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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Feb 01. 2021

좋은 사람들과~

4인방 완전체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은 편안하다.


숙한 거리의 풍경.

부산역에서 걸어 내려와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한다. 센텀시티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부두 근처여서인지 시원한 바닷바람이 환영이라도 하는 듯 와락 달려와 몸에 감긴다. 오랜만에 아늑함을 느끼는 것은 익숙한 버스의 파란색으로부터 오는 것 같다. 정류장으로 려 들어오는 서울의 녹색, 진파랑 색의 수많은 버스들이 떠올랐는데 훨씬 적은 숫자의 버스와 사람들의 숫자도 현저히 적다.


아. 이래서 편안한 건가?


글 모임 식구들과 센텀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마도 바닷가 해안도로를 타고 움직일 것이 예상된다.

우리들을 싣고 움직여주는 poem향숙 씨는 늘 우리의 마음을 읽어내는데 탁월하다.

만날 때마다 근사한 곳으로 우리들을 데리고 가는 데는 풍광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게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로 동해안 도로를 달리게 되는 때가 많아서 우리는 편안하게 푸른 바다에 눈과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센텀 정류장에서 픽업되어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울산 가는 산업도로를 탄다. essay정아가

"언니 아데 초이 가 봤죠?"   송정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데 초이는 우리가 즐겨가던 브런치카페이다. 송정 끄트머리에 있어서 브런치를 즐기면서 바다를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아데 초이 가요."

어딜 가는지 궁금해하는 나를 읽었나 보다.


동해 물빛은 비췻빛이다.

한참을 구불구불 달려가는데

"어? 루쏘 가는 길인데... 아데 초이 송정 아니에요? "

"아. 언니 안 가보셨나? 음 우리만 갔었네. 전에 없어졌다고 해서 아쉬웠는데 향숙 언니가 찾아냈어요."

"그랬구나. 난 송정만 생각했지."

"바다는 많이 안 보이지만 커피 맛있고 음식이 괜찮으니"

난 뭐든 좋아! 함께 있는 게 좋은 거지. 스치면서 보는 바다도 반가워. 그냥 이런 만남이 좋은 거지.


아데 초이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내어준다. 오랜만에 만남이 좋다.

파우치와 원석으로 만든  마스크 걸이를 선물한다.

 "파우치는 많을수록 좋아. 이것 봐 용도별로." 향숙 씨가 빵빵하게 담긴  크고 작은 파우치를 가방에서 꺼내 보여준다.

막내 정아는 하도 들고 다녀서 헤어질 때까지 썼는데 지난번에 받은 것으로 대체했다며 흔들어 보인다. 사이즈별로 다르게 쓰임 받는 파우치처럼 나도 엄마로 할미로 작가로 가정에서, 사회에서 환영받고 쓰임 받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들 좋아해 주니 기쁘다.


"브런치에 글 올리는걸 진작 얘기 안 했어? 글도 갈수록 좋아지던데. 그런 건 얼른얼른 얘기해야지" 한다.

"오랜만에 쓰니 자신도 없고.... 근데 구독은 해주면서 라이킷은 안 해주니 아직 미달인가 보다 생각하고 있어요."

"아냐 하트 눌렀는데? 월, 금 올리지 않았나?" 하며

essay경숙 언닌 카톡에 다른 배달된 내용을 보여준다.

"이거는 다른 사람 글인데요. ㅎㅎㅎ~"


  그 자리서 모두들 하트 뿅뿅 누르는 것을 쑥스러운 듯 아닌 듯이 열심히 가르쳐준다. 나도 처음엔 다른 작가들 글을 읽고 라이킷 하는 거 몰랐다가 나중에서야 부지런히 누르게 됐다고 실토하며 한바탕 다들 웃었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일에 대해 모두 반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브런치에 읽으면 도움되는 작품들이 많더라며 전원주택에 관심이 많은 향숙 씨는 그 글에서 초보자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들어 있어서 좋다고 한다.


"어디 가서 누구에게 무얼 물어봐야 하는지 모르는데  하나에서 열까지 자세히 알려 주더라"

"브런치에 올러온 작품들이 좋은 게 많더라고요"


서울에서 왔다고 맛있는 것 사줘 맛나게 먹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다음엔 박을 하자. 요리 베틀도 하고. 그러다 눌러 앉히자. 응  이렇게 헤어지면 너무 서운 타."


 빈대떡과 감자탕을 써서 올린 작품과  브런치에 올라오는 요리 레시피를 보고서 만들어 막내딸과 사위가 좋아했다는 얘기를 하니 향숙 씨가 하는 말이다.

 


  이렇듯 우리의 만남은 늘 기분이 좋다.

 뜻이 맞는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가족이 모여 밥을 먹다가도 언쟁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 수 있다. 어른은 어른이라는 것을 내세워 어린 자식에게 윽박지르듯 얘기를 하면 마음이 상해 자리가 불편해진다. 우리는 대체로 어른들에게 그렇게 살아온 듯하다. 어른들에게는 순종만이 미덕인 시절이 있었으니, 요즘 시대에는 전혀 맞지 않는 일이지만 가끔은 '~라테'를 꺼내며 서로 불편한 관계가 발생한다. 칠십 중반에도 젊은 생각을 유지해 우리와 조화롭게 자리를 지켜주는 essay경숙 언니도 존경스럽다. 막내 eassy정아는 속 깊은 행동과 젊음 하나로도 우리가 칭송하지 않을 수 없는 동생이다.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은 것 같다. 조금 있는 사람이 더 많이 베푸는 것, 좋은 차가 있으니 기동력이 좋아 '이동은 내가 맞지.' 하면서 몇 년 동안 한 번도 불평 없이 우리를 경주니, 밀양이니, 청도니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가주는 poem향숙 씨. 사실 그분은 노블레스 오블리 리쥬를 실천하는 분이다. 늘 좋은 것은 나누고 공유하기를 좋아한다. 주변에 있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마음을 써주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점점 좋은 향기로 물들게 되고 서로의 욕심은 버리고 사람을 맞게 되는 것 같다. 서로 무엇이 불편할지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혹 바람 부는 길가에서 기다리게 되면 '바람이 차다 어느 건물 안이라도 들어가서 기다리라'는 톡이 온다. 무릎이 좋지 않은 맏언니를 생각해 많이 걷지 않도록 해 주고, 앞자리에 앉혀 통창으로 밖의 풍경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정말 사소한 일인데 마음 씀씀이에 우리는 감복하여 마음이 포근해진다.


 좋은 사람들과의 지내는 시간은 살같이 흐른다.

후식까지 눈과 입을 즐겁게 한 뒤에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져  용원의 딸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다시 빨라진다. 안경 할미(다섯 살 외손녀가 붙여준 별명)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손녀에게 순간이동이라도 해서 빨리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다.




photo;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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