획(2020-2024)’의 서울시 유니버셜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보면 공원에 화장실 설치 기준에 대해서 공원에 있는 모든 화장실을 장애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전용 화장실 대신 유아 동반자, 임산부, 노인, 장애인 등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화장실을 공원 내 1개소 이상 설치”라고 되어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화장실 설치 기준에 ‘성별’에 대한 기준도 있는데, ‘성별은 구분해서 두 성별이 마주치지 않게 한다’고 명시했다. 성별이분법적인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성별이 구분된 화장실이 유니버설하다며 제시하는 자신감에 참으로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말하면서 전혀 유니버설하지 않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성별구분’을 명시한 유니버설디자인가이드라인의 이름에서 차라리 ‘유니버설’을 빼든지, 아니면 제대로 된 유니버설가이드라인으로 개정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안전할 수 있는 화장실을 위해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필요한 사람들의 인터뷰집 발간은 보이지 않는 존재이기를 강요받았던 기존의 화장실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 가시화하고, 최소한의 권리 요구에 힘을 싣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다. 그리고 이 인터뷰집을 통해 ‘정상’을 규율하고 ‘비정상’을 낙인하며 배제하는 방식의 공간의 구성 원리에 대해 독자들이 문제를 문제로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국가는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소수자를 비난하는 방식의 ‘탓하기’와 ‘꼬리표 붙이기’가 아닌 영유아, 어린이,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노인 등 누구에게나 안전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해소를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다큐] 특별기획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필요한 사람들' ⓒ 한국다양성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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