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 초반의 여자가 고기 낚는 손맛이나 쏘가리 매운탕에 환장해서는 아니지 않겠는가. 우연히 지인을 따라 밤낚시에 동행했다가 그 매력에 낚인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물고기를 잡는 행위 자체보다는 낚시터라는 장소가 주는 묘한 안정감에 더 끌렸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하루에 3시간 남짓 잠을 청하며 일과 공부에 전념하던 시기였다. 멈추는 법을 잘 몰랐다. 얘기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따라간 밤의 낚시터에서 예상치 못한, 언제부턴가 잊고 있던 감정과 만나버렸다.
낯선 평안. 그래 그것을 낯선 평안이라 부르겠다.
은은한 달빛에 물가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적잖이 보였으나 말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침묵하기로 다 함께 약속이나 한 거처럼 어느 누구도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이따금 챔질(낚싯대를 들어 올리는 일)하는 소리와 어디선가 바늘에 걸린 물고기들이 사투를 벌이며 첨벙거리는 소리만이 간간이 어둠을 뚫고 나왔다. 그리고 수면 위에 내려앉은 수십 개의 형광색 부표들. 마치 반딧불이 같은 그 쪼그만 빛들이 동동 떠있기도 하고 물속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은 얼마나 예뻤던가. 출렁이는 물결에 자신을 맡기고 순리에 따르듯 넘실대는 모습을 보노라니 왠지 나도 온몸에 힘을 빼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하면 나도 너희들처럼 자연스럽게 살 수 있을까 ' 의자에 몸을 한껏 웅크리고 앉아서 미동도 않고 바라보았다. 이상했다. 나의 삶도 그 밤공기도 차가웠건만 마음 한편에선 차분해진 호흡을 불씨 삼아 작은 온기 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나도 모르던 내 마음을 봐버린 그날 이후로 낚시하는 법을 배워 틈틈이 혼자 다녔다. 어설픔과 실수로 물고기는 구경도 못한 날들이 셀 수 없지만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낚시를 공허한 시간 때우기 정도로 여기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한때는 단순한 멍 때리기를 복잡한 준비물을 갖추고 하는 어른들의 별난 취미 정도로 치부했으니까.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가 보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워싱턴 어빙은 낚시에는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개인적으로 바다낚시보다는 민물낚시를, 그중에서도 밤낚시를 추천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정도 따라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바탕 북적이던 낮시간의 일상을 잊게 될 것이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이나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힘들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잠시라도 마치 속세를 떠나 피안의 세계로 들어선 듯한 색다른 설렘이 있을 것이다.
잔잔한 물결을 마주하고 앉아보라.
담배를 한대 피워도 좋겠다. 그윽하게 커피를 마셔도 좋겠다. 이어폰을 끼고 김광석의 노래를 듣는 건 어떻겠는가. 무엇을 해도 상관없다. 물고기를 잡겠다는 집착만 내려놓는다면 밤의 낚시터는 충분히 호젓한 즐거움과 안식을 선물해 줄 것이라 확신한다.