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강사 Sep 26. 2017

투바타하 (Tubbataha Reef). 처음 듣는 곳

스쿠버다이빙-25 | 알고보니 리브어보드 | 2011년 4월

Angela 강사님을 따라 가게 된 곳은 투바타하 리프 (Tubbataha Reef)라고 하는, 처음 들어보는 곳이다. "필리핀 서쪽 바다에 있는 산호초 지대에요."라는 Angela 강사님의 얘기만으로는 그 곳이 어디쯤에 있는지도, 어떻게 생겼는지도 도통 감이 안 잡힌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봤지만, 필리핀 서쪽의 바다 한 가운데에 오른쪽 위로 휘어지는 방향으로 "T u b b a t a h a  R e e f" 라고 파란색으로 씌어진 글씨가 있는 지도 정도만 보일 뿐이다. 물론 바다 속의 아름다운 사진들이 많이 나와서 기대를 부풀려주기는 했지만, "어떤" 곳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에는 정보가 너무 빈약했다. 하지만 나의 그 시절의 호기심은 거기까지였다. 일단 가 보면 알지 않겠나... 하는 정도?


구글맵에서 찾은 투바타하. 그냥 바다 한 가운데로 나온다.


미지의 바다를 가기 위해서는 내게는 아직 생소한 곳을 거쳐 갔다. 마닐라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는 필리핀 서쪽으로 길게 뻗은 팔라완 섬의 중간에 있는 푸에르토 프린세사 (Puerto Princesa)로 국내선을 타고 갔다. 팔라완이라면 예전에 왔던 엘니도가 있는 곳 아니던가. 문득 그 때의 아찔했던 초보여행의 기억이 떠오른다.


https://brunch.co.kr/@divingtang/9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을 나서는 중. 작은 공항이 한창 공사 중이었다.


푸에르토 프린세사의 작은 공항 앞에 우리는 우리 일행들만큼이나 공간을 차지할 것처럼 보이는 짐들을 쌓아놓고 누군가를 기다렸다. 머지 않아 Angela 강사님이 반기는 누군가와 조우를 했고, 처음보는 사람들끼리지만 활짝 웃는 얼굴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 사람들은 우리가 타고 며칠동안 지낼 배의 직원들이었다. 들뜬 마음으로 서로 인사를 하는 동안 다른 직원들은 이미 우리 짐들을 미니버스에 실어 올리고 있었다. 이거 뭔가 융숭한 대접을 받는 귀빈이 된 것 같잖아? 처음도 아니었을 작은 서비스마저도 특별히 느낄 정도로 나는 이미 들떠 있었던 모양이다.


짐이 꽤 많지만 지금부터는 내가 힘들지 않아도 된다.


미니버스를 타고 작은 항구에 도착했고, 거기에는 우리가 탈 배 "Stella Maris"가 있었다. "크루즈"라는 비유에 내가 떠올렸던 그런 큰 배는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섬을 드나들 때 볼 수 있는 여객선보다는 작고, 어촌에서 보는 어선들보다는 큰 배였다. 손님이 20명 정도 타고 그들이 편히 잘 수 있는 작은 객실들이 있는 그런 규모의 배다.


나의 첫 리브어보드 배인 Stella Maris. 리브어보드 배 치고는 소박한 배다.


우리의 짐들이 실리고 있다! 직접 하는 건 무리무리


배라고 타 봤던 기억이라면 다이빙한다고 타는 보트들 외에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친구들이랑 제주도 갈 때 목포에서 탔던 커다란 여객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때 탔던 객실이 일반실로 불리었는지, 3등칸이라고 불리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사회 초년생답게 가장 싼 객실이었는데, 커다란 방에 매트가 깔려있고 많은 사람들이 앉아도 있고 뒹굴거리기도 하는 그냥 크기만 큰 시골 민박집 같은 분위기의 배였다는 기억 뿐이다.

그 한 번 뿐인 승선 경험에라도,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이 배는 다른 배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면 그건 그저 들뜬 기분 탓이었을까? 나와 아내 Sophy가 배정 받은 호실을 확인하니 직원들이 우리의 짐을 들고 안내해 준다. 배의 선실은 좁은 복도와 가파른 계단들로 이루어져 있고, 벽에는 배의 구조도와 비상탈출 안내, 안전 수칙 등이 잔뜩 붙어 있다. 어느 배에나 있을 당연하고 사소한 것들 조차도 내겐 새롭고 신기했다.


배에 있는 동안 식사를 하고 휴식을 하게 될 식당 공간


방은 침대 옆으로 겨우 한 명이 지나다닐 정도의 공간만 있을 정도로 작고, 벽에는 오래된 갈색의 나무 선반들이 구색맞추기처럼 있었지만, 이거라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했다. 그래도 창문만큼은 특별했으니, 둥글고 두꺼운 낡은 철제 프레임에 커다란 리벳이 잔뜩 박힌 "배"의 창문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창 밖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있으니, 여기서 생활한다는 것은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영화에서나 보던, 바로 배의 그 창문!


짐을 푸느둥 마는둥 하고 갑판으로 나와 보니, 배는 이미 항구를 떠나 물살을 가르고 있었고, 시야에서 흘러가는 푸에르토 프린세사의 시골 풍경과 갈매기들이 늘 보던 것들과는 또다른 느낌의 풍경으로 느껴졌다. 과연 이번 여행은 얼마나 특별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리버보드? 그게 뭔가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