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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Oct 08. 2023

가을이 좋아요~

이른 아침 밖으로 나선다.

모처럼 맞이한 아침의 여유로움으로

경쾌한 발걸음 되어 탄천 둘레길로 향한다.

며칠 전부터 갑자기 찾아온 기분 좋은 쌀쌀함에

옷깃을 여미며 스카프도 목에 두른다.

이쯤 되면 그토록 무더웠던 여름도 한순간이었다고

느껴지는 아쉬움이 모락모락 피어나기도 하지.

동네 어귀 어느 집 감나무

댕글댕글 수많은 열매 달고 수줍게 익어가고 있다.

한 여름의 뙤약볕과 비바람에도 지치지 않고

태풍에도 안간힘으로 견뎌낸 의연한 모습이 느껴진다.

안으로 안으로 속살에 괜찮다 속삭이며

너도나도 환하게 웃는 낯으로 붉어지는 감.

가을은 서둘러 익어 가며 무슨 생각을 할까? 

'사람들은 날 좋아하니까 오래 있고 싶으니 

겨울 넌 천천히 오라'고 겨울에게 바람편지라도 보낼까?

탄천 둘레길 언덕엔 나팔꽃이 아래위로 반겨주고

작년엔 없던 둔덕에는 유홍초가 가득 터를 넓혔다.

자디잔 붉은 꽃으로 한 계절 불사르듯 야무지게 피어나

앙증맞은 얼굴로 가을을 밝힌다.

씨앗을 받으려고 애를 쓰던 모습이 생각나 쑥스러운 듯 빙긋 웃음 지어진다.

닭의 장풀, 들콩꽃.

아직은 때가 이른 지 물오리들 보이지 않고

늦잠꾸러기 고라니 보이지 않는데

잠이라도 깨우려나 산까치 푸드덕 날아들며

때르르륵 까악깍 때에~~~ 어서들 일어나라...

독특한 소리로 모두를 부른다.

날렵하고 쭉 빠진 몸매에 까만 중절모,

하늘색 연미복을 차려입어 더욱 멋진 산까치.

날렵한 모습의 산까치 한 마리

오랜만이야. 얘들아~

가을 햇살 환한 이 아침에 만나는 풀포기 하나에도

가워 인사를 건네어본다.

 멀리 흐르는 강물에는 누가 나왔을까?

연신 고개 들어 이리저리 살피지만

물새들은 보이지 않고

앗. 외래종  꽃매미의 출현.

징그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모습.

소낙비처럼 울어대던 매미들은 이미 자취를 감췄는데 

너는 어쩌자고 이 추운 아침에 외출이란 말이냐.

꽃매미. 나비(너무 멀어서 무슨 나비인지 모르겠어요.)

여전히 아침부터 달리는 사람, 걷는 사람들...

지구가 쉼 없이 돌듯이 사람들도 자신의 삶을

변함없이 꾸려가고 있구나.

풀포기들도 계절에 따라 나고 지고,

꽃들도 하염없이 피고 지는 아름다운 이 세상.

쑥부쟁이 어느새 선선한 바람에 한들한들

하늘거리며 결실을 맺어가는 이 시간

너와 나, 우리 모두 잘 살아내고 있다고

그러면서 세월도 가는 것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맨드라미, 눈개쑥부쟁이.

온갖 풍상이 요동치는 세상에서

꼿꼿하게 바로 세워 살아가는 일도 쉽지 않아

허물어지고 싶을 때가 어찌 없을까만

자연은 여전히 우리에게 변함없는 모습으로

잘하고 있다고 격려의 노래를 하는 것 같다.

제 아무리 뜨겁던 태양도 결국엔 따스한 햇살을

뿌리며 부드러운 엄마의 손길처럼

골고루 공평하게 어루만져 주고 있다.

이름모를 나비 한마리.

따사로운 가을 햇살,

사르락 사르락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몸을 맡기고 흔들리는 나비처럼

억지 부리지 않고 순행해야 옳음을 깨닫는다.

하루하루 엮어가는 모두의 삶.

누구도 허투루 살아갈 수 없는 나날을

매 순간 소중히 다루어야 함을 뒤늦게 알아간다.

그만큼 나이를 먹었나 보다.

꽃매미의 외출.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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