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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Feb 24. 2021

사소한 풍경

풍경속을 거닐다.


가끔은 오래전 무심히 지나쳤던 순간이 떠올라 미소 짓기도 하지.


서산에 해지며 산 그림자 길게 드리워질 때,

너와 나 나른한 오후 거실에 앉아 까무룩이 졸던 순간도

때로는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풍경이기도 해.

길을 걷다 귀에 익숙한 노래가 들려오면 나지막이 따라 부르던

순간, 보일 듯 말듯한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기도 하지.


그 겨울 너와 강가를 걸을 때, 하얀 햇살은 군데군데 눈을 녹였지

눈밭 위로 부는 매서운 바람, 바람과 함께 읊조리던 시구 한 구절

바람결에 출렁이는 강물 따라 걷는 풍경을 기억하노라면

금세 발그레한 얼굴이 되어 빙그르르 맴을 돌기도 하지.


부푼 가슴으로 하루를 열며 나무와 풀꽃 가득한 길을 자박자박 걷는다.

자박자박 걷는 일은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하는 묘약이기도 하지.

머지않은 과거로의 여행, 익숙한 현재, 미래로의 설렘은

눈부신 햇살 아래 호흡할 수 있음으로 몽글몽글

감동이 일어나는 순간이기도 하지.


며칠 동안 내리던 비 물러가고,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아침

작은 새들의 소란스러운 지저귐, 푸드덕 나는 비둘기 떼

까치에게 쫓겨 도망치는 까마귀의 날갯짓에 의아하던 순간도

아! 이렇듯 사소한 풍경들이 마음에 들어와 평온한 안식을 느낄 때

조각조각 진솔한 그림들이 모여 삶의 궤적이 되고,


그 사소한 풍경들 속에 살아가는 힘이 오롯이 숨어 있을까

한껏 믿어보는 마음이기도 하지.


                                   *백로 한 마리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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